바닷길을 걸으러 떠난다나의 화분 2005/02/24 04:39
없어질지도 모르는 갯벌과 그 안의 무수한 생명들을 멀찍이서나마 바라보기 위해 새만금으로 떠난다.
매일 걸을 수 있으니 행복할 것 같다.
그래서 꽃피는 3월이 오면 돌아오려고 한다.
가방을 싸면서 나는 왜 새털처럼 가벼워질 수 없을까 생각했다.
모든 짐을 훌훌 벗어던지려 하면서 다시 나는 잡동사니들을 가방 한 가득 싣는다.
어쩌면 그 짐들은 끝나지 않을 이 순례에 있어서 내 동반자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새만금 갯벌이 앞으로도 오래도록 건강하게 지내길 바란다.
동시에 나는 바다를 메우기 위해 산을 깎고 돌을 퍼나르는 그 굴착기와 덤프트럭들이 없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실은 굴착기와 덤프트럭에서 나는 자본가의 얼굴을 본다.
겉으로는 남아시아 지진해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기부한다며 엄청난 액수의 돈을 선뜻 내놓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더 많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거저 먹기 위해 갖은 술수를 부리고 있는 그들의 탐욕스런 이빨이 바로 굴착기의 쇠이빨 아닌가.
뭇 생명을 보듬고 있는 드넓은 갯벌을 생각하면서 나는 자본가의 이빨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이 정말이지 슬프고 원통하다.
나의 상상력은 언제나 그들의 기획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
갯벌은 죽어가고 자본가 계급의 기세는 더욱 살기등등해지고 있으니
살아야 할 것은 죽어가고 죽어야 할 것은 펄펄 뛰는 이 세상이야말로 거꾸로 뒤집힌 세상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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