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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까지 0선생님 자서전을 낼 수 있도록 돕기로 했는데
처음에 그 일을 내게 맡긴 K선배가
토요일에 남미로 떠났다.
스스로에게 준 휴가.
지난 여름 정동진해변에서
선배는 말하길
"일 없이 해외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어"
k선배가 나한테 0선생님 자서전 얘기를 꺼낸 건 정말 오래전이었다.
작년이었던 것같다.
0선생님이 편찮으셨고
우리는 0선생님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어드리고 싶었다.
0선생님은 일기를 자주 쓰셨고
그 일기를 다 받은 나는
언니의 도움을 받아 컴퓨터에 다 입력했다.
그 후가 문제였다.
이 글을 어떻게 정리할까요?
여러 번 여쭙고
목차를 순서대로 다 정리해서 k선배에게 보내드렸다.
제가 목차를 재구성해볼까요?
했는데
선배는 아니, 됐어. 내가 좀 볼께.
했고 그리고 또 한 달이 지났고
내가 다시 전화를 해서
연락주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니
내가 그랬니?
했다.
그렇게 미뤄지고 미뤄지고
일의 프로세스를 어떻게 잡아야할지 모르겠고.
내 책을 내고 싶다고 몇번 연락해오는
출판관계자에게 이 책 얘기를 하며 도움을 요청했는데
그 얘기를 했더니 k선배는
"그럼 일이 커지고 복잡해진다"
라고 해서 다시 출판관계자에게 부탁을 취소하고
그리고나서 마지막으로 들은 말은
정동진해변에서 선배가 내게 했던 말,
"나 9월에 남미로 6개월간 여행 떠나는데
그때까지는 책 마치자"
그러셔서
네!!! 하고 나서
나는 또 여전히 기다리다가
k선배가 토요일에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선배한테 연락해서 물어봤어야했는데
토요일에 나는 너무 피곤했다.
금요일에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회원들과의 엠티가 있었고
나는 와인을 준비해갔는데
첫 잔에 취했다.
너무 오랜만에 마셔서인듯.
그래서 취하면 늘 하는 행동인
술 다 마시기.
그래서 혼자 와인 한 병 다먹고
2차에 가서 꾸벅꾸벅 졸고 있으니
들어가 자라고 해서
들어가서 잤다.
그러니까 엠티에 가서
나는 잠만 자고 온 것임.
그래서 토요일은 하루종일 피곤했다.
토요일 하루 종일 잤고
일요일에 교회에 갔다가
밥도 안먹고
집으로 돌아와서 또 계속 잤다.
그리고 저녁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30분 걸은 후
큰애를 기숙사에 데려다주고 돌아와서
또 잤다.
아무리 많이 자도 잠은 끝없이 쏟아지고
그 잠 속에서
나는 해변에서 노는 꿈을 꿨는데
k선배는 다른 사람들하고 요트를 타고 떠나면서
"하루야, 0 선생님 글 중에서 12개만 골라!"
라는 오더를 주셔서
나는 정말 꿈 속에서 너무 기뻐함.
12개만 고르면 된다는 거지?
하고.
깨어보니 꿈이었다.
0선생님의 책은 어떻게 할 것인가.
0선생님은 나날이 쇠약해지시는데
이 일을 제대로 마무리 못하면 평생 짐으로 남을 것같은데
어째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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