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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의 타로카드.
타로카드며 포츈쿠키며 이런 저런 걸 눌러보고 있는데
요즘은 왜 이리 봄날인지. ^^
"지금까지의 긴 여정을 걸어온 충족감이 하루님을 감싸고 있습니다.
하루님의 마음의 성장을 우주는 축복하고 있습니다."
오빠가 빌려준 김형경의 <좋은 이별>.
레나타 살레클의 책을 보고 싶었던 이유는 아버지 때문이다.
<좋은 이별>을 읽다보면 중간중간 레시피가 나오는데 그중 '상실의 목록'에 대한 항목이 있다.
나는 무수히 많은 상실의 목록들을 적을 수 있고 그 첫번째에 아버지가 있다.
레나타 살레클의 문장들을 보면서 나는 그 상실이 오랫동안 나에게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을 잠깐 했다.
그래서 그렇게나 애타게 허문영이 인용한 문장 앞뒤의 것들을 보려했던 거다.
결국 포기를 했는데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선물처럼 다가온 이 책을 보면서 나는 내가 걸어온 그 길 위에서 놓치고 지나갔던 것들을 떠올린다.
며칠 전의 두드러기사건으로 잠깐 김형경을 떠올렸는데
또 다시 이렇게 김형경으로 연결되는 걸보면 정말 사는 일은 반짝이는 힌트,
혹은 숨어있는 보물을 찾는 일인 것같다.
새털같은 시간이 1년, 1달, 1주일의 단위로 나누어져 있다는 건 다행이다.
2010년 1월 1일은 특별하지 않은 날들 중의 하루일 뿐일텐데도
나는 지금 마흔이라는 정류장을 저 앞에 두고 지나온 여정을 돌아보고 있다.
그래서 나도 나루처럼 새해가 온다는 게 참 좋다.
"뭔가를 또 시작할 수 있고 누군가를 또 만날 수 있고 다시 또 실망하더라도 또 갈 곳이 있"으니.
사흘밖에 남지않은 2009년의 끝을 앞에 두고 약간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했으나
뭐 어때, 마흔은 만으로 세어도 되고 2010년은 음력으로 맞아도 되니까
서두르지 말고 하나씩 하나씩 돌이켜보고 정리하면서
그렇게 지울 건 지우고 떠나보낼 건 떠나보내려고.
그래서 2010년은 좀더 말간 얼굴과 마음으로 맞고 싶다.
트라우마라든지 상처라든지 콤플렉스라든지
평생 절대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생의 비밀 따위는 털어버린 채
나는 좀 가벼워지고 싶다.
그럴 수 있으리라.
꿈을 꾸었지 지나간 어린 시절 기억하고 싶지 않은
꿈꾸고 난 뒤 그 때 다시 떠올라 한참을 울고 말았어
지울 수 없다고 생각했던 내가 지나온 날들이었는데
하지만 그렇게 난 그렇게 잊고 있었어
어떻게 그렇게 까맣게 잊을 수 있을까
어떻게 그렇게 까맣게 지울 수 있을까
꿈을 꾸었지 지나간 어린 시절 바다의 풍경이 담긴
가슴을 열면 부드러운 모래위로 밀려오는 파도소리
언제나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하지만 그렇게 난 그렇게 잊고 있었어
어떻게 그렇게 까맣게 잊을 수 있을까
어떻게 그렇게 까맣게 지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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