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거부]

나에게 블로그는 쌈지막한 발언대-무대에서
그냥 공개된 일기장 같은 그런것으로 정체성이 서서히 굳어져 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처음부터 테스트 용으로 만든 이곳은 정체성이 모호했다. 기획도 없었고. 처음부터 잡기장이었지만. 사람이 많이 드나들고 교점이 생기면서. 글 쓸때 거의 항상 가상의 읽는 이를 두고 대화하면서 글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서 프로젝트등을 하다보니 더욱 더..(공지성 글 같은걸 올리고 말이야!)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문제는.. 지금 내 상태다.

블로그에 글을 쓴지 오래 된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림을 그린지도 오래고.
할말이 없는거다.지금 이 열린공간에 쓸 이야기가 없다.(알겠지만 왠지 업데를 안하면 엄청 부담스럽다.-_-)
하지만 읽는 이를 나로만 두었을때 쓸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소재는 국한 되었지만, 표현은 달리해서 이 고통과 지루함과 지난함에 대해서 불평하고, 꿈을 자해하고...등등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나는 지금 아Q나 지하생활자의 수기의 주인공과 어떤때 보다 동일한 상태 이니까.

지금 교실 앞에 불려가 선생님이 일기를 읽으라고 시킨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늘은 참 우울했다.오늘은 참 재미있었다.
일기장도 되지못하고, 의미있는 발언대도 되지 못하는.
이미 사회적으로 이 블로그가 의미화된 공간적 위치는 광장에 있는 작은 발언대에 가까운데. 나는 지금 꺼내 놓을것이 다른 사람이 들어도 별 영양가 없을것만 같은 내 감정에 대한 정리되지 않은 것들 뿐이라. 난감하다. 조금은 창피하고, 왜 이런것을 신경을 쓰는거야 혼자 홱 돌아 섰다 고개 숙이고.

그렇지만 아무것도 출력하지 않고 네트워크로부터 스스로를 차단시키는 것은 원치 않는데...

사실 언제 내가 공적인 글만 썼다고.. 이러나 싶기도.
간단히 줄여 말하면 지금은 짜증과 불평의 계절이라 그런거 밖에 쏟아내지 못하겠는데 그런것 자꾸 쏟아 놓으면 낯모르는 사람한테 이미지 관리도 안되고,-_- 낯익은 사람에게는 미안하다는것.

쓰면 왠지 쓰는 사이 화가 증발되는것 같아서 좋은데.
사무실에만 있는 요즘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읽으면 왠지 불안하고 미안하다.
노는것 같잖아;;(실은 아무도 아무말 하지 않는데. 스스로 노동감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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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1 17:38 2005/03/01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