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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중은 안철수에 환호하는가
현 제도정치에 대한 불신의 반사물
안철수가 예상대로 대선에 출마하였다. 안철수는 현 제도정치를 구악(舊惡)으로 정립하면서, 현 제도정치에 대한 대중의 광범한 불신에 기초해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87년 6월 항쟁으로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 이후 몇 차례의 대선을 거치면서 대중은 새로운 인물을 갈망했다. 이로 인해 제도정당정치에서 비주류였던 노무현과 이명박이 당선될 수 있었다. 그러나 환호는 잠시이고 곧이어 삶은 벼랑 끝으로 치달았다. 대중들이 새로운 인물을 기존의 정당에서 찾는 것을 포기하거나 염증을 느끼던 차에, 새로운 아이콘 안철수를 만난 것이다.
기존 부르주아 정당 입장에서 볼 때 안철수의 등장이 달갑지 않지만, 전체적인 부르주아 체제의 유지와 강화라는 차원에서 볼 때 나쁠 것은 없다. 기존 정치에 실망한 대중이 부르주아 대의제에 대한 근원적 회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 불신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부르주아 정치질서에 부합하는 새로운 인물을 찾고자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의
자유주의적 수렴
몇 차례의 대선을 거치면서 실망한 대중의 다수는 노동자들이다. 그런데 현 정치체제에 대한 대중의 회의와 불신이 계급적 각성과 새로운 정치적 전망으로 이어지기 보다는 역설적이게도 부르주아 정치의 새 얼굴인 안철수에 대한 선호로 이어지고 있다. 원인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안철수의 사고는 사회적 자유주의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자유주의 시장질서 속에서 사회 및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자본의 횡포, 학력과 인맥 사회, 비정규직의 양산, 부익빈 부익부의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대중들 역시 자신의 욕구와 열망의 실현을 이러한 자유주의의 실현으로 놓으면서, 이를 진보로 규정하고 있다.
두 번째는 대중들이 노동자계급정치의 실체와 대안을 마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첫 번째 이유를 더욱더 강화시키고 있다. 기존 정치에 실망을 느낀 대중에게 이를 대체할 정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민노당이나 통진당의 모습은 오히려 정치에 대한 혐오나 실망을 가속화시키기에 충분했다. 계급정치를 외쳤던 정치세력들도 노동현장 내에서조차 그 실력과 신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핵심은 계급정치세력의 등장
안철수를 지지하는 노동자에게 계급성을 잃었다고 훈계하거나, 분노를 표할 일이 아니다. 그들은 충분히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혐오와 실망이 되어버린 정치를 반복시키는 원인이 부르주아정치와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유주의적 전망의 계급적 한계와 문제점을 쉽고 정확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동시에 노동자에게 실망을 딛고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 세력, 노동자의 계급적 정치세력이 제대로 등장하는 것이다.
그래야 현 정치체제를 유지·강화할 뿐인 새 얼굴이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열망을 왜곡하여 수렴하는 것을 막아낼 수 있다.
김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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