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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8/25
    8월 8일, 8월 9일 한국성폭력상담소 양재동 일인시위(1)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2. 2011/08/25
    7월 25일 한국성폭력상담소 양재동 일인시위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3. 2011/08/25
    9월 1일 시와 액숀 의 밤 (한국여성민우회주관 촛불문화제)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4. 2011/08/24
    ohmynews기사, "너희 집에 가서 자고 싶다"한밤 전화... 그래도 괜찮다?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5. 2011/08/24
    여성주의저널 일다 르포, "성희롱 피해자 복직, 불가능한 일입니까?"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8월 8일, 8월 9일 한국성폭력상담소 양재동 일인시위

8월 8일과 9일은 예비 변호사들께서 한국성폭력상담소로 실습을 나와

일인시위에 함께 해 주셨습니다

바람에 날리는 비옷을 보면서.. 새삼 물난리와 그 기간을 견뎠던 농성장이 새록새록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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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고생많으셨습니다.

약하지만 옳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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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5일 한국성폭력상담소 양재동 일인시위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본사 앞 일인시위 진행하신 사진이 늦게서야 도착했습니다

(딱 한달이 지나 올리게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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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폭력상담소 나랑선생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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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리선생님께서 고생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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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 시와 액숀 의 밤 (한국여성민우회주관 촛불문화제)

한국여성민우회에서 9월 1일 촛불문화제를 하세요. 시와 액숀의 밤.. 따뜻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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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기사, "너희 집에 가서 자고 싶다"한밤 전화... 그래도 괜찮다?

 

 
 

 

  
▲ 농성 텐트 청계광장 여성가족부 앞에 설치된 농성텐트. 아산 현대차 공장에서 1인 시위를 하다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서울로 와 농성 중.
ⓒ 이혜경
현대자동차

 

 

서울 청계광장 여성가족부가 있는 건물 앞에는 텐트 두 개가 놓여 있다. 높은 건물들 사이로 땅두더쥐처럼 납작 엎드려 있는 텐트. 지상에서는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는 모습이다. 그 주위의 손피켓과 가로수마다 걸려 있는 현수막에는 이 시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삶이 얼마나 피폐하고 열악한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 텐트는 지난해 9월 자신이 회사 관리자한테 당한 성희롱 피해를 고발했다가 도리어 해고를 당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여성노동자 A씨의 농성 텐트다. 성희롱 피해자가 그 사실을 알렸다고 해고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A씨! 당연히 가해자가 해고될 줄 알았는데 성희롱 피해자인 자신이 오히려 해고된 이 상황을 지금도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한다.
 

그녀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사내하청지회에 가입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부당함을 진정한 후 해고를 당하였다. 해고 사유는 '사회 통념상 근로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란다. 현대차 하청업체의 통념은 성희롱을 당해도 말 한마디 하지 말고 당해야 한다는 것인지.

 

지난 20일 여성가족부 앞 농성텐트에서 A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래는 일문일답. 

 

- 과정을 잠깐 설명해주시겠습니까?

"2008년부터 하청업체 조장과 소장에 의해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하다가 2009년 말 참다 못하고 동료에게 가해자가 보내온 문자메시지를 보여주며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 이후 회사에 그 사실이 알려졌어요. 그런데 가해자인 소장이 회사 내 인권위원회를 소집하여 피해자인 저에게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리더군요. 이유는 문자메시지를 보여준 것이 사내의 선량한 풍속을 문란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재심을 신청했더니 감봉 3개월로 징계의 수위가 낮아졌어요. 그래서 그냥 지냈어요. 그런데 회사안 분위기가 가해자들이 중심이 되어 알게 모르게 압박이 가해지는 것입니다. 대놓고 그러지는 않지만 비아냥거리는 그런 분위기였죠. 제가 저절로 회사를 퇴사하게 만드는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국가인권위원에 진정서를 내게 된 것입니다."

 

- 어떤 식으로 성희롱을 하던가요?

소장은 "너희 집에 가서 자고 싶다" 등의 내용으로 한밤중에도 수차례 전화를 했습니다. "왜 오려고 하느냐?"고 물으면 "내 맘이다"라는 식으로 안하무인이었습니다. 나중에 뭔가 대책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에 녹취를 해두었습니다. 작업 도중에는 제 엉덩이를 무릎으로 치고 어깨와 팔을 주물럭거리는 성추행에 가까운 행동도 했습니다.

 

게다가 "간밤에 힘 좀 썼더니 오늘은 기운이 딸린다", "나는 밤새 해도 끄떡없다", "○○○(피해자 이름을 대며) 그 년이 대줄 것 같은데 대주지 않는다"는 음담패설에, 작업지시를 할 경우도 "XX, 개X같다. 말도 안 듣는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 이런 욕설도 심했구요.

 

조장은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문자메시지에, "우리 둘이 자고 나도 우리 둘만 입 다물면 누가 알겠느냐?"고 해서 들은 척도 안 했더니, 전화로 "밤길 조심하라"며 협박까지 했어요. 이런 일을 당한 사람이 비단 저뿐이겠습니까? 말을 안 하고 있어서 그렇지. 저 역시 처음에는 시끄러운 것이 싫어 모른 척했더니 점점 심하게 계속되는 바람에 인간적인 모독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성희롱 피해자는 해고, 가해자는 징계도 없이 고용승계 

 

- 국가 인권위에는 언제 진정서를 냈나요?

"2010년 9월 3일 진정서를 냈습니다. 그러자 하청업체는 9월 20일 저를 해고하고 11월 4일 폐업했습니다. 현재는 피해자인 저를 제외하고 가해자까지 포함한 전원은 고용승계되어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현재 법적으로든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아무것도 없습니까?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피해자에게 가해진 것은 성희롱이 맞다는 결정문이 나왔습니다. 그 결정문에 의하여 성희롱을 한 가해자 두 명과 그것을 묵인한 하청업체 사장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권고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 모두 거부하고 주지 않고 있습니다.

 

더구나 하청업체 사장은 오히려 손해배상 6500만 원을 청구하는 맞고소를 한 상황입니다. 노동부는 그 회사가 폐업을 하였으니 원직복직을 권유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이유로 어떤 해결책도 내어놓지 않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성희롱 결정문을 내린 것으로 자신들의 일은 다 했다는 입장이고, 여성가족부는 성희롱예방교육이 담당이지 이 문제는 여성가족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 농성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나요?

"회사가 폐업신고를 낸 후 다른 사람은 고용승계가 되는데 저는 되질 않자 회사 앞에서 1인시위를 했습니다. 그때 아산공장 회사 관리인들이 와서 앉은 자리의 비닐도 다 빼앗아가는 바람에 그 추위에 비닐 한 장 없이 맨땅에 앉아 시위를 했습니다. 그곳에서 아무리 농성을 해도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질 않아 서울로 온 것입니다.

 

여성의 문제라 청계광장 여성가족부 앞에서 텐트를 치고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9월 9일이면 상경 농성한 지 100일이 됩니다. 해고당한 지는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이렇게 길게 오래 갈 줄 저도 몰랐습니다. 갈수록 고공크레인에 올라간 김진숙 동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해결되지 않고 물러설 수 없다는 마음이 듭니다."

 

- 그렇다면 이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습니까?

"가해자 처벌과 저의 원직복직입니다. 현대자동차에서 다른 회사에 취업 알선해 주겠다고  지나가는 듯한 말로 제안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다른 회사 취업 정도는 저 혼자 힘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억울함도 있지만 다만 그것뿐이라면 제가 이렇게 긴 농성을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저의 해고가 억울해서 시작한 농성이었지만 지금은 이것이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근무할 때 회사의 이름은 ㄱ물류였습니다. 그때 함께 일했던 직원들이 ㅎ기업이라는 새로운 회사에 그대로 고용승계되었습니다. 저를 성희롱했던 조장도 그 회사에 그대로 갔습니다. 설혹 원직복직된다고 하더라도 저를 성희롱했던 그 가해자와 함께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반드시 그 가해자를 처벌하고 저는 원래 제가 있었던 그 자리로 돌아가는 일, 즉 원직복직이 제가 원하는 것입니다."

 

  
▲ 피해자 대리인 권수정 님 피해자는 얼굴 찍는 것도 두렵다고 한다. 그래서 피해자 대리인인 권수정씨가 씩씩하게 피해자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 이혜경
성희롱

 

 

여성가족부가 유일하게 해준 말, "건물주가 텐트 철거하래요"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라며 그렇게 법을 지켜야 한다고 떠드는데, 법률적으로 성희롱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법 하나 없는 것이다. 다시 한번 과연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가슴이 답답해졌다.

 

A씨 옆에 항상 그림자처럼 다니는 분이 한 분 계시다. A씨의 대리인 권수정(38,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해고노동자)씨. A씨는 자신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대리인인 권수정씨에 의해 사건은 진행되고 있다. 성희롱, 성추행 사건은 언제나 이렇다. 피해를 당한 여성이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네가 헤프니까 그렇지' 하는 그런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하지만 얼마 전, 여성들이 옷을 야하게 입었다고 남성들의 성욕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슬럿워크(slut walk) 행사도 있지 않았나. 더구나 여성 당사자가 분명 싫어하는데도 계속 추근대는 것은 명백한 성희롱이다.

 

아래는 A씨의 대리인 권수정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여성가족부도 국가인권위도 노동부도 다 손을 놓았는데 이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는 누구인가요?

"이제 현대자동차가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의 특단의 조처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폐업했지만 그 회사가 현대차의 하청업체였고 지금도 회사 이름만 바뀌었지 사원들은 그대로 고용계승되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피해자를 원직복직시키기가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가 일했던 그 자리에 복직시켜 주는 것이 피해자가 바라는 것입니다. 다만 가해자와는 함께 일을 할 수 없습니다. 가해자를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 조건입니다."

 

- 상경까지 하여 농성하는 있는데, 지금 이 사건이 어느 정도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까?

"그동안 많은 언론에서 취재를 해갔습니다. 얼마 전에는 KBS에서도 취재를 해가지고 갔습니다. 방송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촬영은 해갔습니다."

 

 

 

 

 

 

- 함께해주시는 단체는 어디입니까?

"정말 많은 단체들이 함께해주시고 계십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와 다함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대, 금속노조, 전국여성연대, 전국학생행진,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등 정당과 노동조합 각 시민단체들이 지금 속속 결합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힘을 꼭 보여주고 이 문제를 해결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여성들의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직장내 성희롱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뿌리 뽑아야 합니다. 사회적 약자층인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이 야만적인 처사가 묵과되는 것을 손놓고 지켜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일입니다."

 

여성들이여, 현대자동차를 거부하라!

 

-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까?

"저녁마다 문화제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21일에는 상경 50일 촛불 문화제를 하였고 8월 18일에는 8월의 크리스마스 행사도 하였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행사를 기획하게 된 것은 농성장의 건물주가 저희들의 농성을 막고자 대형 화분을 길에 설치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화분을 크리스마스트리처럼 꾸미기로 한 것입니다. 우리의 농성을 방해하고자 놓은 화분에 우리의 소망을 담았습니다. 어떤 탄압도 우리의 상상력을 당해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웃음)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제목을 붙인 것은 올해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에 이 농성을 마무리하고 피해자가 원직복직되기를 원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앞으로 후원금 마련을 위한 티셔츠 판매, 희망 걷기 대회, 상경 100일 촛불 문화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매일 양재역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1인시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비장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 발표할 수가 없습니다.(웃음)"

 

-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건물주가 농성장 텐트를 철거하겠다고 공문을 보냈습니다. 이유는 건물의 지하실 누수로 인한 방수 공사 때문이라고 하지만 결국 농성을 해체하겠다는 뜻일 것입니다. 여성가족부에 서운한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여성문제로 농성을 하고 있는데 여성가족부 사무관이라는 분이 딱 한 번 내려와 하신 말씀은 농성장을 치워달라는 건물주의 말을 전한 것뿐입니다.

 

여성가족부가 피해를 당한 여성의 대변인이 아니라 건물주 대변인 노릇이나 하고 있다는 사실이 슬픕니다. 여성가족부라면 당연히 여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뛸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나 몰라라 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국민이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니 국가란 정말 무엇인가 하는 생각, 여성의 문제에 여성가족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니 여성가족부란 왜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는 역시 돈 문제입니다. 현재 형사 민사 소송을 해야하다 보니 소송 비용이 몇 백만 원씩 듭니다. 그리고 A씨의 생활비도 문제입니다. 십시일반 도와주고는 있지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입니다. 어쩌면 현대자동차나 국가도 피해자의 이런 약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제풀에 떨어지기를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힘든 이야기를 하면서도 권수정씨의 태도는 참 밝고 명쾌하다. 대리인으로서의 자질은 만점 이상이다. 피해자를 위해 저렇게 뛸 수 있는 대리인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살짝 물어보았다. 후원금을 받고 있느냐고. 반색을 하는 권수정씨의 장난스럽기까지 한 표정. 그러면서 전단지 한 장을 주었다 후원계좌번호가 적힌.

 

인터뷰를 하는 동안 희망과 좌절이 교차하였다. 일반 시민들과 진보정당과 진보단체들의 열렬한 지원과 응원 그리고 격려는 희망이다. 그런데 국가와 국가단체, 그리고 현대차라는 거대한 골리앗은 "너희들 쓸데없는 일 하고 있어. 빨리 좌절하고 집으로 가라"는 메시지만 주고 있다.

 

둘러보면 세상은 온통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골리앗의 큰 덩치와 힘으로도 이길 수 없는 지혜를 다윗은 가지고 있다. 우리는 지혜를 모을 것이다. 그리고 골리앗을 무너뜨릴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지만 가야할 길이다. 이 땅의 여성들이 돈이 없다는 이유로, 지위가 낮다는 이유로 힘이 없다는 이유로 직장 내에서든 어디에서든 성희롱, 성추행에 시달려서는 안 될 것이다. 당당하게 자신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A씨와 권수정씨가 절대 지치지 말기를 바란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문제와 여성에 대한 성희롱 피해 문제가 함께 맞물려 있는 이 사건은 꼭 해결해야 할 우리 사회의 중요한 여성문제이다. 내 문제가 아니니 상관하지 않겠다고 생각하지 말자.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문제다. 그래서 말한다.

 

"성희롱 피해자 부당해고 묵인하는 현대자동차! 여성들이여 거부하라!"

 

  
▲ 현수막 성희롱 피해자 부당해고 묵인하는 현대자동차! 여성들이여 거부하라!!
ⓒ 이혜경
성희롱
 

덧붙이는 글 |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트위터 @bluebire_bokjik, 블로그 blog.jinbo.net/bokjik

2011.08.24 14:10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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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저널 일다 르포, "성희롱 피해자 복직, 불가능한 일입니까?"

 

성희롱피해자 복직, 불가능한 일입니까?
[르포] 여가부 앞 농성중인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피해자를 만나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희정
 
 
▲ 여성가족부 앞에 설치된 농성텐트.  
풋사과 몇 개를 들고 찾아갔다. 웃으며 인사를 하고 은박 돗자리를 깔고 앉아 소풍 나온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솔직히 나는 묻고 싶었다. “괜찮으세요?”
 
‘그녀’는 풋사과를 휴지로 닦아 한 입 베어 물었다. 여물지 못해 단맛이 적은 사과임에도 그녀는 맛있다고 했다. 그녀 옆으로 크고 작은 차들이 쉼 없이 지나갔다. 나들이객들은 청계천 아래로 내려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에 발을 담갔다. 어린 아이들이 탄 마차를 끌며 돌아온 관광상품 늙은 말이 돌바닥에 느린 말발굽 소리를 냈다. 그녀는 청계천 주변, 아스팔트 대신 깔린 돌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밤에 차가 지나다니면 저 돌바닥이 울려오는데, 잘 수가 없어. 머리까지 드르륵 울려대는데……”

좁은 텐트에 누인 몸은 소음에 시달린다. 한밤을 가리지 않는 이동차량만 소란이 아니다. 청계천 번화가에서 술을 먹고 온 남정네들이 그녀가 잠든 텐트 앞에 와 주정을 한다. 그들이 시청 인근 농성장 중 유독 그녀가 잠든 곳으로 찾아오는 이유는, 아무래도 텐트 앞에 걸린 플래카드 때문인 듯하다.
 
“성희롱 피해자를 복직시켜라”
 
머리 위로 이런 문구를 이고 그녀는 청계천 광장 한복판에 앉았다. 오며 가며 자신을 힐끔거리는 사람들의 시선과 하루를 보낸다. 그녀는 성희롱 피해자다. 사람들의 시선에 낙인이 찍힐까 그녀는 불안하다. 움츠러든다. 그런데도 거리에 나왔다. 그것도 아산에서부터 올라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섰다.
 
여성가족부 앞 노숙농성을 결심하기까지
 
서울까지 올라온 이유를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라고 했다. 억울해 부글부글 속이 끓는데,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녀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인 <금양물류>에서 14년간 근무했다. 그곳에서 관리자인 소장과 조장으로부터 일상적인 성희롱을 당했다. 그런데 사건이 알려지자 정작 해고된 이는 ‘그녀’ 자신이었다. ‘회사 내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는 이유였다.
 
가해자는 버젓이 회사를 다녔다. 그녀는 복직을 요구하며 <금양물류>의 원청인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정문에서 1인 시위를 했다. 가해자는 회사 정문까지 찾아와 그녀를 비웃고 지나갔다. 현대자동차 용역직원들은 그녀를 향해 윽박질렀다.
 
“아줌마는 성희롱 당하고 쪽 팔리지도 않느냐.”
“정문 앞 인도도 현대자동차 땅이니 나가라.”

 
눈이 쏟아져도 비닐 한 장 덮지 못하게 했다. 우산 하나 담요 하나 눈에 보이면, 몸집이 큰 용역직원들이 쫓아 나와 눈을 부라렸다. 어느 한 날은 용역 직원들이 폭력을 휘둘렀다. 맨발로 차도까지 끌려 나온 그녀는 길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병원에 실려가 전치 4주를 받았다. 점심때가 되자, 그녀는 안 넘어가는 밥을 꾸역꾸역 입에 넣으며 말했다. “밥 먹어야지. 잘 먹어야지 잘 싸우지.”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앞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성희롱 피해 여성노동자.

<금양물류>에 들어온 첫날부터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관리자들은 성적인 농담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졌다. 일하는 여자들의 엉덩이를 치고 가는 것은 예사였다. 하는 품새가 하도 당당해 그녀는 불쾌한 자신이 이상한 것인가 싶었다. 여성노동자들은 음담패설을 받아주기도, 피하기도, 뒤에 가서 화를 내기도 했다. 어찌되었건 모두 앞에서는 말하지 못했다. 속으로 삭였다. ‘저 새끼들은 원래 저런 새끼들이니까. 일일이 저런 얘기에 신경 쓰면 회사 못 다녀.’ 신경 써봤자 어쩔 수 없었다. 욕설과 성적인 농담을 던지는 이는 정규직이나 관리자였다. 못 참겠으면 개인이 그만두는 수 밖에 없었다.
 
‘그녀’도 농담(?) 정도는 참아왔다고 했다. 그러나 농담은 수위를 더해갔다. 가해자로부터 너랑 자고 싶다는 연락이 한밤중에 오기 시작했다. 참기를 포기하고 그녀는 이 문제를 회사에 알렸다. 그러자 회사는 피해자 그녀에게 정직을 내렸다. 처음에는 6개월, 재심을 요청하자 3개월의 정직이 결정됐다. 직장에 복귀하자 가해자들이 주도하는 따돌림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어느새 사내에서 ‘남자 잘 꼬시는 여자’가 되어 있었다. 14년을 일한 회사였다.
 
그러던 중 2010년 7월, 대법원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을 냈다. 불법으로 사용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시켜야 한다는 판결이었다. 당시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았던 그녀는 이 소식을 뉴스를 통해 알았다. 그녀에게 정규직이라는 희망이 스쳐갔다. ‘정규직이 된다.’ 동시에 물음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내가 정규직이라면 이런 대우를 받았을까?’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질문이었다. 정규직이 아니기에, 어떤 보호망도 없이 관리자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하청 노동자 신세이기 때문에 숱한 욕설과 추행, 성희롱에 말 한마디 못하고 당해 왔다는 것을.
 
그녀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찾았다. 그곳에서 지금의 대리인, 권수정 조합원을 만났다. 며칠 후, 성희롱 문제가 노동조합 소식지에 났다.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을 냈다. 그리고 그녀는 징계해고 됐다. 나흘 후, 그녀가 다니던 하청업체가 폐업을 했다. 그녀를 제외한 모든 직원들은 <형진기업>에 고용승계 됐다. 물론 그 속에는 가해자도 포함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해 겨울, 대법원이 인정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노동조합 조합원 대다수가 해고를 당한다. 온갖 탄압에 노동조합마저 휘청거리자, 그녀는 정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다. ‘아무것도 안 바뀌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 이런 심정으로 짐을 쌌다. 서울행을 결심한 것이다. 대리인 권수정 씨도 그 짐을 함께 쌌다. 그것이 올해 5월 31일의 일이다.
 
하청업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갈 곳이 없다”
 
그녀의 대리인 권수정 씨는 여성가족부 앞에서 농성을 하기로 결정을 하며, 그 앞 청계 거리를 우려의 눈으로 바라봤다. 청계 광장은 밝았다. 사람들은 즐거워 보였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권수정씨는 걱정했다. 언니(성희롱 피해 여성)가 이들을 보며 자신을 더 어둡게 느끼면 어떻게 하나.
 
서울로 올라오는 일은 쉽지 않았다. 50여명의 해고와 징계에 허덕이는 노동조합이 흔쾌히 상경하라고 등 떠밀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피해자가 억울한 마음에 큰 결심을 했는데 자신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잡을 생각도 없었다. ‘그녀’와 수정씨는 그저 노동조합을 통해 만들어진 인연일 뿐이었다. 그러나 수정씨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아플지, 그녀의 결단이 얼마나 큰 두려움을 밀치고 나온 것인지. 알 수 밖에 없었다. 수정씨 자신도 ‘그녀’의 입장에 선 적이 두 차례 있다. 금속노동조합 동료가 가해자가 되는 순간을 경험했다. 수정씨는 싸웠고, 애썼고, 좌절했다.
 
같은 마음으로 두 여자가 서울로 올라왔다. 번듯한 여성가족부 건물 앞에 ‘애기무덤’ 같다 불리는 작은 텐트 두 동이 놓였다.
 
여성가족부는 자신들은 성희롱 예방교육을 담당할 뿐이라며, 성희롱 사건은 해결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인권위의 성희롱 판정은 실질적인 힘이 없었다. 노동부는 이미 하청업체가 폐업되었으므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그녀가 일한 14년간 하청업체만 7번이 바뀌었다. 직원들은 같은 자리에서 일하기만 하면 됐다. 원청에서 내려 보낸 바지 사장들만 바뀐 것이다. 이런 위장폐업에도 노동부는 어쩔 수 없다고만 했다. 제 각기 이유를 들며 그녀들을 외면했다. 복직이라는 해결의 열쇠를 쥔 현대자동차는 하청업체의 문제라며 자신들의 책임을 부정했다. 오히려 용역직원을 불러다 그녀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그녀는 한탄했다. “나는 어디로 가? 이 나라 어느 곳에도 갈 데가 없는 거야. 힘 없는 여성들은, 억울하게 당한 여성들은 갈 데가 없는 거야. 이게 현실인가 봐.”
 
공감, 격려, 연대…농성장으로 이어지는 발길들
 
▲ 현대자동차 본사 앞, 성희롱 피해자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1인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자칫하면 단란한 청계 광장에서 그녀들의 텐트가 무덤처럼 놓일 뻔했다. 그러나 행인들이 발길을 멈췄다. 그녀들이 농성 텐트를 세운 첫 날, 누군가 다가와 아이스크림 통을 건넸다. 누구냐고 물었더니, 힘내시라고 말하고 서둘러 가버렸다. 어떤 사람은 돈을 건네고, 어떤 사람은 말을 나누고, 어떤 사람은 자신도 성폭력 피해자인데 어떻게 싸워야 하겠냐고 조언을 구하고 갔다.
 
사람들은 발길을 멈추고, 우호적인 표현을 해왔다. 우호의 이유는 공감이었다. 이 길을 지나는 여성 누구나 성폭력 위협을 겪고, 그런 상황에 맞닥트려 분노하고 속상하고 억울하고 수치스러워 했던 경험들을 갖고 있었다.
 
이들의 반응이 ‘그녀’는 놀라웠다. “이렇게 성희롱 당하는 여자들이 많은지 나도 몰랐어요. ‘잘 싸운다’ ‘대단하다’ 그런 말들을 하고 가는데, 들을 때마다 내가 지금까지 겪었던 고통이나 힘든 것들이 사그라지고 녹는다고나 할까. 위로가 된다는 거지.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참 많구나. 그리고 내 싸움이 그 사람들한테 위로가 되는 거 같아요. 누군가 이 문제로 싸우고 있다는 자체가.”
 
힘을 주고,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텐트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누구는 감자를 쪄오고, 누구는 삼계탕을 끓여왔다. 도시락을, 베개를, 만화책을, 꽃이 그려진 걸개그림을 손에 들고 왔다. 각자 나름의 호의, 공감, 격려, 연대의 표현이다.
 
시청 주변에 놓은 수많은 농성장들도 그녀의 위안이 된다. 그녀의 주변에는 1000일 넘게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농성을 하는 재능교육 노동자들이 있다. 조금 더 가면 재개발 철거에 맞서 삶터를 지키는 명동 3구역 세입자들이 있다. 이 외에도 유성기업, 한진중공업 등 정리해고에 맞서 싸우는 이들이 있다. 그 농성장들을 오며 가며 그녀는 깨닫는다.
 
“이 시대에 아프고 억울하고 힘들게 싸우는 사람이 나만 있는 게 아니구나.”
 
기운을 받는다. 그러나 가장 큰 위로와 기운은 대리인 권수정씨에게 향한다.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그녀가 이 넒은 곳에서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대리인 수정씨 밖에 없다. 그런데 정작 수정씨는 ‘그녀’로 인해 자신이 위안을 받는다고 한다.
 
“작년 성폭력 사건으로 휴식을 하고 6월에 복귀하자마자 8월에 피해자 대리인이 됐어요. 내가 살면서 2번씩이나 성폭력 사건을 경험했는데, 정말 다른 사람들이 말대로 내가 독한 년이고 내가 문제가 있어서 이런 일을 당하는 걸까. 논리적으로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내가 왜 당해야 하는 걸까, 이런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참 마음이 편해졌어요. 아…… 내가 우리 언니 대리인 하려고 그랬나 보다. 전혀 논리적이진 않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음이 편해진 것이 있어요. 참 다행이다. 당장 언니를 복직시키지 못하고, 나라는 사람이 못하는 것도 많지만 적어도 내가 언니 마음을 아니까, 다행이다. 적어도 언니가 답답한 것은 없게 할 수 있겠다. 그래, 잘 할 수 있지. 왜냐면 나는 피해자가 이런 말을 들을 때 이런 눈빛을 받을 때 어떤 심정인지, 그리고 얼마나 그런 문제에 예민해지는지,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아니까.”
 
수정씨 또한 이 싸움에서 나름의 위안을 받고 있다 했다. ‘그녀’의 싸움이 사람과 만나 위로가 되어간다.
 
용기를 잃지 않기 위한 싸움
 
▲ 여성가족부 앞 농성 50일을 맞아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이 걸개그림을 그리고 있다.  
8월 18일, 많은 사람이 농성장을 찾았다. 매일 저녁 촛불 문화제가 농성장에서 열렸다. 이날 문화제 명칭은 “8월의 크리스마스”다. 사람들이 색색의 종이에 ‘그녀’의 복직을 요구하는 글을 써 나무에 매달았다.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 같다. 여성가족부 건물주가 농성장을 가리려고 세워둔 화분이 트리나무 역할을 했다.
 
사진을 찍다가 종이에 쓰인 글 하나를 보았다. “성희롱 피해자가 가해자의 사과를 받고 억울한 해고에서 구제받는 것이 8월에 크리스마스가 오는 것만큼 불가능한 일일까.”
 
‘그녀’와 대리인 권수정씨에게 이 싸움의 의미를 물었다. 그녀는 자신으로 인해 현대자동차 내부에 성희롱 예방 교육이 진행됐다며 웃는다. 현대자동차 는 그녀의 사건이 사회적으로 알려지자,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가졌다. 그녀는 지난달 7월,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해 생긴 불안우울장애를 산업재해로 신청한 첫 사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녀는 ‘싸우지 않았다면, 결코 그런 일은 없었겠죠?’라고 묻는다.

 
“지금도 수많은 사업장들 속에서 성희롱 당하는 여성들이, 말 못하고 참는 여성들이 있을 거라고요. 이건 여성 인권의 문제예요. 자존심 문제예요. 처음에는 내가 억울해서 싸움을 못 접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알려졌는데 내 싸움이 진다면 부당하게 성희롱 당하고 부당하게 해고되는 여성들도 싸우고 싶어도 못 할 거라는 생각으로 계속해요. 못 싸우지. 용기를 못 낼 거라고요. 이렇게 싸우고도 진 것을 봤는데. 그걸 막기 위해서 반드시 이겨야 해요. ‘거대한 현대자동차 기업하고도 싸워서 이겼다는데, 나도 싸워봐야지. 부당한 것을 말해야지’ 이런 용기를 주고 싶어요. 이기고 싶어요, 꼭.”
 
그렇지만 돌아서 묻는 그녀다. “나 겨울까지 여기 있어야 해?”
 
그 말을 들었다는 권수정 씨는 그저 말을 내게 전할 뿐인데도, 왈칵 눈물이 고인다. 아산 공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작년 겨울을 잊을 수가 없다는 수정씨의 ‘언니’다. 수정씨는 싸움의 의미를 말했다.
 
“파견법 제도에 의해서 대공장 하청업체 여성 노동자가 얼마나 취약한 노동조건에서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싸움이에요. 심지어 여성 노동자에게 성을 요구하고, 그것이 잘못됐다고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해고되는 일까지 벌어지는 대한민국이 이렇게 천박하고 야만적인 상태라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의미가 있어요.
 
그런데 하나 더 보탤 것은 언니가 싸워서 보여주었다는 사실이에요. 이 여성이 참지 않고 그렇게는 살 수가 없다며 몸을 일으켜 싸우면 탄압도 있지만 반대로 연대도 있다는 것을. 여기 농성장은 참 풍요로워요. 당장 이슈가 되진 않아도 오시는 한 분 한 분이 그만큼 소중하고, 그들이 하는 표현이 참 따듯해요. 그 과정이 복직과 무관하게, 언니에게 치유의 한 방법이 되어가는 거 같아요.”
 
▶사진출처: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http://blog.jinbo.net/bokjik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진흥기금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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