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동(花童)의 추억과 행동하는 양심
<현지르포-⑤>인간의 구원과 ‘하의도 음식 연포탕’

[브레이크뉴스 선임기자 박정례]= 아름다움이 지니고 있는 선(善) 기능은 대단한 것이다. 사람이든 땅이든 그 어떤 상징물이라도 말이다. 그런데 미추(美醜)에 관한 기준은 우아미, 인공미, 자연미, 골격미, 관능미 등 실로 다양한 관점에서 논할 수 있는 영역이다. 주관과 객관, 때로는 구상과 추상이 교차하고 시대와 사람에 따라서 선호하는 유형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러더라도 인간은 유사 이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속성에서 단 한 치도 비켜난 적이 없다. 그러면서 아름다움은 많은 부분에서 우리를 구원한다. 바로 인간의 삶과 인생에 기폭제가 되고 때로는 창조와 발전의 에너지원으로 작용한다.

연화부수(蓮花浮水)의 땅 하의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은 미적인 측면이 강한 별칭을 갖고 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지형이 물위에 떠있는 연꽃 형상이라 해서 생긴 연화부수(蓮花浮水), 어감도 좋고 발음하기에도 꽤나 부드러운 이름이다. 그러니 어떤 분야에서든 아름다운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면 저마다의 가치 상승을 위해서라도 좋은 일임에 분명하다.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다. 그 어느 절집에 가더라도 쉽사리 마주할 수 있는 문양이다. 석가탄일에 내걸린 화려한 연등 행진이 아닐지라도 창살무늬며 단청 등 불교와 유관한 많은 용품에서 연꽃무늬는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이 중 제일의 압권은 대웅전에서 석가모니부처가 커다란 연꽃을 깔고 앉아 미소를 머금고 있는 불상이 아닌가 싶다.

다른 종교를 보자. 천주교에도 상징 꽃이 있다. 가톨릭에서는 미사를 드릴 때 제단을 온갖 예쁜 꽃으로 장식하는데 특히 예수의 어머니 성모마리아 축일에는 장미꽃을 온통 사용하여 전례를 진행한다. 성모를 아름답고 복된 여인이라 해서 장미의 계절 5월을 성모의 달로 정하고 장미꽃을 성모의 꽃으로 찬탄한다. 한편 예수의 양아버지인 성(聖) 요셉을 상징하는 꽃은 백합이다. 처녀의 몸으로 아기를 밴 마리아를 내치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아내로 맞아들여 성가족을 이룬 공로와 그의 고결한 인품을 찬양하는 뜻으로 백합을 성 요셉의 상징 꽃으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연꽃은 어떤 이유에서 불가의 꽃으로 쓰이는 것일까. 연꽃은 늪이나 연못의 진흙 속에 몸을 담고 있지만 맑고 청정한 꽃을 피워내는 속성으로 인해 탐욕에 물들지 않고 고결함을 추구하는 나타낸다. 또 꽃이 피는 동시에 열매를 맺는 속성으로 인해 득도를 상징한다. 득도는 성불이다. 이어 연꽃은 세속을 초월한 경지를 함유한다. 그것은 곧 구도자의 고상한 기품과 덕목에 비유될 수 있어서이다.


여객터미널의 인상


하의도로 화제를 돌려본다. 목포에서 출발하는 쾌속선은 7시 10분에 뜰 예정이다. 모두 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길을 나섰다. 싸늘한 바람 속에서 바라본 항구의 모습은 오롯이 어둠과 불빛으로 대변됐다. 물결에 비친 가로등은 다채롭게 흔들리며 항구를 장식하고 있었다. 그 틈을 가르며 우린 발걸음을 서둘렀다.

여객터미널의 첫인상은 한가하기조차 했다. 그러나 개찰을 하고 들어서자 딴 세상이 열려 있었다. 군락을 이루고 있는 여객선들이 저마다 손짓을 하며 소리를 높이고, 이를 좇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분주했다. 항구는 그렇게 아침부터 바쁜 일과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 1025개의 섬 중 72(76개라는 설도 있음)개의 유인도와 무인도 935개소로 이뤄진 신안군, 각 행선지로 떠나는 배들이 너나없이 출발을 다투고 있는 모습이었다. 새삼스럽게 목포는 ‘섬들의 수도’요 신안은 ‘섬들의 고향’이라는 지역민들의 표현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목포를 출발한 쾌속선 엔젤호는 1시간 만에 우리를 목적지로 데려다줬다.

대통령의 섬 하의도 오전 8시, 일행은 곧장 후광리 97번지로 달려갔다. 방문 목적에 부합하는 최우선 목적지였다. 신안이 초행길인 우리 두 사람이나 신안군 출신인 문 선생이나 모두 하의도는 처음이다. 우리가 미리 합의를 본 일정은 대통령의 생가 방문 외에는 미리 정해진 것은 없었다. 나머지 일정은 덤으로, 홀가분하게 보내도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우린 ‘하의도 농민기념관’에 이어 ‘하의초등학교’ 등을 찾았다.

화동(花童)의 추억

하의농민기념관을 떠나 하의초등학교에 다다랐을 때다. 문 선생은 어렸을 적 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서 자라도를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에게 꽃다발’을 건넨 기억을 말해줬다. 67년 제 7대 국회의원 선거였던가 보다. 박정희 정권은 김대중을 떨어뜨리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공화당 후보를 뽑아만 준다면 목포가 뒤집어질 만큼 발전시켜주겠다는 공약을 퍼부었다. 떠오르는 젊은 정치인 김대중 한 사람을 누르기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것이다. 내각을 통째로 옮겨와 목포에서 내각회의까지 주제하며 올인 한 박정희였다. 김대중으로서는 져서는 안 될,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선거였다.

김 대통령에게 꽃다발을 건넨 당시의 꼬마는 자라서 그의 지지자가 됐다. 그가 문철권 씨다. “우리 동네는 그 당시 접안시설이 돼 있지 않았다. 타고 들어온 배를 놔두고 종선으로 갈아타고 들어와야 했다.” 작은 배로 갈아타고 들어오던 김 대통령을 기다렸다가 달려가 꽃다발을 전한 장면이 슬로비디오처럼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했다. 다섯 살 꼬마는 자라 지금 50대 후반의 어른이 됐다.

그 기억들은 어디서 무엇이 되었다가 이제야 되살아난 것일까. 어린 화동(花童)의 가슴에 안겨있던 꽃무더기들이 한 토막의 이야기로 피어나고 있다. 말을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어린 시절의 추억담에서 파생된 기억의 파편을 줍기에 한창이다. 김대중에 대한 촌노의 발심(發心)은 손자의 가슴에 꽃다발을 품어 전하도록 하였다. 지금처럼 화원이나 꽃집이 흔한 세상도 아니던 시절, 총 가구 수라야 200여 세대 밖에 안 되던 작은 섬 자라도는 더구나 그랬다. 하지만 노인은 기어코 김대중을 꽃으로 맞았다.

그 모든 것이 합을 이뤄 선을 이루는 결과를 냈다. 촌노의 발심과 수많은 ‘행동하는 양심’들이 모여 김대중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5번의 죽을 고비와 6년간의 감옥살이와 55번의 가택연금과 10년간의 망명생활 중에도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꿈을 포기하지 않은 김대중도 대단하지만 그를 저버리지 않은 지지자들도 장하다. 그는 견뎠고 지지자들은 그가 부활할 수 있도록 수혈을 계속했다. 해해연년 피고지고피고지고 또 피고 지는 꽃처럼 그의 꿈이 자신들의 염원이 다시 피어나도록 50년 가까이 그 일을 계속했다.

문 선생님의 할아버지께서는 ‘행동하는 양심’ 족이었나 보다. 둘은 약속이나 한 듯이 같은 말을 했다. 문 선생은 “아~ 내가 그 일 때문에 대통령님 지지가 돼 부렀소.”하고 대답한다.  

연포탕과 고향의 맛

식당에 앉았다. 비교적 이른 점심이었다. 메뉴를 고르며 든 생각, 여러 끼니를 비싼 생선 요리만 먹었다싶었다. 한 끼쯤 된장찌개도 괜찮겠지 하고 있는데 “하의도에 왔으면 연포탕 정도는 먹고 가야 하지 않나요?”하는 문 선생의 말이 들려왔다. 연포탕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문 선생의 기세가 좌중을 압도하는 것 같았다. “아 예~ 전 좋습니다.” 베로니카 씨가 재빨리 응수를 했다. “좋은 거면 저도 뭐 괜찮습니다.” 재청하듯이 나도 맞장구를 쳤다. 점심 메뉴는 문 선생의 주장대로 결정되었다.

낙지 대가리를 연포라 했다. 하지만 연포만으로는 조리를 하지 않는단다. 낙지를 주재료로 해서 맑은 국물이 있게 하는 낙지요리를 연포탕이라고 했다. 음식이 나오자 “바로 이 맛입니다. 아~ 개운하다.” 문 선생이 국물을 떠먹으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모처럼 찾은 하의도인데다 원하는 음식까지 앞에 놓고 보니 기분 나이스인가 봤다. 기념으로 사진 한 장을 찍겠다고 말한다. 포즈를 취하는 모습을 보니 폼깨나 잡는다. 여기서 살짝 폭로(?) 할 게 있다. 문 선생은 셀카광이다. 수시로 핸드폰을 꺼내들고 셀카를 찍는 모습이 아주아주 빈번하다.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사진 찍기를 엔간히도 권해 싼다.

들어가자 기분이 좋아졌다. 목포로 나갈 때는 좌석식 쾌속선이 아닌 온돌식 완행을 이용하기로 했다. 문 선생이 “지금은 아침밥 못 먹은 것을 보충하는 시간이다. 점심은 아직 먹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 의미는 뭘까. 조금 있으니 “하의도 바다 선상에서 신나게 먹을 라면이다. ㅎㅎ”라고 하기에 “라면요?” 되물으면서 원 없이 웃었다. 연포탕 값은 문 선생이 냈다. 1인 당 1만5천, 세 사람 분 4만5천 원이다.

*글쓴이/박정례 선임기자.르포작가.칼럼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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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7 23:31 2017/12/27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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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 '종현'의 유서가 동아일보에 실려서 가져왔다. 가슴이 찡하고 먹먹하다. 남에게 인정받으려 하고,소속사의 돈 버는 기계로만 움직이는 생활과 펜들 앞에서 예쁜 미소만 지어야 하는 밖으로만 나도는 생활에 얼마나 지쳤으면 그랬을까.

요즘 조카 하나가 상당히 심한 우울증세를 보이고 있어 동병상련의 아품이 가슴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점심이라도 챙겨 먹이며 다가서려고 달걀 푼 맑을 야채국을 끓이고, 돼지고기 향정살을 구어 점심상을 차렸지만 그닥 많이 먹진 않는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조카의 의식과 속내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리리 싶어 샤이니 종현의 자살로 화제를 몰고 가봤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담케어를 한다든지 연예활동을 하는 중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장치가 기획사나 아이돌 연예인 주변에 마련됐는지에 대해 말했다. 조카 말이 "거기도 나름 힘쓰고 있을 거"라는 대답이었고, 젊은층들은 연예인들의 일을 통해서 자신들을 투영하며 화제로 올려 현실을 재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삼는 일이 많기에 대화를 통해서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일은 필요하다.

퓨로듀서 워너원 이야기로 화제를 옮겼다. "뽑힌 얘들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나머지 얘들은 들러리로 선 것 밖에 안 되는데...." "들러리가 뭐에요. 얘들 부모에 가족들까지 온통 못 보일 것까지 다 노출돼요."라고 말한다. 절실하게 하고 싶어 필사적인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고 카메라 한 번 안 비춰준다는 것이다.

그 많은 아이들을 들러리로 세울 거면서, 뽑힌 얘들을 키우기 위한 받이로 사용할 거면서 첫 화면에서나마 슬라이드식으로나마 잠깐 씩 기본으로 보여주고 본 방송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의견을 제시해봤다. "이번이 제 2회인데 워너원 얘들은 남자들인데 F조까지 있다."고 했다. 에프조 어디라도 단 한 번이라도 비춰줘야 "쟨 D조인데 참 잘하네!" 해서 A B조로 월반할 기회라도 있을텐데 아예 비춰주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럼 왜 강다니엘이라는 얘만 맨날 띄우는 거니?"

"말했듯이 지금 푸로듀서 2회 째인데 CJ라고 재벌그룹이 하는 건데 1회 때는 알리고 띄우는 역할을 했다면 2회에선 돈을 벌어야는데 뽑아놨으니 걔가 떠야 프로도 살고 돈드 벌 수 있으니까죠. 글고 남자들 같으면 반짝 좋다 가라앉는 수가 많은데 여자 펜들은 그렇지 않고, 펜덤을 형성해서 지들끼리 펜클럽을 한다든지 캐릭터상품을 산다든지 돈이 되는게 남자 아이돌 그룹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획사들은 아이들 그릅에서 수익을 많이 뽑기 위해 남자 아이돌 그룹을 더 선호하며 상대적으로 여자그릅들은 소외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조카와 얘기를 나눈 화제는 그래서 너무 이른 나이에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아이들의 정신건강과 인간관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그들만의 돌봄장치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는 것, 기획사들 입장에서는 남자 아이돌그룹을 통해서 발생하는 수익구조가 더 좋기 때문에 이를 더 선호한다는 사실,

"샤이니의 다른 멤버들은 종현의 사고로 인해서 좋지에 십년 공부 나무아미타불이 된 거 아니냐?"하는 나의 질문에 "그렇지도 않은 걸요. 요즘 휴지기였거든요." "그래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샤이니로 활동하려 해도 뜻대로 안 될 수도 있잖을까? 클론의 예를 봐도 그렇고. 강원래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구준엽은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했을 건데 지금은 아니잖아. 둘의 조화로 이뤄낸 결과였지 혼자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고 말야" "그런 면이 있지요."

조카는 요즘 시험에서 연거퍼 두번 떨어지는 바람에 대단히 의기소침해 있는 처지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일어나지 않아서 그냥 두면 12시 2시 3시 이런 식으로 방에서 나오질 않는다. 마음이 여린 애를 다구치기만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걱정이 되고, 지 엄마도 이런 점을 걱정하고 이모가 이야기를 건네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여기서 생각나는 것이 남편이 전에 운전면허를 딸 때 10번도 더 떨어진 얘기를 하면서 그땐 정말 속상했다는 얘길 해줬다. 2번의 낙방으로 다 팽개치듯이 너무 다운 돼 있으면 안 된다고 말이다. 아무튼 종현이 일과 조카의 일 그리고 내일 등이 겹쳐와서 서글품을 머금고 나역시 애도를 표했다는 사실은 현실이다. 종현 씨 명복을 빌게요.


<종현 삼가 명복을 빈다>

​난 속에서부터 고장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나는 날 미워했다. 끊기는 기억을 붙들고 아무리 정신차리라고 소리쳐봐도 답은 없었다.
막히는 숨을 틔어줄 수 없다면 차라리 멈추는게 나아.
날 책임질 수 있는건 누구인지 물었다.
너뿐이야.
난 오롯이 혼자였다.
끝낸다는 말은 쉽다.
끝내기는 어렵다.
그 어려움에 여지껏 살았다. 
도망치고 싶은거라 했다. 
맞아. 난 도망치고 싶었어. 
나에게서. 
너에게서.
거기 누구냐고 물었다. 나라고 했다. 또 나라고 했다. 그리고 또 나라고했다.
왜 자꾸만 기억을 잃냐 했다. 성격 탓이란다. 그렇군요. 결국엔 다 내탓이군요.
눈치채주길 바랬지만 아무도 몰랐다. 날 만난적 없으니 내가 있는지도 모르는게 당연해.
왜 사느냐 물었다. 그냥. 그냥. 다들 그냥 산단다.
왜 죽으냐 물으면 지쳤다 하겠다.
시달리고 고민했다. 지겨운 통증들을 환희로 바꾸는 법은 배운 적도 없었다.
통증은 통증일 뿐이다. 
그러지 말라고 날 다그쳤다.
왜요? 난 왜 내 마음대로 끝도 못맺게 해요?
왜 아픈지를 찾으라 했다.
너무 잘 알고있다. 난 나 때문에 아프다. 전부 다 내 탓이고 내가 못나서야.
선생님 이말이 듣고싶었나요?
아뇨. 난 잘못한게 없어요. 
조근한 목소리로 내성격을 탓할때 의사 참 쉽다 생각했다.
왜 이렇게까지 아픈지 신기한 노릇이다. 나보다 힘든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나보다 약한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아닌가보다. 살아있는 사람 중에 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고 나보다 약한 사람은 없다.
그래도 살으라고 했다.
왜 그래야하는지 수백번 물어봐도 날위해서는 아니다. 널위해서다.
날 위하고 싶었다.
제발 모르는 소리 좀 하지 말아요.
왜 힘든지를 찾으라니. 몇번이나 얘기해 줬잖아. 왜 내가 힘든지. 그걸로는 이만큼 힘들면 안돼는거야? 더 구체적인 드라마가 있어야 하는거야? 좀 더 사연이 있었으면 하는 거야? 
이미 이야기했잖아. 혹시 흘려들은 거 아니야? 이겨낼 수있는건 흉터로 남지 않아.
세상과 부딪히는 건 내 몫이 아니었나봐.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부딪혀서, 알려져서 힘들더라. 왜 그걸 택했을까. 웃긴 일이다.
지금껏 버티고 있었던게 용하지.
무슨 말을 더해.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
수고했어.
정말 고생했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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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9 16:51 2017/12/1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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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닮지 않은 ‘하의도의 김대중 ‘全身像’
-‘DJ의 인상, 표정, 특징‘ 전무한 김대중 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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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의도의 DJ 생가에 가면 김대중 전신상(全身像)이 있다. 그곳엔 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형물이 있을까. 당연히 그의 족적을 찾아 하의도를 찾은 사람들로 하여금 생전의 DJ와 좀 더 가깝게 교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저 조형물이란, 도구를 사용하여 3차원의 공간에서 구현된 양감(量感:volume)을 지닌 구성체를 말한다. 현대에 와서는 그것이 석재든 금속이든 재료나 기법 등의 세세한 것을 일일이  따지지 않고, 일정 수준의 예술성을 확보하고 있는 입체조형물들을 통칭하여 조각(彫刻 sculpture)이라 한다.

예컨대 인체를 소재로 한 조각 작품들은 대게 특정한 사건이나 업적이나 인물을 기리기 위해서 제작한 것이 대부분이다. 전자의 것으로 유명한 조각작품으로는 로뎅의 ‘칼레의 시민’이 있고 후자의 것으로 유명한 조각 작품에는 이탈리아의 피렌체 조각가 미켈란젤로의 작품인 ‘다윗 상’이나‘ 피에타 상’이 고대 그리이스 작품으로는 미로의 ‘비너스’ 상이 너무나 유명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제일 비근한 예로 광화문광장에 있는 이순신 장군상과 세종대왕상을 볼 수 있다. 세종대왕 상은 좌상(坐像)이요 이순신 상은 입상(立像)으로 제작돼 있다. 이중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한 조선 조 제 4대 임금으로서 후덕하고 영민한 성군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이어서 그런지 대체로 시비가 일지 않으나 입상으로 제작된 이순신 장군 상은 끊임없이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시기적으로도 문제였다. 박정희 군사독재시절인 1968년도에 제작된 이순신 상은 베트남 전쟁에서 국민의 지지와 전쟁 수행에 필요한 국민동원을 위한 수단 그리고 무력을 통해 집권한 군사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항일의 영웅인 이순신을 내세워 정권의 보신에 이용하려한다는 시선이 강했다. 이에 더해서 중국식 갑옷에, 일본도를 더구나 오른 손에 들고 있는 점, 표준영정과 전혀 닮지 않은 모습, ‘독전고(督戰鼓: 전투를 독려하는 북)’를 뉘여 놓은 점 등 허다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어 두고두고 시비를 자아내고 있는 대표적인 거상(巨像)이다.
그런데 하의도의 김대중 생가에 안치된 DJ 전신상 또한 문제가 적지 않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는 그를 전혀 닮지 않은 점이다. “도대체 이런 조각상을 무엇 때문에 세워놓았지?”하는 질문이 절로 나왔던 것, DJ 다운 체상(體相)이 전혀 아닌 것이, 전신을 너무 왜소하게 만들어 소인공화국의 어느 소인을 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면상에서는 DJ 만의 특징도 표정도 인상도 조형감도 찾아볼 수 없는, 한마디로 DJ와 별 상관없는 번지수 다른 사람을 세워놓고 우기는 꼴이었다.

그 조각상에서는 언감생심 “DJ의 혼까지 느낄 수 있었다.”는 정도는 바라지도 않는다. 표정 한 구석이라도 닮은, 아니면 고뇌하는 모습이라도, 그도 아니면 늘 진중하게 처신한 탓에 특유의 긴장하는 모습 한구석인들 엿볼 수 있었더라면 여한이 없을 정도였다. 누군가에 의해서 별 가치도 없는 허상(虛像) 하나가 의례적인 절차로 안치됐다 싶을 뿐이어서 “도대체 왜 이런 짓을 굳이 하는 거지?”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것이었다.

오늘 날의 시각으로 보자. 김대중 골격이라면 왜소한 체형이 아니요, 상당히 두툼한 입술에, 살짝 뭉툭한 코끝을 지탱하고 있는 높은 콧대와 안광을 빛내고 있는 눈을 담고 있는 전체 이목구비 또한 균형미를 엔간히 갖추고 있는 관상(觀相)의 소유자다 그는. 다만 정치역정이 워낙 순탄하지 못했던 탓에, 가끔 씩 얼굴에서 배어나오는 고뇌의 표정까지는 어쩌지 못한 면이 있다 하겠다.

그래서다. 고인을 의도적으로 폄훼하려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건설업자가 하도급 단가 후려치듯이 싼값에 흥정하여 일괄적으로 맡긴 탓에 획일적인 기성품을 찍어낼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지 않았다면, 그처럼 인상 하나 닮지 않은 결과물을 낳지는 않았을 것이다.  40대 대통령 후보로서 100만 청중을 상대로 포효하는 장충단공원 유세장면도 있고, 기쁘지만 고뇌에 찬 취임식 장면도 있었다. 일부러 폄훼할 요량이 아니라면 DJ가 DJ답도록 있는 그대로만 표현해줘도 이처럼 번지수 다른 DJ상(像)은 아니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 것이 울먹이는 표정이든, 박장대소를 하는 모습이든, 찡그리는 모습이든 간에 ‘DJ 인상’을 순간적으로 포착해낼 줄 아는 능력과 조형감, 입체감, 형태감을 살릴 줄 아는 데셍 능력(드로잉 실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을 선정하는 협의체라도 구성하여 선발한 작가가 제작한 작품이었다면 도무지 이런 우스운 꼴의 영혼 없는 조각상을 DJ상이라고 내놓진 않았을 거다.

폐 일언하고 DJ를 팔아서 국회의원도 하고, 장관도 하고, DJ를 팔아서 선양사업을 한답시고 생색을 내던 허다한 사람들, 이제라도 어줍잖은 자세와 수준미달의 안목으로 저지른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단호한 결심과 반성이 필요하다.

*글쓴이/박정례 선임기자.르포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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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4 19:54 2017/12/0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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