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 음식 그리고 비판능력

- 맛과 멋은 경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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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글을 모르면 문맹이라 부른다, 그런데 맹(盲)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색 구분을 못하면 색맹(色盲)이요 맛을 구분 못하면 미맹(味盲)이라고 한다.


흔히 관광지로서 이름을 떨치려면 적어도 세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하는데 풍광이 뛰어나거나 볼거리가 있어야 하고, 식도락을 즐길 수 있도록 먹거리가 풍부하고 음식 수준이 뒷받침 돼야 하고, 한편으로는 몸소 참여할 수 있는 체험거리나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차별화된 경치나 풍광 또는 유물과 유적이나 역사적인 요소를 통칭하는 것이 ‘볼거리’요. ‘먹을거리’란 맛있는 음식과 특산품을 말하고, 체험이니 즐길 거리라 함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휴양과 숙박시설에 건전한 여흥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말하리라.


오래전 일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기 고향이라는 이유 하나로 구미를 공업단지로 지정하고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다. 외국에서 차관을 들여와서까지 구미에 마구 쏟아 부었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공장이나 기업이 많아 일자리가 넉넉한 곳이면 돈이 도는 지역이다. 요즘도 경제가 어렵다는 소식이라도 들릴라 치면 여전히 천문학적인 자본과 구제 금융을 퍼부어 살려내는 곳이 경상도 쪽이다.


여하튼 필자는 이런 차이와 차별과 불평등을 보면서 생각한 바가 있었다. 전라도는 ‘기존에 갖고 있는 것만이라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그렇다면 호남이 가진 것이란 무엇인가. 땅덩어리다. 타 지역에 비해서 풍광이 빼어난 곳이 얼마나 많은지 적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확실한 것은 내 고장의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고 유지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새만금이 시작된 지 34년이지만 개발과 발전은 지지부진하고 그 사이 잃은 것만 많다. 6급수로 전락한 물과 어자원 고갈이 대표적인 손실이다. 하여 주민들의 소득은 새만금 시작 전 보다 1/2로 줄었다고 한다. ‘육식의 저주’인가? 익산의 축산단지에서는 축산물 폐기물로 인해 토양이 오염되고 물에서는 악취가 진동하는 폐수가 됐다. 익산시는 그래서 불법폐기물 155만t 처리에 '3천억 원'이 들어갈 판이라고 한다.


한 번 훼손된 자연을 되돌리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먹지도 입지도 못하면서 쓰레기 치우는 값으로 수천억이라니! 고비용이다. 자연을 살릴 뾰족한 방법도 있지 않다. 회복의 시간도 기약할 수 없이 긴 세월을 요한다. 자연훼손과 온갖 폐기물과는 불가분의 관계다. 저주가 따로 없다. 이거 누가 시킨 거 아니다. 인간이 자초한 일이다.


호남이 가진 게 또 하나 있다. 음식이다. 음식문화가 어디 하루아침에 조성된 건가. 우리나라의 고인돌 60%이상이 고창과 화순지방에 분포돼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저 멀리 선사시대부터 강과 바다와 드넓은 곡창지대를 끼고 발달된 훌륭한 음식문화는 그 자체가 무형의 역사요 보배라는 것을, 그래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그런데 관광지에 가보면 형편없는 음식점들이 눈에 띈다. “미맹이 아니야?” 할 정도로 음식 맛이 형편없는 곳이 있다. 이런 음식점은 경쟁력이 있을 리 없다. 식품위생이며 맛과 멋과 질 관리가 돼있지 않은 거다. 지금은 무한경쟁시대다. 식재료도 구하기 쉽고 내 노라 하는 쉐프도 쌔고 쌨다. 요리법도 공개되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배울 수 있고 전수받을 수 있는 길이 널려 있다. 그래서 여차 하면 다 도사다. 전문가들이 수두룩한 세상이다.


이 지점에서 답답하기 이를데 없다. 부단한 노력과 향상심이 없으면 머지않아 전라도 맛집은 씨가 마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전라도는 음식 자랑에서도 명함을 내밀 수 없이 돼버린단 말이다. ‘마태복음효과’라는 말이 있다. ‘가진 자는 더 가지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던 것마저도 빼앗기게 된다.’는 말, 부익부 빈익빈의 다른 말이다.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자연 경관은 형편없이 훼손되고, 칭송이 자자하던 음식문화마저도 별 볼일 없이 된다면 어쩔거나 전라도.


이런 의미에서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정신 차리고 기존에 형성된 음식문화를 훌륭하게 지키며 관리해야 할 의지가 필요하다. 전라도 사람들은 자각해야 한다. 고장의 음식 수준과 질을 지킬 사람은 전라도 사람이라는 것을.


여기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맛없으면 없다고 말하고, 돈 값어치에 비해서 질이 떨어지면 질이 떨어진다고 솔직하게 조언해줘야 한다. 맛과 멋 음식의 질을 잘 지켜서 전라도지방으로 발걸음을 한 사람들의 입에서 “음식 한 번 끝내준다.”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도록 해야 한다. 절대미각을 가진 찬모를 만나거든 “맛있게 잘 먹어 참 고맙다”고 덕담을 건네고, 아니면 아니라고 말해 줄 필요가 있다.


또한 식품위생부에서든 시민단체든 암행 음식 감별사들을 파견하여 맛과 질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자체관리와 자체품평회도 활성화해야 한다. 맛과 멋을 지닌 곳은 사람이 모여드는 곳이다. 관리능력 그래서 필요하다.


*글쓴이/박정례 선임기자.르포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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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4 07:09 2019/04/04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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