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 도(島) 행정의 완결은 ‘천도천색 날갯짓으로’
-‘신안군의 새로운 역사’ 안좌.자라 도교 완공 눈앞에
[브레이크뉴스 박정례 선임기자]= 큰맘 먹고 나선 하의도 길이었다. 그 도중에 자라도에 들렸다.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건만 대중교통이 발달하고 전동차 연결망이 끝내주는 서울에서만 살다가 섬을 향해서 가자니 막상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문화 기획가 문철권 씨가 동행해줬다. 수월한 출발인 셈이다. 문 선생이 내건 조건은 단 하나 “자라도에서 일을 본 후에 하의도로 넘어가야한다.”는 것, 본 기자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왕에 나선 하의도 답사 길인지라 뜻하지 않게 남도의 섬 한 곳을 더 둘러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었다. 문 선생의 볼일이라는 것이 ‘망화산 둘레길’과 전망대 조성에 관해서 지역주민들에게 자문해주는 일이었다.
때마침 신안군수(고길호 군수)가 지역 순회를 하는 터라서 주민들은 민원사항을 모아 전달하는 기회를 살리느라 여념이 없었고, 대처에 나가 사는 문화 기획가인 문 선생은 고향 발전에 일조를 할 겸 고향 땅을 모처럼 밟는 모양새였다. 참고로 자라도는 문씨 집성촌이라고 했다.
아침 5시 50분배에 올랐다. 자라도 도착은 여객선 조양호가 목포를 출발한지 1시간 반 남짓 만이었다. 문 선생의 7촌 작은 아버지인 문인옥 씨의 주선으로 마을회관에서 아침을 먹었다. 일행은 곧 완공을 앞둔 안좌.자라 간 도교를 향해 출발했다. 섬마을의 유용한 교통수단은 마을 공용버스라 적혀있는 봉고차였다. 현지인은 무료, 타지인은 1천원의 요금을 내는 식이고, 운전기사의 봉사료는 1년 단위로 수고비 약간을 챙겨주는 것으로 가름하고 있다는 귀띔이다.
안좌.자라 도교 공사 현장에는 신안군 장산면 출신의 군의원 장미라 씨, 전 자라도 면장 최철재 씨, 신안군 발전위원인 김이현 씨 그리고 문 선생과 문인옥 씨와 본 기자가 탑승했다. 일행의 도교(渡橋) 현장 확인은 11시 30분에 자라도를 찾을 신안군수 일행이 도착하기 전에 민원사항을 차질 없이 전달하기 위한 사전 조사의 성격이 짙었다. 안좌.자라 도교가 완공돼야 목포에서 하의도까지 차로 달리는 시대가 빨리 열릴 수 있다고 한다. 그래야 다리는 또 자라에서 장산까지 이어지고, 다음 순서로 장산에서 하의도까지 이어질 판이다. 장산에서 하의도까지는 바닷길이 멀어서 2km에 이르는 마지막 공사요 난코스가 될 거라는 전언이다.
주민들의 시간관념은 정확했다. 면사무소를 들려서 잠시 환담을 나누는가 싶었는데 어느 덧 선착장으로 몰리는 모습이다. 모두 신안군 전용 행정선의 도착을 기다리는 사람일 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순식간에 면장이며 이장이며 보건소 직원에 다수의 마을 주민들까지 눈에 띄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조금씩은 들떠있는 표정이었다. 당연한 일인지 몰랐다. 자신들의 삶과 마을 발전에 도움이 돼줄 사람들의 방문이니 얼굴 표정이 저절로 밝아질 수밖에.
날씨는 쾌청하고 바람은 부드러웠다. 비소식과 추위소식을 전하던 일기예보도 빗나갔음을 알 수 있었다. 훈풍이 감돌고 유난히 평화로운 기운이 잔잔한 물결과 함께 소근 대고 있었다. “우리가 복 받았나 보요”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던 주민 한 사람이 정색을 하고 던지는 말소리가 귓가에 스치는 가운데 공용건물인 마을회관에 모두 자리를 잡았다. 고길호 군수를 위시해서 같이 온 공무원들의 일정은 마냥 느슨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속도감 있게 마을 사람들의 질문과 요구가 이어지고 이에 맞춰 고 군수의 대답이 시작됐다.
큰 문제는 선착장 구획 77m의 도로 포장 건과 주차장 도장, 안좌.자라간 연도(連島) 상황과 식수문제, 이어 망화산 둘레길 조성과 전망대 설치문제, 더해서 도로변 폐가(廢家) 우선 정리 사업에 관해서다. 고길호 군수가 전체적인 맥락을 짚고, 각론으로 가서는 신안군청 소속 도서개발과장과 복지과장이 돌아가며 민원처리 결과를 전하고, 새롭게 접수되는 사항 등을 챙기는 순서였다. 장미라 군의원도 섬 주민들, 특히 어르신들의 의견을 받아서 비오는 날엔 회관에서 마당에 있는 화장실까지 오가려면 비 맞는 일이 빈번하여 힘드니 가림 막을 해달라는 민원을 전달하느라 발언기회를 잡고 있었다.
즉문즉답 식의 주민간담회였다. 흥미로웠다. 서울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남도의 작은 섬 끝자락에서 바라보는 군행정의 현장을 관찰자의 시점에서 목격하는 순간 말이다. 군수 이하 군청직원들의 대답은 에둘러 말하거나 회피하지 않아서 인상적이었다. 먼저 고길호 군수가 전체를 짚어 말하고 담당과장들이 군수의 말을 받아 확인해주는 식이다.
“신안군의 섬은 총 1095개이다. 이중 유인도가 76개인데 일찍이 천도천색이라는 행정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사람으로서 주민들께 부탁할 일이 있다.”며 운을 뗐다. 고 군수는 이어 “어떤 일이든 단발성 민원으로 제기하면 일의 효과도 반감되고 예산낭비가 이중 삼중일 수가 있다. 민원 하나를 제기하더라도 유관한 것들은 놓치지 말고 종합적으로 모아서 해 달라.” 부탁 아닌 부탁인 셈이다. 금방 마무리한 곳을 얼마 안 있어 또 파헤치는 경우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이리라.
안좌.자라 연도는 연말까지 사람 통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완전개통은 내년 봄쯤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상수도 시설은 80억을 들여서 2군데 증설할 것이고, 자라도 주민들이 망화도 둘레길을 조성하고 싶은 뜻을 갖고 있다면 그 전에 도로변 폐가정리며 환경정비에 힘써달라는 점도 짚으며 나갔다. 그러면서 “얼굴이 더러운 사람이 화장만 한다고 예쁘게 보일 리 없다. 마찬가지로 흉물스러운 도로 변 폐가(廢家) 정리부터 깨끗이 해야 아름다운 섬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슬레이트 지붕 철거의 당위성으로는 암 유발물질인 석면제거는 건강과 환경을 위해서라도 시급하다는 점에서 군은 30만원 씩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고 군수는 또한 풍랑을 만나 청산도에서 3일 동안 지냈던 경험을 회상하며 “청산도가 평범해보였지만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유는, 섬 전체가 온통 유채꽃으로 뒤덮인 점이 아닌가?”라며 자라도도 “수령 300년 이상 된 동백나무 군락지를 살려서 망화산 힐링로를 조성할 의향이 있다면 주민들이 먼저 뜻을 모아 참신한 계획을 내달라.”고 다시 한 번 강조를 하는 대목에서는 행정가로서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야 마을재정사업이든 환경정비든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징, 특색을 지닌 고유의 색깔을 가진 고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2억, 1억, 5천만 원의 상금을 내걸고 주민사업을 공모하고 있는데 제대로 역량을 보여주는 마을은 좀 더 큰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지원계획도 갖고 있음을 밝혔다. 그렇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발로 뛰고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마을재정사업이든 힐링공간 만들기든 해당주민들의 자발적인 의지가 보태져야 성공한다. 직접민주주의 시대를 맞아 주민들은 발언권이 세진 틈을 타서 요구만 하고 의무는 소홀히 한다면 좌우로 날아야 할 새가 한쪽 날개만 있는 격이다. 이런 새의 날갯짓은 온전할 리 없고 순식간에 추락할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안좌.자라 도교 완공을 눈앞에 둔 마당이다. 천도천색의 신안군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주고받기에 여념이 없는 관계자들의 몸부림, 이를 지켜보는 기자의 눈에서도 덩달아 열기를 내뿜었다. 남녘의 섬마을에서 해해연년 색깔 있는 이야기가 들려오길 기대한다.
*글쓴이/박정례 기자.르포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