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냄새

분류없음 2026/09/22 05:44

정말로 간만에 들어온 진보넷블로그. 이젠 정말이지 어떤 경로로 들어와야 하는지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되새겨야 한다. 

 

음... 미래의 기억을 위해 뭘 남길까. 꽃개는 약 3년 전에 관리자로 하던 일을 정리하고 아, 맞다, 그때 즈음 잠깐 한국에 들어가서 엄마 얼굴을 보았더랬지. 일주일도 아니었지 아마.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고 고단하여 스스로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 하기에 앞서 산처럼 쌓여있던 병가 (sick-day) 를 두 달 반 동안 모두 소진했다. 그리고 사직서 제출. 그 뒤로 두어 달인가 마음을 추스리며 쉬다가 이제 슬슬 다시 일해 볼까. 썩 내키지 않았지만 다시 관리자로 시작한 새 회사에 정이 들까말까 하던 차에 지금 일하는 곳에서 오퍼가 왔다. 거절할 이유도 망설일 까닭도 없이 바로 그 오퍼에 사인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다시 유니온 (노동조합) 의 조합원이 되었다. 으하하.

 

꽃개의 사주에 공무원이 되어 시계추처럼 살게 될 거라는 게 있었을까, 없었을까. 어렸을 땐 역마살이 있고 그 때문인지 왜 그렇게 들개처럼 사냐고 남들처럼 살 순 없는 거냐며 꾸지람도 들었는데 과연 그런 부침들이 모두 사라진 걸까. 사실이기는 했었을까. 공무원의 삶은 어떤 면에서는 대단히 심플하고 단도직입적이어서 마치 4차원의 세계에서 2차원으로 들어온 듯하다. 기분 탓일까. 하지만 일하려고 작정하면 또 한없이 해낼 수 있는 곳이기도 해서 아, 이 분야야말로 고도의 직업윤리 (work ethic) 가 필요하겠구나, 싶다. 전세계에서 온 사람들은 각자 나고자란 문화가 달라 각자의 스탠다드대로 일한다. 어떤 이에게는 이삼일 걸릴 일이 꽃개같은 한국인에겐 한두 시간이면 된다. 싸가지 없이 말하면 "세금이 술술 세는구나" 싶도록 일을 안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수두룩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일을 안하거나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기" 때문일 뿐 어떤 이유도 없다. 언젠가는 혼자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사람들이 모두 한국인이라면 이 나라 정부조직은 지-인작에 구글을 능가했을 것이야.

 

비가 종종 내리고 흙내음이 자주 난다. 매미소리에 반가웠지만 그것은 매우 짧아 마치 찰나와 같았다. 매미는 그 나무에서 살았던 것일까. AI 가 만든 소리는 아니겠지, 설마. 처음 이 나라에 왔을 때 시끄럽도록 울어제끼던 매미소리는 이제는 정말이지 너무나 짧다. 간절할 정도로. 아침나절에 훌쩍이는 알러지 반응도 그 빈도가 심해졌다. 어떤 날은 종일 괴롭다. 단소매는 아닌 듯해 긴팔을 꺼내 입었다. 가을이다. 

2026/09/22 05:44 2026/09/22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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