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와꽃개
분류없음 2015/06/16 03:09
치즈를 좋아하는 아이들 두 명과 때때로 만날 일이 있어 그들을 만날 때 그들이 좋아할 것 같은 치즈를 산다. 고향 땅에 있을 때 와인 안주로 종종 먹던 카프리제에 들어가는 생모짜렐라, 언니들이 종종 사줬던 브리치즈 정도 외에는 먹어본 것이 별로 없다. 나는 치즈에 문외한이다. 잘 모른다. 치즈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주로 누가 어떻게 만들어 먹었는지, 몇 가지 종류가 현존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있다면 -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고 싶다. 나중에.
그 아이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치즈인지라 하나둘 먹어보게 되었다. 우선 아이들이 환장해하는 그 치즈가 대체 어떤 맛인지 궁금해 먹어보게 되었고, 다음으로 간식삼아 먹을만한 것을 고르려다보니 이것저것 시험삼아 "먹어보게" 되었다.
우선 냄새. 기가 턱 막힌다. 오래된 헛간 냄새부터 발냄새, 심지어 어떤 것은 두리안 냄새. 처음엔 이 냄새 때문에 적응하는 데에 한참 애를 먹었다. 아마 김치를 처음 접한 비한국인들이 겪었을 당혹스러움이 이런 게 아니었을까 싶다.
몇 년 동안 여러 번 시도 끝에 찾아낸 나에게 꼭 맞는 치즈 --- 짜잔.
비오는 날 물새는 운동화를 신고 한참을 돌아다닌 뒤 따뜻한 집에 돌아왔을 때 맡을 수 있는 영롱한 발냄새와 함께 시큰함과 쌉싸르한 맛이 혀끝에 감돈다. 일단 입에 넣고 혀로 감싸면 발냄새는 사라지고 슴슴한 기운과 함께 짠맛, 신맛, 쓴맛, 단맛이 함께 피어오른다. 그 와중에 과일 향도 약간 느낄 수 있으므로 플레인 빵이랑 궁합이 맞을 것 같고 와인 중에서도 오크향이 없거나 적은 게 잘 어울릴 것 같다. 가격은 킬로그램에 $39.90인데 작은 덩이를 $7.89에 구입했다. 대체 이 치즈의 카테고리와 이름이 무엇일까. 지금은 다만 그것이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