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다지구
분류없음 2015/06/04 13:54
아 젠장
이 나라에서까지 피싱 전화 통화를 할 거라곤 미처 몰랐다.
지난 번에 걸려온 전화는 받지 못해서 보이스메일로 받았다. 페르시안 (이란이나 아프가니스탄) 쪽 억양이 들어간 영어를 쓰던 그이는 자기가 Peel 지역의 경찰인데 누가 나에게 Sexual Assault 건으로 고소했으니 자기에게 전화를 달라는 거였다. 그 색히가 불러준 전화번호 말고 전화걸려온 데를 구글링해봤더니 이란 음식을 파는 식당이다.
어제는 은행 업무 시간이 지난 저녁에 어떤 인도 억양을 쓰는 놈이 Canada Direct TD Credit 이라면서 전화를 했다. 이게 참 아사모사한 게 주거래은행이 TD 은행이라서 잠깐 솔깃. 내 계좌에 문제가 생겨서 자기가 해결해주기 위해 전화를 했으니 정보를 달라는 거. 전화해줘서 알려줘서 고맙다고 내 계좌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답했더니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란다, 응 그래 그렇게까지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내가 내일 거래 지점에 나가서 담당 직원하고 직접 해결할께, 라고 했더니 지점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란다 ???? 지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그럼 다운타운에 있는 본사로 가야 하나? 어쨌든 담당직원을 직접 만나서 해결할께 고마워, 라고 다시 말했다. 그랬더니 브랜치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서 안타깝게 되었다, 너는 다시 못 올 기회를 놓쳤다. 네가 불이익을 당해도 더 이상 책임져 줄 수 없게 되어 유감이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걸려온 전화번호를 구글링해보니 annoying number 로 이미 리포트되어 있는 번호다. 개색히 내 개인정보는 어떻게 구했냐.
만약 물정을 잘 모르는 나이드신 분들이나 이민온 지 얼마 안 된 분들이 경찰이라면서 전화를 해서는 누가 너를 성폭력으로 고소했으니 불라불라 떠들면 식겁할 것 같기는 하다. 또 네 은행계좌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 당황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둘 다 너무 뻔하다. 우선 고소고발이 접수되면 경찰이 직접 전화를 해주는 일은 없다. 출석통지서가 우편으로 오기 때문이다. 계좌에 문제가 생겨도 계좌에 문제가 생겼다고만 하지 전화를 통해 해결해주겠다는 오퍼는 절대 하지 않는다. 엑세스 카드를 들고 지점을 방문해서 직원과 직접 대면해야만 문제를 풀 수 있다. 그런 일은 그리고 대개 잘 발생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피싱, 사기 등등 지구는 정말로 둥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