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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뭔가 이게 아닌가 싶어 혼자 보라카이에 갔었다.
생전 처음, 진심으로 혼자서 바다를, 해변을, 여유를 음미했던 것 같다.
그 투명한 초록 바다빛에 젖어들면서, 지난 5년 동안 여러 내용과 형태로 알게모르게 쌓여있었던
일과 활동에 대한 앙금, 이랄까 답답하고 한편으론 허전했던 것들을 쓸어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여행의 막바지,
어제 자전거로 루앙프라방 이곳저곳을 한참 달렸다.
오랫만에 보는 파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들, 메콩강변의 바람, 땅콩과 커피 향기
자전거를 잠시 세워두고 강변에 앉아서 바나나쉐이크를 한 잔 마시며 담배를 피고 있자니,
아, 좋은 여행이었어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난 6개월
이제까지 거의 30년을 사는 동안 처음으로
나 자신의 욕구와 필요에 따라, 그것에만 충실하며 지냈던 시간들이었다.
의무, 기대, 욕심, 성실, 책임... (적어도 철들고 나서 부턴) 나를 규정해왔던 것들로 부터 자유로워져서
바야흐로 진정한 나 자신을 발견하고 마주볼 수 있게 되었달까.
이제 남은 여정은 돌아가기 위한 것이다.
한국에 가면 어떻게 될지, 겨우 조우한 나 자신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가지고 갈 수 있을지,
걱정과 기대가 동시에.
어쨋거나
나에겐 참 훌륭한 여행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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