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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일밤
보르헤스의 책을 읽어보라구 많은 추천을 받아서 동네 도서관에서 아무거나 뽑았는데, 우리 동네 도서관이 너무 작아서 나름 소설란/에세이란이 구분되어 있지만 라틴 아메리카 쪽은 몇 개 없어서 아무거나 뽑은 것이 하필 강연집...
보르헤스의 아무것도 안 읽어봤거늘 나의 선택에 조금 짜증이 났지만 이미 빌렸으므로 읽었다.
유머감각이 전혀 없고 대체로 내가 관심없는 주제라서 대충 읽었다; 대충 읽었지만 몇가지는 좋았다.
책을 좋아하는 거... 책을 너무 좋아하니까 기분이 참 좋았다;;; 난 왜 변태같이 남이 무언가를 진지하게 좋아하는 모습을 엄청 좋아하는 거냐규.. 암튼 좋다.
글구 불교와 이슬람에 대한 얘기가 아주 재미있었다. 재미 + 앎의 즐거움...<
불교에서 자아가 없고 영혼도 없어서 윤회하는 것은 영혼이 아니라 업이라는 거... 예전에 살짝 뭐 저따구... 싶었던 간디가 이해가 됐다. 저 사람 자기 업때매 고통받는데 왜 돕는다고 난리냐규 그랬던 거. 뭐 그렇구나 싶은 거지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보르헤스의 말을 듣고보니 실은 예전에도 불교에 대해서 그렇게 읽었던 것같은데, 너무너무너무 오랜만이라 새롭고 쇼킹하고 아아 싫어... 아아 주체가 없는 거 싫어 무서워ㅠㅠ 행복따위도 없는 그런 형이상학도 초월한 그런 거 무섭다.
이슬람만이 아니라 동양에 대해서 말할 때 뭐 모두 그렇다는 건 아니고 어떤 동양은 역사적 순서같은 논리/합리의 세계가 아니라는 것도 음... 뭐랄까? 대충 그렇다고는 생각했는데 왠지 이제야 아! 그렇구나!하고 깨닫게 되었다. 문학이나 시를 영원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는 거... 막 낭만주의 모더니즘 포스트 이딴 역사적 연대기따우...라는 거 아주 재미있고,
원래도 남의 세상이 잘 이해가 안 가지만 정말 그건 어떤 세계인지 상상이 안 간다. 상상이 안 가는 만큼 보르헤스가 좋아라하는 천하룻밤의 이야기가 신비하고 재미있다. 단순히 합리적인 서양인의 시각으로 미지 = 미개로 살짝 여기는 그따우 신비함이 아니라 진짜 다른 세계. 이 다른 세계에 서양식 사고관을 접목시켜 무수한 철학이 재탄생하고 있지러...
신곡-지옥편
이건 단테의 신곡을 소설로 쉽게 풀어쓴 거다. 도서관 3군데에서 찾아본 바로는 한국에서 단테 신곡 완역본은 없는 건지... 아니 분명히 어릴 때 집에 세계문고같은 데에는 있었던 거 같은데, 내가 어릴 때부터 서사시류를 완전 싫어해서-ㅁ- 실락원, 신곡, 오디세이아, 일리아드 이딴 거 다 싫어했음-_-;;;; 그 삼성문학전집인가, 그거 다 버렸는데ㅠㅠ 아깝다. 누군가 그런 책들 번역이 엉망이다(일어 중역땜시)라 그래서 이사할 때 버렸는데, 나중에 들은 바로는 그쪽이 더 번역이 좋다로 누가 그랬다. 제기... 암튼
원작으로 읽고 싶은데 구할 수가 없잖아. 보르헤스가 또 단테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칠일밤을 읽다가 흥미가 솟구쳐서 그냥 소설로 읽었다. 출판사가 내가 모르는 곳이고 책이 좀 구린데 삽화가 도미에랑 비슷해서, 에에 도미에 짝퉁~~ 그랬는데 도미에였어 ㅇ<-< 아아 나의 천박한 안목;;;;;;; 미친새끼
단테가 참 순진하고 귀엽고... 어쩜 이래 싶었다. 안내자 베르길리우스가 죄인을 동정하는 것은 하나님의 절대성을 믿지 않는 거라 그랬는데도 자꾸 울고..-ㅁ- 보르헤스가 지적했던 거라 기억하고 봤는데, 지옥에서 거의 처음에 만난 간통한 남녀에 대한 질문도 초쇼킹하게 귀엽다. 그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첨에 어떻게 반한 거냐규... 물었다 ㅇ<-<
보르헤스가 말한 것을 의식해서기도 하지만 영원히 씻지 못할 죄를 저지르고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벌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단테의 자세는 심판자라기보단 으음... 암튼 나쁘다가 전부가 아니다; 이해한다기보다도 뭐 어떤 탐욕스런 자들이나 독재군주에게 반감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죄를 짓긴 지었는데 거기에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고 이해 못할 바도 아닌 그런 마음가짐이다. 그게 귀엽고 재밌다.
그리스 신화와 성경을 섞어서 귀여운 걸 쓰고 말았다.
;;;
내가 단테 너무 귀여워.. 그랬더니 순이가 중세사람이라서 그래 그랬다. 중세사람 무시하지 말라규..
청년 데트의 모험
권교정 만화. 이 작가의 <어색해도 괜찮아>에 친구들과 열광했던 때도 있다. 작가 홈피에 상주했던 적도 있고. 최근 몇 년간은 이 작가 신작이 나와도 별로 안 궁금했다. 허브에 연재됐던 것을 보기도 했지만...
데뷔작 이후로 변한 게 전혀 없다. 물론 이번 작품에 나온 씬은 장족의 발전이라 할 만하다. 권교정 만화에 씬이라니...; (여기에 들어간 어떤 말 때문에 이상한 검색어가 계속...ㅜㅜ 뒤늦게 수정)
언제나 소소하게, 과장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욕심없는 자세로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 언제나 근저에는 허무주의가 짙게 깔려있는데, 살짝만 건들고 넘어간다.
개인적으로 연재중단된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라는 그... 총사물(제목 까먹;;)은 작가가 왜케 허무해대는지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뭐 암튼간에 이야기는 재미있고 연출도 괜찮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나와서 왠지 현실적으로 보이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밤에 보다가 잠들었다가 새벽에 일어나서 읽었을 정도...;
캐릭터들이 다 허무해한다. 그리고 작가는 허무함을 그냥 지나쳐 버린다. 그게 갑갑하고...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임주연 만화들은 허무함을 밟고 있다는 데에서 한발짝 나아갔다. 갠적으로 임주연이 권교정이랑 비슷한 계열이라고 보지만 임주연도 허무함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지만 명확히 인식하고 인정하고 즐긴다.
머 그건 그렇고 아우.. 정말 눈물이 났다. 아우 스토리상 마음이 느므 아팠엄...;; 세 권이나 각권 5500원에 나와서 살까말까 몹시 망설이다가 샀는데 역시 재미있다. 재미있지만 나로서 고딩 때 좋아했던 작가들이 전혀 발전이 없는 것을 보는 것은 실망스럽다. 다른 작가들도 많음-_-;;
작가 후기는 갈수록 하강세. 그렇게 싫은데 왜 그리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 그리구 만화가 이 사람에게 가지는 의미가 뭘까. 이렇게 허무한데.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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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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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의 소설은 <<픽션들>>과 <<알렙>>이 가장 흥미진진한 것 같아요(^.^).단테의 <<신곡>>은 서해문집에서 2005년에 출간 된 완역본이 한형곤 씨의 번역으로 나와 있어요. 한국어로 번역되는 외국어 운문들이 그렇듯이, 이 책도 칸토canto와 행 구분만 되어 있고 전반적인 운율이 맞추어져 있지 않은 것이 좀 아쉽기는 합니다만(각운 정도는 맞출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아, 삽화가 부족한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아...... 그런데 오노레 도미에의 삽화가 들어가 있는 단테 관련서가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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뎡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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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추천 감사해요. 읽어볼께요^^ 글구 한형곤씨 하니까 여기 도서관에 있는 것 같아요. 다만 한 권이니까 축약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군요!! 고마워염 근데 운율 맞추는 게 가능한 거에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소설 읽을 때도 존내 빠르게 단어를 느끼면서(?) 읽었는데. 운율은 원래 불가능하므로 최대한 추상화 시켜서 읽는 게 최고야라고 생각했거든요 후후;부가 정보
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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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는 원래 자아가 없다고 한다구요? 기독교에서는 원래 아담과 하와가 자아가 없었는데 선악과를 먹고 자기 기준이 생기고 자아가 생겼다고 개탄하더군요. 종교들이 자아들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개인"의 발견이 계몽주의 시대에 발견된 거라고 하지만 자아가 없다고 하는건 정말 절망적이네요. ㅡ,ㅡ 동양은 역사적 순서나 합리적 논리가 아니라 시나 문학을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정확히는 몰라도 대강 이해할 것 같아요. 난 동양 철학은 직관이라고 생각해요. 썰을 푸는게 아니라 혼자 부단히 성찰해서 어느 순간 탁! 머리를 내리치는 깨달음 같은것.부가 정보
뎡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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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게 직관이지 직관의 뭉텅이 근데 뭐가 직관인지 추론인지 난 난감해~_~ 구분이 안 돼~~~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