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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리야르의 짧은 책.
9.11을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자살폭탄테러가 자본주의만으로 총칭되지 않는 '시스템' 내부적 욕망에 의해 시스템을 파괴하기 위해 일어났다고 주장.
자살폭탄테러라는 말에서 테러는 국가(미국)만이 전유하는 합법적 폭력을 감히 니들이? 라는 뉘앙스가 있고 자살은 사회적인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축소/은폐한다.
이건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거고 보드리야르는 맥락을 다르게 사용한다. 시스템에게 불가능한 유일한 폭력, 그래서 시스템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으로서의 폭력, 이라고.
팔레스타인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이스라엘을 향해서 있어왔던 일인데?? 라는 나의 의문을 중간에 바로 해소해 준다.
9/11 테러는 시스템과 동일한 전략적 방식들과 동일한 부(富)를 가지고(이 점이 팔레스타인과 대비됨) 시스템이 전혀 가지지 못한, 그래서 가장 취약한 집단적인 희생으로 저지른 폭력이다.
시스템에는 죽음 제로(모든 개인이 주체고 소중해서 죽으면 안 됨)가 있어서 희생적인 자살폭탄테러를 감당할 수 없다. 죽음 제로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이라크에 간 미군이 죽으면 절대 안 된다는 거. 미군이 죽을수록 어떻게 미국인이...? 미국 정부는 뭐하는가라는 미국민들의 함성으로 부시 지지율이 떨어졌었음.
음... 근대 이후에 서양에서 개인이 주체로 등장하고(그전에는 신이나 교황? 왕? 뭐 이딴 사람들이 주체...라기보다도 주체 개념이 없었..;) 인간은 존엄해서 각인이 집단 사회를 위해 희생당하면 각인이 존엄하다는 그 사회 기반에 모순되는 거다.
에... 그런데 자기의 죽음과 시스템을 공격해서 거둘 수 있는 승리 따위와의 합리적 비교형량이 없는 순수한 희생 행위 - 자살폭탄테러를 서구인들은 이해할 수 없고, 그래서 이것이야말로 서구인들이 세워놓은 단일화된 세계화 시스템을 깰 수 있다.
지젝이 <이라크, 빌려온 항아리>에서 근대화가 없는 중동만이 혁명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했던 거랑 맞닿는 듯 하다. 특히 지젝의 300 비평( http://blog.jinbo.net/chasm/?pid=44 )에서 규율과 희생정신에 의한 행동을 호소(?)하는 것도. ---뭐 이걸 이성을 가진 주체의 행위라고 정하고 있지만서도.
조금씩 균열이 생기던 시스템을 깨부수는 시초로서의 9/11 테러에 시스템은 전쟁으로 응답하지만 그것은 아무 소용도 없다. 이 사람은 이미 시스템이 스스로를 변형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글의 마지막 문단은 전쟁을 해대는 것은 그것 외에 어찌할 방법이 없어서고, 그래봤자 소용없다고 한다. 어떠한 체제이든 대립하는 것 없이 혼자서 존재하길 고집하면 스스로 무너지게 마련이다... 구체적인 예는 뭐가 있을까?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다른 생각은 더 기억이 나지 않는 관계로... 나중에 보충할지도. 특히 상징계/실재계같은 거.
(순이가 진지하게 써보라고 했다. 그래서 해봤다. 해도 별로 다를 것도 없구먼... 어려운 말만 잔뜩 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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