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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하나

불량공주동거인님의 [지킴이들이 아파요...] 에 관련된 글.

휴식을 취하는 것은 활동을 지속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어차피 평생의 삶이 운동이라면,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버리기보다는 끊임없이 충전하면서 사는게 훨씬 좋다.

하지만 너무 열심히 사는 활동가사회에서는 휴식은 왠지 낯설다.

주변에서 쉬라고 해도 자신에게 익숙치 않아서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킴이들이 아프다니 걱정이다. 아프지 말아야 하는데.

사실 서울에도 아픈사람 여럿있다. 내가 보기엔...

그리고 나도 아픈건 아니지만, 약간은 지친다.

황새울의 들녘이 지치는 것이 아니라 집회와 촛불문화제, 선전작업등이 지친다.

난 항상 지치고 짜증나고 만사가 귀찮아질때는 시를 보거나 노래를 듣는다.

아무 생각없이 노래를 듣고, 시구 하나하나를 되새기며 나의 추억들을 떠올린다.

 

그래서 모두들 지친 몸과 마음 달래보고자 시와 노래 하나.

김남주의 시이자 안치환의 노래이다.

 

 

돌멩이 하나                                               김남주

 

하늘과 땅 사이에

바람 한점 없고 답답하여라

숨이 막히고 가슴이 미어지던 날

친구와 나 제방을 걸으며

돌멩이 하나 되자고 했다

강물 위에 파문하나 자그맣게 내고

이내 가라앉고 말

그런 돌멩이 하나

 

날 저물어 캄캄한 밤

친구와 나 밤길을 걸으며

불씨 하나 되자고 했다

풀밭에서 개똥벌레쯤으로나 깜박이다가

새날이 오면 금세 사라지고 말

그런 불씨 하나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돌에 실릴 역사의 무게 그 얼마일 거냐고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불이 밀어낼 어둠의 영역 그 얼마일거냐고

죽음하나 같이할 벗 하나 있음에

나 그것으로 자랑스러웠다.

 

 

쓰고나서 보니 조약골의 '활동가 친구'만큼이나 무서운 가사다ㅋㅋ

그래도 나 또한 묻지 않았다. 광화문 촛불이 얼만큼 세상에 빛을 비출지.

우리가 맨놈으로 국가폭력에 맞선듯 과연 얼마정도의 시간이나

대추초등학교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지

어쩌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싸울지도 모른다.

이기려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있을 수 없기에 싸운다.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 싸운다.

 

그러니까 모두들 아프지 말고 싸우자. 다치지 말고 싸우자.

가다못가면 쉬었다가면서 싸우자.

어차피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진자들의 국가와 법치주의 사회에서

평생을 인간이기 위해서 싸워야 하니까, 쉬엄쉬엄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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