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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오랫만이다.

이렇게 에너지가 소진되어 가는 것은.

학교 졸업후 꾸준히 충전해놨던 에너지가 야금 야금 소진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2년 반동안 충전해놓은 것이 많아서 아직은 버틸만하다.

어쨋든 이렇게 에너지가 소진되게 활동을 하는 것이 너무 오랫만이라, 약간은 적응 안된다.

 

하기사 평택의 상황이 터지고 나서 근 일주일 동안

절반은 일하느라, 절반은 술마시느라 집에 제대로 못들어가고 잠을 잘 못자니

육체의 피로가 쌓이고 쌓였다.

그리고 그 일주일동안 웹자보다, 촛불문화제다 무엇가를 끊임없이 창조하는 작업들이

넘쳤으니 내 아이디어는 고갈되고 머리가 지끈거릴 수밖에.

게다가 매일매일의 촛불집회를 계속 긴장하고 신경쓰며 있으니 피로감은 배가 된다.

 

그런데 결정적인 것은 바로 이것이다.

평택투쟁을 바라보는 여러가지 시선들이 있다. 당연하다.

진보넷 블로그에도 여러 의견들의 글이 올라온다.

꼭 모두가 그런것은 아니지만,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비폭력에 대한 회의감, 심한 경우에는 비웃음,

뭔가 물리적인 힘을 행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들,

감성적인것에 대한 무시와 굉장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척하는 운동권 문화.

 

이런 태도와 글들을 접할 때, 내 몸과 마음은 그냥 쉬고싶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별로 논리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고(사람이 얼마나 복잡한 동물인데, 논리로 설득되고

논리로 실철하는 사람 없더라) 게다가 지쳐있는 상황이고,

또 게다가 논쟁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많은 경우 논쟁은 말꼬리 잡기가 되어 버린다.

나의 미숙함과 상대방의 미숙함으로) 그냥 그런갑다 하고 넘어갈 뿐이다.

비폭력이 오해받는 거야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는 것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낳는다.

 

여력이 된다면,

집회방식에 대한 논쟁과 투쟁방식에 대한 논쟁,

폭력과 비폭력에 대한 이야기,

운동권들의 짜증나는 폐쇄적인 문화와

염증나는 입으로 하는 정치와 급진적인 사상에 하나도 안급진적인 삶

이런 것들을 이야기해보면 좋겠지만,

그냥 너무 피곤하다.

 

사실 갈수록 미군이고 뭐고, 평화고 뭐고, 전략적 유연성이니 뭐니,

머릿속이 복작해서 하얗게 되다 보니 잘 생각이 안난다.

그냥 대추리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살면 좋을거 같고

국가와 권력이 한없이 짜증나고 밉고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평택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그냥 피곤하니까 쉬고 싶다.

그냥 못견디겠으니까 국가와 싸우는 것다.

그냥 사는 거다. 인간이니까.

 

너무 똑똑하고 잘난 운동권들 싫다.

그냥 좀 살자. 논리적인 이유 없이도 그냥 하면 어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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