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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꿈이라면...

어젯밤엔 그야말로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 도무지 집중을 할 수 없어 일찍 잠이나 자자고 정리를 하는데 갑자기 메세지가 울린다.  시간은 밤 11시 40분.  

 

저쪽; 술한잔하자.(먼소리야??)

나; 야! 어딘데 술을 먹자는거야?

저쪽; 니네 동네야.

나; 헉! 근데, 나 지금 못나가는데...

저쪽; 알았어, 그럼 그냥 갈게~

(근데, 생각해보니 그냥 보내기에는 좀 너무한것 같아 기다리라고 했다.)

나; 아니야! 기다려~ 얼굴이라도 잠깐 보자..

하고는 뛰쳐 나가서 정말로 얼굴이나 보려고 했는데 결국 술집으로 가고 말았다.

(술집에서 보니 이미 친구의 입내음에는 술냄새가 확~ 하고 풍기더라...ㅎ)

 

 

 



미친짓이 따로 없고나...쩝~ 가뜩이나 마음은 허하고 기분은 다운되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데 그런 기분에 술을 털어 넣자니 술맛은 더 없이 쓰기만하다.. ㅠㅠ 먼곳에서 그것도 거의 3년만에 나타나서 연락을 한 친구에겐 미안하기 그지 없는 일이었지만, 난 웬만해서는 내 기분을 잘 숨기지 못한다.  무슨일 있냐?(사는게 그렇지 머~) 늙었네...(고생을 해서 그렇지...이제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고..) 왜 이렇게 말랐어?(그동안 다이어트좀 했다, 왜?) 등등의 질문과 반가움이 묻어 나는 관심 어린 말들을 던졌지만,  길게 답변 하고픈 마음이 쉬 생기질 않아 비켜가는 정도로 넘겼다. 그 와중에 혼자 든 생각은 어디서 나같은 사람이 또 있군, 하면서 쓴 웃음이 나오는걸 겨우 참았다...쩝~ 그리고 이 나이에 아직도 20대에서나 벌어질만 한 일이 벌어지는구나...밤 12시가 다 된 시각에 술이나 먹자고 하는 친구도 있고, 아직은 행복한 시절이라고 할 만한 건가?? 허허~ 

 

머 어찌됐든 새로 시킨 삼선짬뽕같은 분위기와 기분 속에서 야, 자를 퍼부어 가며 술잔을 쉴새도 없이 돌리며(난, 정말이지 술잔 돌리며 술 마시는 것에 여전히 적응이 안된다. 나도 가끔은 술에 취해 잔을 돌리기도 하지만, 그 친구는 마치 술잔 돌리고 싶어서 술마시는 것처럼 쉬지않고 돌리니깐..거기다 무조건 원샷! 이라니..ㅠㅠ) 마시고는 1시간반 만에 헤어졌다.  헤어지는 발걸음이 그닥 가볍지는 않았다. 다른때 같으면 늦은 시간 같은건 아랑곳 않고 취할때 까지 마셨을텐데, 웬지 술이 받지 않는거다.  거기다 오랜만에 내가 생각나서 연락해온 고마운(?)친구랑 마시는건데도...(이 글을 그 친구가 읽는 다면 서운해 할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한 내 심정은 그랬다.)  술 마시면서 나는 다운된 기분에 점점 취해가고 있었는데 그 친구는 그 와중에도 뼈있는 말을 내뱉었다.  '인생이 재미 있어서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단지 재미 있으려고 모두가 발버둥 치면서 사는거 뿐이야.' 헉! 글쿠나.. 난, 나만 재미 없다고 생각하며 꾸역구역 살고 있는지 알았는데 거의 대부분 그렇구나..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위로가 되기도 했다. ㅡㅡ; 

 

술집을 나오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아, 정말 기분도 뭐같은데 비까지 오고 난리야..하며서 터덜터덜  걷는데, 마음 속 한 구석엔 지독히도 유아적이었던 나의 생각과 행동이 누군가를 죽도록 괴롭혔다는 죄스러움으로 고개를 들 수가 없을 정도였다.  왜 이제서야 비로서 알았을까?  바보가 아니고서야 이제서야 그걸 알다니...하지만 손바닥도 부딪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라면서 금새 자기 합리화를 해 버리고 마는 나의 모습에 그저 좌절속을 걷는 기분일 뿐이었다.

 

여전히 마음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고, 상처 받은 그 가슴을 생각하면 죽고 싶은 마음 뿐이다.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아팠을까? 아프기는 나도 마찬가지지만...그래도 행복했던 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생각할 수록 희비가 엇갈리는 중심 잡기 힘든 시간이다.. 쉽게 저항 할 수 없었던 그 찰나들이 후회스럽기는 커녕 심술궂은 마귀할멈의 그것과 같았다고 하면 과연 믿을까?  마음 같아서는 다시 요술을 부려 그 속에 빠지고 싶은 생각이 굴뚝이지만...쩝~

 

* 그러고보니 오늘은 내가 2세를 재생산 하고 미역국이란걸 먹은 날이로구나...어쩐지 온몸이 쑤신다 했다...(내 생일날 즈음이 되면 엄마는 꼭 몸이 아프다고 했던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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