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폭행사건

칼럼

인천어린이집 폭행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애초에 문제가 무엇일까?

 

아이를 남한테 맡기는 게 문제 아닐까?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게 정상인데 남한테 맡긴다

왜? 엄마는 일하러 가야 하니까.

왜? 아빠 혼자 버는 걸로 살림을 꾸려갈 수 없으니까

왜?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있으니까

왜? 노동수요가 억제되고 불규칙하니까

왜? 수요를 구현하는 돈이 돈소유자의 임의에 따라 움직이니까

왜? 돈이 그 액면가를 유지하고 정기적으로 이자를 낳아주니까

그리고 땅이 낳는 지대가 임금의 상당분을 흡수해버리니까

 

이와 같이 뉴스1면을 장식하는 사회문제를 끝까지 파고들면 결국 우리는 돈과 땅의 결함과 만나게 된다

 

뉴스를 보면 CCTV를 설치하자, 보육교사의 인성을 검증하자고 하지만

CCTV가 모든 공간이나 상황을 커버할 수는 없고 인성은 도대체 어떻게 측정한단 말인가?

그런 건 모두 대증요법일 뿐이다

중요한 건 돈과 땅을 개혁해서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어린이는 가정에서 보호되어야 한다

부모와의 관계, 비교적 안전한 상호작용을 통해 인격이 천천히 여물고

가정 밖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접촉에 대해

마음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그건 마치 어린 싹이 매서운 바람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것과 같다

 

어릴 때부터 사회성을 길러줘야 한다며 친밀하지 않은 여러 사람들과의 접촉에 노출시키는 건, 그 아이의 정신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아이는 분명히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엄마와 떨어지는 순간을 감당해야 하는 그 아이의 입장을 헤아려야 한다

아이의 눈으로 그 상황을 봐야 한다

아이는 가정의 익숙한 관계에서 상호작용에 대한 연습을 충분히 한 다음 사회로 나와야 한다

가정은 그 아이가 상호관계에서 바람직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보조를 맞추고 자신감을 주게 된다

이건 애정과 관심과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고 당연히 엄마의 몫이다

그걸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남한테 맡기고

그 시스템이 잘 돌아갈 거라고 방관하고 있다

보육교사가 아이를 그 아이 엄마처럼 사랑해줄까?

보육교사는 돈 때문에 그 일을 하는 것이지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건 순간이다

아이의 짜증과 거친 행동을 보육교사가 모두 받아줄 수 있을까?

아이를 길러본 어머니라면 그런 가능성을 부정할 것이다

 

어느 정도 머리가 굵어진 중학생 고등학생들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여

왕따를 당한다든지 자퇴를 한다든지 등교거부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보다 어린 아이들을 무작위적인 상호작용에 노출시킨다?

필자는 그게 미친 짓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당장 드러나지 않겠지만 10년 20년이 흐른 다음에 사회부적응자와 범죄율의 증가로 나타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추적이 불가능할 것이기에 그런 문제를 낳았던 상호작용들은 그대로 방치될 것이다.

 

이런 사회문제들을 통해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법이다

그리고 그 근본적인 해법은 아이를 엄마한테 돌려보내는 것,

엄마가 집안일만 해도 가정이 꾸려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을 위해서 1인이 벌어도 가정을 충분히 꾸려갈 수 있을 정도로

노동수요와 실질소득이 늘어나야 하고

따라서 실비오 게젤의 제안대로 돈과 땅을 개혁해야 한다는 최종결론에 이르게 된다

(돈이 수요를 구현하므로 노동수요가 늘어나려면 돈의 순환이 규칙적이 되어야 하고,

노동대가는 공짜땅 노동대가로 결정되므로 실질소득이 늘어나려면 땅사유권을 폐지해야 한다)

 

실비오 게젤은 지대를 공동체로 환원해서,

모성을 촉진하기 위해 아이를 기르는 어머니에게 양육비를 보조해 줄 것을 제안한다.

양육비 보조금은 지금도 복지정책의 형태로 있지만

실비오 게젤의 제안은 그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기존의 양육비 지원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양육비를 지원해주는 만큼 지대를 끌어올린다.

게젤에 따르면, 지대는 지구표면의 모든 땅을 획일적으로 균일화해버린다.

어떤 땅에 어떤 이점이 생기면 그 이점은 바로 지대로 반영되어

여러 땅이 가진 차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린다는 것이다

어떤 땅에서 살 때 양육비를 얼마만큼 덜 내게 되면

그 이점은 지대로 반영되어 지대는 그만큼 상승한다

그래서 지대를 그대로 놔뒀다가는 모든 진보적인 정책을 무력하게 만든다

 

실비오 게젤은 땅사유권을 폐지하여 지대를 전부 공동체로 환원한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엄마들의 양육비를 지원하는데 사용된다.

(실비오 게젤은, 지대는 인구가 끌어올리고 그 인구는 어머니들이 생산하기 때문에 지대가 어머니의 몫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여성이 경제적 문제 때문에 원치 않는 결혼을 하거나 원치 않는 결혼생활을 유지하거나 매춘부가 되는 걸 예방할 수 있다고 게젤은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여성들이 남성들을 단순히 돈가방으로 보지 않고

몸과 마음의 자연스런 끌림에 따라 자신의 진정한 파트너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필자는 이게 페미니즘의 완결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페미니즘은 각 경제주체가 서로 갈등을 유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여성에게 더 많은 몫을 밀어주자는 것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남성들과 이해관계가 갈리게 된다

그것은 끝없는 투쟁이다

한 번은 이기겠지만 다음 번에는 질 것이다

 

하지만 게젤의 자연스러운 경제질서 아래에서는,

모든 이의 이해관계가 조화를 이루어 이런 소모적인 싸움을 멈추게 된다

여성들은 지대를 통하여 아이의 양육비를 지원받는다.(세금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건 여성의 부담만 줄여주는 게 아니라 남성의 부담도 줄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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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4 08:48 2015/01/2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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