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호황 속에서 지난 2년 동안 한국의 경제성장과 수출실적은 국제적,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 화려한 성과 뒤에서 일자리와 복지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사람들의 불만은 해결되지 않았고, 여전히 희생양을 찾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거시 경제 지표의 고성장이 서민들의 일상적 삶의 질 향상이나 사회적 복지 인프라의 확충으로 연결되지 않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이 다시 드러난 셈이다.
예컨대 한국 사회는 여전히 공공 산후조리원의 비중이 6%에 불과하다. 반면에 민간이 운영하는 시설들을 중심으로 2020년 이후에 산후조리원 이용 요금은 40%나 폭등했다. 공공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매우 많은데, 기회는 부족하니까 전체 이용자 중에서 고작 5%도 안 되는 다문화 가족 산모에게 화살이 돌아가는 셈이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공 돌봄 인프라의 부족이 엉뚱한 곳에서 피해자를 낳고 있는데,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발언들은 이런 분위기에 올라타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 즉, '저성장을 극복하면 기회의 총량도 늘어날 것'이라던 기대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대다수에게 여전한 삶의 고통, 역대급 초호황과 고성장의 성과가 소수에게 독점되는 불평등을 해결하는 일이었다.
이것을 해내지 못하면, '이주노동자는 경제발전에 도움 되지만 크게 도움은 안 된다, 다문화 가족에게 지원을 넘어 특혜가 있는지 검토하자'라는 목소리조차 사라질 수 있다. 그 자리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이주노동자와 다문화 가족의 특혜를 빼앗고 쫓아내자'라는 목소리가 차지할 수 있다. 작은 균열을 넘어서 노골적인 배타주의와 혐오의 홍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고장 난 시계도 하루 두 번은 맞는다더니, 내국인 역차별을 바로잡자는 취지만큼은 옳다"라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칭찬하고 있다. 그러면서 "가장 큰 구멍부터 막자"라며 '외국인 실업급여, 외국인 건강보험 무임승차, 중국인 부동산 싹쓸이 등을 모두 바로잡고, 외국인에게는 최저임금도 구분 적용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기회를 더 공격적이고 강경한 이주민 배척 정책으로 이어가려는 의도다.
반면에 이주노동자나 결혼이주여성들과 연대해서 차별 해소와 지원을 요구하던 목소리는 더욱 위축되고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이것이 유럽과 라틴아메리카에서 중도개혁 세력의 어정쩡한 타협적 태도와 개혁의 실패가 극우 보수 세력에게 집권의 길을 열어준 과정이었다. 최근에 브라질이 그런 길로 넘어갈 뻔했고, 프랑스에서는 그런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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