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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시위는 발화점…번져가는 유럽의 대혼돈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6/11/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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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랑스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게 된 요인, 프랑스의 몰락상이 유럽 전반으로 번져가는 상황을 짚어본다.

 

 

복지 허물고, 기득권엔 퍼주고…9년 동안의 분노

 

지난 9월 21일(이하 현지 시각) 프랑스의 고등학생들이 에마뉘엘 마크롱 정권을 향해 “선생님을 돌려 달라”, “교실을 늘려 달라”라며 시위를 시작했다.

 

남녀노소 프랑스 국민이 가세하면서 주최 측 추산 80만 명 이상이 함께하는 대규모 시위로 확산됐다. 대선을 6개월가량 앞둔 가운데 참가자들은 마크롱 정권에 분노하며 “마크롱 탄핵”, “부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4주가 넘게 이어지는 시위 과정에선 약탈과 방화도 벌어졌고 프랑스는 혼란에 빠졌다.

 

돌아보면 마크롱 정권 9년 동안 프랑스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잇따랐다. 하지만 학생들이 시위를 주도한 건 1968년 이후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그만큼 현재 프랑스의 상황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됐음을 보여 준다.

 

대규모 시위의 출발점은 마크롱 대통령의 복지 축소, 기득권 퍼주기 정책에 있다.

 

마크롱 정권은 집권 9년 동안 이전의 미테랑, 시라크 정권이 26년 동안 남긴 빚보다도 많은 빚을 남겼다. 이렇게 된 요인은 기득권의 배만 불리는 정책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본래 프랑스는 유럽연합(EU) 2위 수준의 복지 강국이었다. 이게 극우세력이 주장하는 것처럼 무턱대고 퍼준 건 아니고, 프랑스 국민이 수입의 40~45%가량을 세금으로 내기에 가능했다. 즉 프랑스식 복지는 국민이 나라에 세금을 내는 만큼 강력한 복지를 보장받는 구조였다.

 

그런데 2017년 마크롱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집권 초반기, 마크롱 대통령은 부유세를 폐지하며 초부유층 감세를 밀어붙였다. 부자들에게서 금융, 자본 소득을 뺀 부동산 자산에만 세금을 매겼다. 그 결과 재선을 거쳐 10년에 가까운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기간 막대한 세금이 걷히지 않았다.

 

마크롱 정권이 부유세를 축소하면서 생긴 세금 감소액은 2022년 한 해에만 45억 유로(약 6조 7,000억 원)가량이었다. 2022년 이외에는 수치가 공개되지 않아서 정확한 액수는 알 수 없다. 다만 마크롱 정권 기간 적어도 대략 수백억 유로의 세금이 덜 걷혔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크롱 정권이 부유세를 축소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프랑스 초부유층의 자산은 무려 5배나 불어났다.

 

이뿐만 아니라 201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6%였던 재정 적자는 지난해 5.1%까지 치솟았고, 2027년에는 5.4%로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프랑스의 재정 적자는 EU 평균(3.1%)보다 훨씬 높으며 국가 부도 위기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18%로 조사됐다.

 

초부유층의 재산은 막대하게 불린 반면, 교육 등 기본적인 복지 예산부터 대폭 삭감하니 마크롱 정권에 분노하는 이들이 많을 만하다.

 

이 와중에 마크롱 대통령과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학생들과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시위를 학생들이 아니라 이른바 ‘불순한 극좌세력’이 주도한다고 몰아가고 있다. 학생들과 다른 프랑스 국민 간 이간질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을 제외한 시위 참여자들을 극좌세력으로 규정해 시위의 동력을 없애고 책임을 덜려는 게 마크롱 정권의 계산으로 풀이된다.

 

일단 마크롱 정권은 교사를 충원하겠다고는 했으나, 예산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투입할지도 밝히지 않았다. 게다가 교사 충원 방식도 수학 선생이 부족한 학교에 물리 선생을 보낸다고 하는 등 주먹구구식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니 프랑스 국민 사이에서 ‘이 나라의 가장 큰 약탈범은 마크롱’, ‘빵부스러기를 먹을 바에야 시위를 계속하겠다’라며 분노가 계속 터져 나오는 것이다. 갈라치기로 위기를 모면해 보려는 마크롱 정권에 맞서 시위는 계속될 듯하다.

 

대미 추종: 우크라-중동전쟁이 거덜 낸 곳간

 

프랑스는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을 따라 러시아를 적대했다. 그 결과 러시아로부터 들여오던 석유와 천연가스 등 값싼 원료가 끊겼다.

 

이뿐만 아니라 대러 제재 동참으로 물가가 오르고 금리 인상까지 잇따르면서 프랑스 국민에게 고통을 안겼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파장으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프랑스의 물가는 크게 올랐다.

 

프랑스 국립 통계경제연구소(INSEE)가 2023년 1월 13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프랑스의 연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2%를 기록했다. 이는 40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률이 2021년 기준 10.5%에서 2022년 23.1%로 급등했다. 에너지 가격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음을 알 수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6일 “2017년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 물가는 23.4% 상승했다”, “식료품에 많은 예산 비중을 두는 저소득 가구가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라고 보도했다.

 

또한 프랑스 시장에는 마크롱 정권의 우크라이나 지원책으로 값싼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이 물밀듯 들어왔다. 이 때문에 프랑스 농민이 팔던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마크롱 정권은 자국 농민을 생존 위기로 몰아넣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마크롱 정권은 복지를 축소하며 자국민에게 허리띠를 더 강하게 졸라매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마크롱 정권이 공공지출 비용을 대폭 삭감한 것과 달리 역대급으로 끌어올린 비용도 있다. 바로 국방비다. 

 

마크롱 정권은 국방비를 2027년까지 640억 유로(약 95조 2,330억 원)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2017년 대비 두 배에 이르는 규모다.

 

만약 프랑스가 미국의 대러시아 적대 정책에 동참하지 않았다면, 에너지 비용과 국방비에 들어갈 돈을 복지 예산에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중동전쟁까지 겹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 상황이 더 힘들어졌다. 마크롱 정권은 중동전쟁에 직접 참전하진 않았지만, 미국을 따라 이란을 적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오던 비료 등 원료 수입량이 격감해 피해를 입고 있다.

 

‘제국주의 빨대 경제’의 종말

 

프랑스는 19세기부터 1960년대까지 서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를 식민 지배했다.

 

식민 지배가 끝난 뒤에도 프랑스는 현지의 친프랑스 인사들을 통해 서아프리카 각국을 착취해 왔다. 표면적으론 독립에 찬성한다고 했지만, 프랑스가 서아프리카에서 지속해 이권을 챙길 수 있도록 서아프리카 경제 구조를 설계해 둔 것이다.

 

프랑스 기업은 가봉에서 목재와 석유, 기니에서 알루미늄 원료인 보크사이트, 니제르에서 우라늄, 콩고에서 구리 등의 필수 원자재를 헐값에 들여와 자국 산업 육성에 썼다. 그 과정에서 서아프리카의 주요 항만도 사실상 독점했다.

 

즉 프랑스는 서아프리카 나라들에 일명 ‘빨대’를 꽂아서 수탈해 왔다. 

 

그뿐만 아니라 프랑스 재무부는 유로화에 가치를 연동시키는 통화인 세파프랑(CFA)을 서아프리카 각국에 도입했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세파프랑의 환율 관리를 도맡았으며. 서아프리카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용 금 보유고의 85%를 보관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서아프리카 나라들의 돈을 사실상 무이자로 가져다 쓰거나, 자기 돈 마냥 투자하며 수익도 벌어들였다.

 

한때 아프리카 전체 교역량에서 프랑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30%였다. 즉 프랑스는 서아프리카의 경제주권을 장악해 자국의 경제 성장, 복지 유지를 떠받친 것이다.

 

하지만 마크롱 정권 들어서 프랑스의 오랜 수탈로 쌓여 온 반프랑스 여론이 서아프리카 곳곳에서 폭발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집권한 2017년 기준 아프리카 전체 교역량에서 프랑스의 비중은 5.5%로 쪼그라들었다.

 

서아프리카에서 프랑스의 비중이 쪼그라든 건 해당 지역에서 경쟁국이 없다며 안주해 온 측면도 있다. 이와 달리 중국, 러시아, 튀르키예 등 서아프리카 시장에 새롭게 진출한 나라는 해당국 주민들의 상황을 고려해 마음을 얻었다.

 

2020년대 초반엔 니제르, 말리, 부르키나파소 등 이전까지 친프랑스 정권이 장악했던 나라 곳곳에서 반프랑스-반제국주의를 내건 쿠데타가 줄을 이었다. 특히 위 세 나라는 국가 통합을 목표로 사헬국가연합을 창설해 자주적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프랑스군기지를 철수시켰다.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은 코트디부아르, 세네갈, 차드 등에서도 프랑스와의 관계 재설정을 천명하며 프랑스군기지를 철수시켰다.

 

니제르의 새 정부는 프랑스가 1971~2024년 기간 니제르 소마이르 광산에서 생산된 우라늄의 86.3%를 가져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프랑스 대기업 오라노가 지분 63.4%를 거머쥐며 장악 중이던 소마이르 광산을 국영화했다. 

 

또한 세네갈을 비롯한 서아프리카 각국은 셰파프랑에서 벗어나 통화주권을 되찾겠다고 선언했다.

 

서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 재설정이란 프랑스 처지에서 달가운 일이 아니다. 프랑스로선 약탈로 자국 경제를 떠받치는 게 불가능해졌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마크롱 정권 들어서 프랑스는 아프리카 약탈이 더 이상 곤란해져 재정 확충에 차질이 생겼고, 이 때문에 자국민을 대상으로 하던 복지 정책이 타격을 입었다. 이 점 또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요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성장 엔진 꺼진 유럽…곳곳에 번지는 시위

 

프랑스는 본래 독일과 함께 EU의 경제를 지탱하는 쌍두마차였다. 영국이 EU에서 떨어져 나간 뒤 프랑스가 짊어져야 할 부담은 더욱 커졌다.

 

그런데 마크롱 정권은 ▲기득권 위주 정책 ▲대미 추종 정책 ▲아프리카 약탈 경제의 종말 등으로 제 발등의 불도 끄기 어렵게 됐다. 자국의 상황도 감당 못하는 프랑스로선 유럽의 지도국 역할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는 마크롱 정권의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의 대규모 시위 이후 벨기에,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알바니아, 독일 등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대규모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해당 나라에서도 학생들과 청년층, 복지 지출 삭감으로 살던 집에서 쫓겨날 판인 서민층 등이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프랑스로선 자국과 유럽에 겹쌓인 문제를 개선하려면 기득권 퍼주기 정책을 전환하고, 러시아와의 적대 관계부터 풀어야 한다. 그러나 마크롱 정권이 정책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설령 6개월 뒤 정권교체가 된다고 하더라도 차기 정권이 프랑스에 산적한 난제를 단번에 푼다는 보장도 없다.

 

이번 프랑스의 대규모 시위는 유럽 전반의 분노 폭발 분위기에 불을 붙인 발화점으로 볼 수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처지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기에 대혼돈은 앞으로도 계속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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