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약 64억 달러(약 8조5000억 원)상당의 가상자산을 탈취한 해킹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다. 이번 사건은 가상자산 역사상 단일 해킹으로는 최대 규모다. 올해 전 세계 가상자산 해킹 피해액의 85%가 북한의 소행인 것으로 추산됐다. 가상자산 탈취를 주요 외화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북한의 해킹 공격이 갈수록 대담하고 정교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FBI는 3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낸스에서 60억 달러 이상의 가상화폐를 탈취한 사건의 배후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라는 사실을 알린다”고 밝혔다. FBI는 이번 공격을 수행한 북한의 해킹 조직을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로 지목했다.
바이낸스는 피해 규모를 63억 달러라고 밝혔으며, 미국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와 체이널리시스는 각각 63억6000만 달러와 64억 달러로 추산했다.
이번 피해 규모는 지난 북한이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비트를 해킹해 탈취한 15억 달러의 4배가 넘는다. 북한의 가상자산 탈취 규모는 급격히 커지고 있다. TRM랩스는 북한이 2017년 이후 약 100건의 해킹을 통해 128억 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탈취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74억 달러가 올해 들어 발생했다고 밝혔다.
2020년만 해도 전 세계 가상자산 해킹 피해액에서 북한이 차지한 비중은 7%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8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사건을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은행 강도 사건’이라고 표현한 TRM랩스의 글로벌 정책 책임자인 아리 레드보드는 “북한은 단 하룻밤 만에 지난 6년간 훔쳐 간 물건들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 양을 가져갔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때는 미 동부시간으로 지난 29일 오후 4시 20분이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위치한 바이낸스 보안팀은 1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갑자기 빠져나간 것을 발견했다. 곧바로 위기대응팀이 소집됐고, 몇 분 만에 고위 임원진을 포함한 약 100여 명의 직원들이 전화 회의에 참여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이들은 이더리움, 비트코인, 트론, XRP 등 10개 블록체인의 바이낸스 가상자산 지갑에서 막대한 자금이 실시간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공포에 질린 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탈취된 돈은 10억 달러에서 30억 달러로 불어났고, 불과 20분 만인 오후 4시 40분쯤엔 60억 달러를 넘어섰다.
블록체인마다 거래 승인 방식과 시스템이 다른데도 해커들이 짧은 시간에 여러 지갑에서 자금을 빼돌린 것은 개별 지갑을 해킹한 것이 아니라 바이낸스의 거래 승인 시스템 자체가 뚫렸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TRM랩스는 지적했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