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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사령관이 정해준 우리나라 영토, 국힘은 괜찮습니까?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미 싱크탱크 '골드 국제전략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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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미국 워싱턴의 골드국제전략연구소 세미나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이 이런 말을 했다. "유엔사의 관점에서 볼 때 대한민국은 남쪽 철책선에서 시작된다"고 말이다. 정전 상태를 유지하려고 자신이 유엔군 사령관의 자격으로 그 구역을 관리하기 때문이라는 근거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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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발언은 파장은 컸다. 우리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우리 국방부는 "유엔군사령관 개인의 견해"라고 선을 그었다. 유엔사령부는 "대한민국의 주권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해명했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은 정전협정에 따른 비무장지대(DMZ) 안의 군사·행정 책임을 설명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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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육군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김규하 육군참모총장은 브런슨 사령관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미국 정부도 한국 측 우려에 공감한다는 뜻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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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주권 앞에 입닫은 기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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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에서 가장 이상한 장면은 따로 있다. 국민의힘의 침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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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에 바로 반발했다. 김병주 의원은 발언 철회와 사과를 요구했다. 진성준 국방위원장은 헌법 제3조를 들어 브런슨의 인식이 헌법과 배치된다고 했다. 박선원 의원은 "대한민국의 영토가 어디서 시작하는지 왜 주한미군 사령관이 정하느냐"고 물었다. 송영길 의원은 자국 군대의 전작권이 남의 나라 손에 있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한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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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달랐다. 같은 날 브런슨이 한 발언 가운데 이 부분은 제외하고 전작권 발언 부분만 골라 받았다. 장동혁 대표는 북한 위협이 달라졌으니 전작권 전환 평가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브런슨의 발언을 앵무새처럼 옮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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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식 원내대표는 대통령 임기에 맞춘 전작권 전환을 멈추라고 했다. 김태규 원내수석대변인은 한발 더 나갔다. 민주당이 동맹국 사령관을 단체로 겁박한다며 민주당과 국방부에 "한미동맹을 훼손한 망언"을 사과하라고 했다. 사과 요구를 받은 쪽은 주한미군사령관이 아니었다. 우리 국방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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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주권 발언을 비판한 국민의힘 지도부의 논평은 찾을 수 없다. 민주당 전은수 원내대변인은 이 침묵을 "굴종적 태도"라고 불렀다. 헌법 제3조 영토주권을 그토록 읊던 사람들이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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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은 여기서 나온다. 헌법 제3조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기 때문이다. 보수 정치는 이 논리를 오래 지켜왔다. 북한 땅까지 우리 영토라고 말해온 정당이, 대한민국이 휴전선 남쪽에서 시작된다는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에는 입을 꾹 닫았다. 북쪽도 우리땅이라면서 정작 그걸 부정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모르쇠 한다. 미군 사령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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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3조는 철책선에서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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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의원이 19일 오전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육군본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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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브런슨에게 화만 내고 끝낼 일은 아니다. 불편하지만 그는 현실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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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정한다. 문장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압록강과 두만강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 주권은 군사분계선(MDL) 남쪽에서조차 온전히 작동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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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정전협정은 MDL 남쪽 DMZ의 민사행정과 구호를 유엔군사령관 책임으로 정했다. 그 업무에 관계된 사람도 유엔군사령관의 허가 없이는 DMZ에 들어갈 수 없다. 우리 군도, 우리 국민도, 헌법이 우리 땅이라 부르는 곳에 들어가려면 유엔사의 허가를 받는다. 하물며 우리나라 장관도 대통령도 유엔사령관 허가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 이걸 규정한 정전협정 서명란에 대한민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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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의원 말대로 유엔사 권한은 출입허가와 민사행정에 국한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영토의 출입허가권을 남(미군)이 쥔 땅을 두고 주권이 온전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헌법이 적어둔 영토와 주권이 실제로 닿는 영토 사이에 틈이 있다. 우리도 이미 잘 알고 있던 것이다. 브런슨은 그 틈을 거칠게 짚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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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은 헌법 3조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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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모순은 더 근본적이다. 국제사회는 대한민국 헌법 3조로 한반도를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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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남북은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 국제법의 눈으로 보면 한반도에는 주권국가가 둘 있다. 국제법이 국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실효적 지배다. 영토와 주민, 그 위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정부. 그래서 대한민국의 실효적 지배는 MDL에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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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남북기본합의서는 이 모순에도 불구하고 손을 잡았다. 남북 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생긴 특수관계로 규정했다. 헌법과 국제법의 충돌을 '특수관계'라는 형식으로 봉합해서 관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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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봉합도 이제 유효기간이 지났다. 북한은 2023년 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북한은 더 이상 특수관계가 아닌 별개 국가임을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남조선도, 남측도 아닌 대한민국이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 헌법 3조가 북쪽 땅을 우리 영토라 적어두어도, 국제법으로 북한의 일방적 선언을 반박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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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헌법 3조는 위 아래 두 방향에서 막힌다. 북쪽으로는 국제법의 주권국가 체제에 막히고, 남쪽 DMZ에서는 정전협정에 따라 실질적인 주권행사가 닿지 않는다. 우리 헌법 조문은 한반도 전체를 영토라고 말한다. 그러나 주권이 온전히 작동하는 곳은 남방한계선 이남이다. 브런슨의 발언은 불쾌하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우리 현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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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대신 질문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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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브런슨에게 사과를 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물어야 할 질문들이 있다. DMZ 남측 관리권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돌려받을 것인가. 전작권 전환 이후 유엔사의 역할은 어디까지여야 하는가. 헌법 3조가 규정한 영토와 실제 주권의 간극을 우리는 어떻게 좁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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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도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헌법 3조를 근거로 북한을 반국가단체라 불러온 정당이라면, 북쪽도 대한민국 영토라면, 그 조항이 철책선 앞에서 부정당할 때 먼저 들고 일어났어야 했다. 동맹을 지키는 일과 주권을 말하는 일은 부딪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입에 군내가 나도록 달고 살던 헌법 제3조 영토조항을 왜 오늘은 외면하는가. 미국의 눈치나 보는 이 정당을 안보에 강한 보수정당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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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조문은 명시적인 선언이다. 선언을 현실로 만드는 건 정치의 몫이다. 철책선에서 멈춘 헌법 제3조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아무리 북한도 우리 영토라고 우겼어도 남북관계는 꽃을 피웠던 적이 있었다. 북한도 우리 헌법 3조를 개의치 않는다는 말이다. 철책선에 지뢰 불꽃 대신 다시 진짜 꽃을 피워보자. 우리 정치가 해야만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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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조경일 작가는 현재 피스아고라 대표로 활동한다. 정치개혁, 분단체제 해체 등을 연구하며 주체적 시민의 참여를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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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슨#헌법3조#주한미군사령관#영토조항#조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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