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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가 말해준다, '자식과 손주 기다리는' 명절이 특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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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사는 것은 웰빙, 잘 죽는 것은 웰다잉, 잘 늙어가는 것은 웰에이징이다. 100세 시대, 삶에서 가장 긴 구간을 웰에이징하기 위한 마음은 모두에게 중요하다. 인생의 중반부에 들어선 지금, 후반부를 웰에이징하기 위한 결심들을 소개한다.

▲친정 어머니와 함께 만든 송편친정 어머니와 미리 송편을 만들었다. 떡살로 찍은 송편이 멋스럽다. ⓒ 송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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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며칠 앞두고 친정에 갔다. 송편을 미리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두겠다는 친정어머니를 돕고, 간 김에 우리 가족 몫의 송편도 만들어올 요량이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명절 전날 친척들이 모두 모여 송편과 전 등 차례 음식을 잔뜩 만들었는데, 차례와 제사를 없앤 후에는 그럴 일이 없어졌다. 섭섭하니 떡만 조금 만들어야겠다는 어머니는, 섭섭한 것 치고는 꽤 많이 만들어 평소 친하게 지내는 이들과 나눈다. 그렇게라도 명절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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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세대의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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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준비 체크리스트빼놓은 것이 있나 확인하기 위해 어머니는 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두신다. ⓒ 송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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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며칠 전부터 명절 당일 오후에 두 딸네 가족이 와서 먹을 음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단골 미용실 원장님이 파는 더덕을 주문하고 식혜를 만들어 김치냉장고에 시원하게 준비해 둔다. 잊은 건 없는지 리스트를 지워가며 꼼꼼하게 챙긴다.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도토리묵 담당인 아버지는 명절 전날 가스레인지 앞에 서서 한참 동안 묵을 젓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명절 당일에 문 여는 횟집에서 회를 떠 오는 것도 아버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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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이 아파 밤새 잠 한숨 못 주무셨다는 시어머니도 명절을 맞아 재래시장에 몇 번씩 다녀오신다. 굴비를 사 와 베란다에서 한 번 더 꾸덕꾸덕하게 말리고 고기를 사 와 토란국을 끓일 육수를 잔뜩 끓여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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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들을 위한 더덕무침, 딸들이 좋아하는 송편, 손주들이 좋아하는 회와 도토리묵, 아들이 좋아하는 토란국까지 명절은 요즘말로 '할배 오마카세', '할매 오마카세인'셈이다. 평소에는 열무김치에 멸치볶음 정도만 꺼내놓고 끼니를 해결하는 분들이지만, 명절만 되면 요리대회라도 준비하는 듯한 전문가가 된다. 가족의 취향을 수십 년 기억해 온 사람만이 차려 낼 수 있는 전문적인 한 상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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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리는 굴비시어머니는 사온 굴비를 베란다에서 더 꾸덕하게 말린다. ⓒ 송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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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들에게 명절은 기다림을 끝내고 그리움을 해소하는 날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보지 못하는 자식과 손주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아도 공식적인 만남이 성사되는 시간이다. 여기저기 삭신이 쑤셔 음식 준비하는 게 쉽지 않다는 우리 부모님에게도 마냥 신나고 기다려지는 날이다. 명절의 의미가 점점 희미해져 가지만 노인들에게 그날은 아직은 붙잡고 싶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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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광경이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지금의 40,50대가 노인이 되는 20,30년 후 명절의 풍경은 사뭇 달라져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23년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녀와 연락하는 비중은 2020년 67.8%에서 2023년 64.9%로 감소했고, 전체 노인의 9.2%는 연락가능한 자녀가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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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은 2052년이면 국내 가구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령자 중 1인 가구 비중은 2022년 8.9%에서 2052년 21.3%로 2배 이상 증가하고 같은 기간 '부부+자녀 가구' 비중은 27.3%에서 17.4%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결혼은 하지만 아이는 낳지 않는 부부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결국, 독거 노인은 늘고 아이는 급격히 줄어든 미래에는 자녀, 손주와 함께 하는 오늘날의 명절 풍경이 더 이상 일반적일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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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0년 후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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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송편꽃모양까지 얹은 예쁜 송편 ⓒ 송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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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됐을 때, 어떤 명절을 보낼 것인지 상상해 본다. "명절 좀 그만 챙겼으면 좋겠어. 음식 차리는 것도, 모이는 것도 허례허식이야"라고 말하는 지인들이 많은 걸 보면, 분명 지금의 모습과는 달라져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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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지켜왔던 전통이라거나 늘 해오던 관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음식을 준비하고 사람을 기다리고 먹고 치우기를 반복하는 일은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2025년 모 주방 가전 브랜드가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90% 이상이 명절증후군을 호소했다. 남성들도 마찬가지로 명절 비용 부담, 아내와 처가의 눈치, 장시간 운전 등 명절 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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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명절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세대인 나는, 기왕 하는 음식이라면 조금 넉넉하게 한다. 싱글인 친구와 지인에게 전과 갈비찜을 건넨다. 그러면 그들은 혼자 먹기엔 너무 많다며 들어온 과일이나 한과를 다시 내게 나눠준다. 명절이라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음식이 아니라 나누려고 신나서 하게 되는 음식 준비가 된다. 제법 풍성한 한가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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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지인에게 전할 명절 음식명절음식을 넉넉하게 만들어 혼자 사는 지인들과 나눈다. ⓒ 송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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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대하는 명절은 노년에도 음식 준비에 치어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가 올라오는 날은 분명 아니다. 소모적이고 피로도가 높은 음식 장만과 뒤처리에 명절 대부분의 시간을 쓸 수는 없다. 명절을 사람을 향한 그리움과 기다림만으로 채울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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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식과 손주들이 잘 먹는 음식을 기억하고,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드는 시간 자체를 음미하던 부모님들의 마음만은 이어가고 싶다. 명절의 풍경은 달라져도 누군가의 몫을 생각하는 마음까지 사라질 필요는 없다. 스트레스도 없고 피곤하지도 않으며 사람을 기다리거나 못 만나서 아쉬운 명절 대신 온전히 나와 내가 좋아하는 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일정으로 가득한 노년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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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와 둘이 오붓하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거나 혼자서 평소보다 나에게 더 집중하는 하루를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평소에 못 만나던 지인들과 식사하거나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겠다. 무엇을 하든, 누구와 함께 있건 일 년 중 더 깊게 나에게 집중하는 날로 정의한다면 명절의 재발견이 되지 않을까. '할매 오마카세'는 못 해도 나를 위한 명절 오마카세는 얼마든 준비할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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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인생의 중반부에 들어선 지금, 후반부를 웰에이징하기 위한 결심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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