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해 사람을 만나고 싶다...

본문

 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워했던가? 지금 이 시각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상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너희들은 내 마음의 고향이로다.

- 전태일의 일기 중에서

 대학때 선배들이 가장 많이 추천한 책이었지만, 흔하게 책제목을 내보이며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흔히 말하는 '금서'

 왜 한 사람의 인생을 적어놓은 책이 '금서'로 묶였을까?

 전태일이라는 사람이 남한의 괴뢰분자이기라도 했단 말인가? 흔히 말하는 빨갱이였나?

 어렸을적 전기를 참 많이도 읽었다. 다른 책은 몰라도 어머님께서 전기는 많이 읽어야 한다

 해서 참 많이도 읽었었다. 책속의 주인공들은 어찌나 비슷한 인생을 살다 가는건지....

 위인들의 공식을 읽는 듯 했었다.

 그래서 전기같은 책은 잘 들어보지 않는다.

 근데 이 책은 나를 정말 궁금하게 만들었다. 사실 전태일이 어떤 사람이라는 정도는 이미 들어

 알고 있는 부분들도 있었다. 노동운동의 선구자, 혁명가, 구세주, 노동자의 영원한 친구 등등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며 첫번째 감동은 지은이에 대한 것이었다.

 조영래 선생이 수배시절에 도망다니며, 내용들을 발굴하고, 취합하고, 증언듣고, 관련사람들을

 만나면서 만들어진 책...

 이만한 열정을 발산할 수 있는 사람도 대단한데, 그가 수배를 당하면서도 꼭 기록해야 했던,

 이 책의 내용은 얼마나 더 대단하단 말인가...?

 두번째 감동은 책의 주인공이 '시다보조'라는 직업을 가졌다는 것이다.

 변호사도 아니고, 의사도 아니고, 교사도 아니고, 대학생도 아니었다. '시다보조'였다.

 우리 어머님도 어렸을때 '시다' 일을 했었다고 하셨다. 그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안해본 사람은

 평생 모를 고통이라시며...

 세번째 감동은 이 책의 내용이 무한한 승리의 기쁨을 갖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죽음으로 산화하였지만, 7백만 노동자들에게 가져다준 노동해방의 승리!

 물론, 노동해방이 이루어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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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사람과 같은 세기를 살았음인가? 이 처럼 위대한 사람이 나에게 그렇게나 평범하게

 다가오는건... 오랜 우정을 나눈 친구와도 같고.. 신념을 같이 하는 동지와도 같고... 인생을 배울

 수 있는 선생님과도 같고... 어떨땐 좋은 이야기 들려주시는 할아버지 같기도 하고...(내가 미친

 놈이라 이런생각 드는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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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태일이 살아 있다는 것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얼마전인가 이소선 어머님과의 통화에서도 내 안에 살아 있는 전태일을 느꼈었고, 청계천의

 어느 거리에서도... 옷감 배달하는 오토바이 아저씨에게서도... 곳곳에서 전태일을 보고있다.

 아직, 그가 이루려던 일에 대한 마침표를 찍고 싶어서 일까?

 단 한번의 승리!

 그 날이 올때까지 전태일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을것만 같다.

 이 책이... 책을 쓰게된 경위까지도...아니 전태일의 삶이.. 조영래의 삶이 오래도록 기억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