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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이해영] “내가 틀릴 때마다 1천원씩 내놓겠다”(617호)

[이해영] “내가 틀릴 때마다 1천원씩 내놓겠다”

2006년07월07일 제617호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정부와 시민사회 사이의 치열한 논쟁의 한가운데에 자리한 이름이다. 그는 ‘스크린쿼터 영화인대책위원회 정책위원장’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기획연구단장’으로 활동하면서 한-미 FTA에 대한 날선 비판을 퍼부어왔다. 그는 최근 펴낸 책 <낯선 식민지, 한미 FTA>(메이데이 펴냄)에서 “협정이 체결되면 한국은 식민지나 다름없는 처지가 될 것”이라는 절망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그의 눈에 한-미 FTA는 자유로운 무역협정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과 미국의 경제를 한데 엮는 경제통합 협정이고, 더 나아가 미국의 초국적 자본의 이해에 우리 경제를 종속시키는 ‘식민지’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것이 우리에게 미칠 ‘가장 치명적인 결과’는 경제 체제의 거의 모든 부문에서 국가의 정책 공간을 위축시키고 정책 수단을 박탈하는 데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 교수는 한-미 FTA의 최종 결과는 “한마디로 (한국의) 주권 상실”이라고 못박는다.

그는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주최로 열린 1차 협상 평가 토론회에서 파격적인 발언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이전에 추진하다 중단된 한-미 양자투자협정(BIT) 조항을 베껴 한국 쪽 협상단이 미국에 가지고 가 이를 1차 협정문에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제가 (정부가 공개하고 있지 않은) 협정문 조항을 만들어서 조항이 하나 틀릴 때마다 1천원씩 내놓겠습니다.” 그는 뻔한 내용을 가지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정부를 지적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한-미 FTA 추진 주체는 무제한의 ‘돈과 자본의 자유’를 요구하는 초국적 기업, 초국적 자본, 초국적 시장 세력이다. “한-미 FTA를 통해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규제 완화가 아닙니다. 그것을 넘어 시장이 국가를 통제하겠다는 것이죠.” 그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식민주의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가 상징하는 양국 군사동맹 강화(통합)까지 강행되면 “포괄적 재식민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이 교수는 경고한다. 그런 의미에서 평택과 한-미 FTA는 서글픈 대한민국의 오늘을 상징하는 쌍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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