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한미 FTA는 확실히 고민거리다. 정부는 다양한 매체의 광고를 통해서 한미 FTA가 장밋빛 미래를 약속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쉽게 믿기 어렵다. IMF가 터지기 직전에도 정부는 걱정없다고 호언장담을 쳤던 과거가 있는지라 무턱대고 믿기는 어렵다. 일각의 주장처럼 스스로 무덤 파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그렇다고 안하자니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세계의 흐름에서 도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바심이 든다. 이것도 아쉽고 저것도 아쉽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해영의 <낯선 식민지, 한미 FTA>는 이러한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명쾌한 답을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하면 망한다’는 결과 때문이다. 책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한미 FTA가 성사될 경우 한국은 식민지와 다름없는 처지가 될 것이라는 진단까지 내놓고 있다.
한미 FTA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으며 성사될 경우 경제발전의 도약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정부와 주장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래서 의구심이 든다. 한미 FTA를 반대하면 ‘반미주의자’라는 누군가의 농담 탓인지 저자가 반미주의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무슨 의심을 하겠는가. 이런 것은 ‘사실’로 판단하면 된다. 정부와 상반되는 저자의 주장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주요 쟁점별로 살펴보자.
먼저 논란이 되는 것은 한미 FTA를 하는 이유에 관한 것이다. 정부의 말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아도 유독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는 말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강조하는가? 일종의 압력설이라는 의혹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정부가 미국의 압력 때문에 한미 FTA를 하려고 한다는 주장에 대한 대응인 셈이다.
저자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낯선 식민지, 한미 FTA>는 놀라운 사실을 말하고 있는데 그것은 미국의 4대 요구, 즉 의약품과 스크린쿼터 그리고 쇠고기와 자동차에 관한 요구들을 정부가 주도해서 내 주었다는 것이다. 사실일까? 저자는 그동안의 협상 자료들을 인용하고 있는데 그것만 본다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의약품과 관련해 ‘약값 재평가 제도 개정안 취소’를 요구하는데 정부는 ‘2005년 10월 30일 약값 재평가 제도 개정 중단’을 했고 쇠고기에 관해서 미국은 ‘광우병 파동 때 금지된 수입 재개’를 요구했는데 정부는 ‘2006년 1월 13일 수입 재개’를 발표했다. 스크린쿼터와 자동차에 관한 문제도 별반 다르지 않다. 비록 이러한 것들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의 말마따나 “압력 때문이라면 단순히 미국을 비난”하면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국정부가 자발적으로 자국민의 건강과 이해에 직결되는 사안을 외국정부에 팔아넘긴”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4대 현안은 계속 논란중인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스크린 쿼터 문제에서 드러났듯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경제적 타격이 너무 크다는 주장 때문이다. 이 말은 한미 FTA를 하지 않으면 경제적 타격이 있으니 한미 FTA를 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암묵적으로 ‘전체’를 위해 ‘부분’을 포기하자는 말이다. 국민들은 이 주장에 상당부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전체까지 포기하는 것이라면 어떨까? 그렇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저자는 한미 FTA를 시행할 경우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유를 보자. 먼저 수출이 증가되어 고용이 증가한다는 주장에 대해 수출이 증가하는 것이 맞지만 고용이 증가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미 FTA의 효과는 최근 한국 경제의 문제로 제기되는 ‘고용 없는 수출’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일거리 창출은 헛된 꿈이라는 지적이다.
사회 양극화 현상의 해소는 어떨까? 정부는 한미 FTA를 통해 국가 전체적으로 증대되는 경제적 이익을 취약계층에게 효과적으로 재분배하는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히고 있다. 믿어도 좋을까? 이것은 저자의 말로 바꾸자면 ‘돈벌면 갚을게’라는 말로 신뢰하기 어렵다. 사회 양극화 현상은 IMF이후로 가속화됐다. 신자유주의의 영향이 크다. 그런데 그것을 신자유주의의 절정인 FTA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저자의 말마따나 상당히 아이러니한 주장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경제 효과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
“현 단계 한국경제의 구조적 조건에서 보자면, 한미FTA로 인해 자동적으로 고용이 확대되고 성장이 촉진된다고 예단할 근거는 희박해 보인다. 설사 FTA로 인해 총교역량(수출+수입)이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고용유발효과가 매우 낮은 IT산업에 의해 주도되고, 금융부문의 구조적 취약성이 지속되며, 사회양극화가 심화되는 조건에서 그것은 성장, 고용, 그리고 투자의 경제적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수출증가가 더 많은 수입을 유발하는, 그래서 수출부문이 전체 경제연관으로부터 자립화되는, 즉 일종의 비지화, 혹은 ‘마킬라도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측면에서 한미FTA가 성사될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분석하고 있는데 그것들은 하나같이 ‘장밋빛 미래’보다는 ‘망해가는 지름길’에 가깝다. 물론 장밋빛 미래를 맞이할 이들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소수의 재벌이다. 결국 한미FTA는 소수의 재벌을 제외한 국민들을 신식민지의 국민이 되도록 하는 장치라는 주장이다.
저자의 주장에 얼마나 신빙성을 둘 수 있겠는가? 단번에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다 맞다고 믿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히 믿을 수 있게 된다. 바로 정부 말만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 바로 그것이다.
지금 정부는 ‘매트릭스’의 한 장면처럼 선택하라고 말한다. 따르면 경제발전, 따르지 않으면 도태라는 말과 함께. 이런 경우 누구나 경제발전을 고를 것이다. 하지만 선택하기 전에 명심할 것이 있다. 그것이 모두 ‘환상’일 수 있다는 것, 바로 그것이다.
‘초국적 식민주의’라는 단어로써 한미 FTA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는 <낯선 식민지, 한미 FTA>, 환상에 가려진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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