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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봉사왕’ 쿠바 의료진, 아이티 등 77개국서 활동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경향신문] 2010.12.27.(월) 14면
대지진과 콜레라 확산으로 신음하는 아이티인들을 위해 가장 헌신적인 의료활동을 펼치는 이들은 어느 나라 의료진일까. 답은 미국도, 유럽 선진국도 아닌 아이티의 가난한 이웃 나라 쿠바이다.
26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현재 약 1200명의 쿠바 의료진이 아이티에서 의료활동을 벌이고 있다. 콜레라가 번지기 시작한 지난 10월부터 이들 의료진이 40곳의 진료소에서 돌본 콜레라 환자는 무려 3만여명으로 아이티 전체 콜레라 환자의 40%에 달한다. 지진 피해로 환자가 끊이지 않았던 지난 2월 아이티에 투입된 쿠바 의료진은 하루에 18시간씩 수술실을 가동해가며 밤낮으로 의료활동을 펼쳤다. 다른 나라 의료진 대부분이 2개월 만에 아이티를 떠났지만 쿠바 의료진은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쿠바 의료진의 헌신적인 봉사활동은 아이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들은 1960년대부터 세계 곳곳으로 파견돼 의료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현재 쿠바의 전체 의사 7만5000명 가운데 3분의 1에 달하는 의사들과 약 1만명의 의료 노동자들이 엘살바도르, 말리, 동티모르 등 가난한 나라 77개국에서 의료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10월 콜레라 환자가 발생한 후 발빠르게 아이티에 투입돼 활약한 ‘헨리리브단체’처럼 재난·긴급상황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단체도 운영되고 있다.
또 쿠바의 라틴아메리카의과대학(ELAM)은 현재까지 550명의 아이티 의사를 양성했으며, 전 세계 30개국에서 온 8281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쿠바 의료진이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은 쿠바 정부의 외교전략과 의료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쿠바 정부는 봉사활동을 통해 해당국 정부와의 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하고 있다. 캐나다 댈하우지대학 라틴아메리카 전공 존 커크 교수는 “박봉을 받고 있는 쿠바 의사들이 추가수당도 받고 교실에서만 배웠던 질병들에 대해 직접 배울 기회를 얻기 위해 해외 봉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방 언론들은 쿠바 의료진의 헌신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커크 교수는 “아이티에서의 쿠바의 헌신은 세계에서 가장 큰 비밀 중 하나”라며 “가장 힘든 일을 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해 언급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혁명 쿠바 일차의료 린다 화이트포드 & 로렌스 브랜치 메이데이, 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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