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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담, <신몽유도원도>, acrylic on canvas / 290 X 900cm / 2002
홍성담의 「신몽유도원도」는 “인간과 세계의 일치와 억압과 고통으로부터 해방을 지향하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평화지향적인 활동”인 동북아시아적 휴머니즘을 작가 특유의 상상력으로 집대성한 작품이다. 그림은 가운데 아기를 중심으로 크게 왼편과 오른편, 두 이야기로 나뉜다. 먼저, 오른쪽 이야기 부분을 보면, 맨 왼쪽의 붉은 망토를 걸친 존재가 파시스트다. 칼이 무수히 꽂혀 있는데, 이는 정화의식인 부정풀이의 의미를 담은 이미지이다. 부정풀이의 효험이 있어서인지 파시스트로부터의 미사일과 더불어 내장들이 아래로 쓸려 내려오고 있다. 파시스트 곁에는 속이 기계로 된 허수아비가 죽은 돼지와 수간(獸姦)을 하고 있다[돼지 등 동물 이미지는 고구려 벽화의 육고(肉庫) 그림에서 따왔다.]. 그 허수아비의 머리에서 꿈처럼 풀어져 나오는 세계는 기괴한 몬스터의 세상이다. 화면 왼편에는 밥을 든 거대한 여신상이 서 있다. 여신의 얼굴을 찢고 호랑이가 나오는 것은 전통적으로 이 동물이 음의 세계를 앞장서서 대변하기 때문이다. ... 여신 곁의 벌거벗은 여인이 고통 중에 아기를 낳고 있는데, 그 아기의 머리로부터 삶과 죽음, 사랑과 투쟁의 대하드라마 같은 꿈이 굽이굽이 펼쳐져 나온다. 허수아비의 꿈과 아기의 꿈이 만나는 곳에 푸른 초장이 펼쳐져 있고, 그 위에 어린 바리데기가 누워 있다. 바리데기 무가에 따르면, 불라국 오귀 대왕과 길대 부인이 일곱째 딸인 바리데기는 부모로부터 버려졌을 때, 눈과 코, 입에 벌레가 가득했다. 지금 아기의 몸 위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은 그 전설을 반영하는 것이다. 근원적이고 자연적인 생명의 흐름과 문명과 테크놀로지의 흐름이 맞부딪힌 곳에 누워있는 바리데기. 세상을 선악으로 구분해 일도양단(一刀兩斷)하려는 모든 이념과 가치가 벽에 부딪친 오늘, 삶도 죽음도 하나의 순환원리로 품어 안으며 문명의 쓰레기조차 생명의 원력으로 재생해내는 동북아시아의 오랜 상상력이 이제 기를 펼 차례라고 그림은 말한다. 바라데기 무가가 일러주듯 자신을 버린 부모를 구하려고 온갖 고초를 감내한 바리데기의 사랑과 ‘패션(passion)'이야말로 문명을 구원할 진정한 에너지다.
-2004 개인전 도록에서 발췌
p.s :
실제 작품의 크기는 엄청 크다.
자세히 하나하나 뜯어보면 재미있는 것도 많다. 왼쪽 한복을 입은 여신상 밑에는 바다로 빠지고 있는 심청이도 보이고 오른쪽에는 파시스트를 벗어나기 위해 탈출을 시도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그림을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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