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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선셋"의 의미있는 수다

                                

 

"서른두살이 된 꿈을꿔. 깨어나면 스물세살의 나인것을 알고 안도의 함숨을 쉬지. 하지만 다시 깨어나면 난 서른두살이야"

9년만에 "비포선라이즈가"가 돌아왔다. "비포선셋"으로....

영화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120분 내내 수다로 채워지지만 영화속 풍경의 아름다움은 극도로 자제하고, 수다의 내용은 가히 지적이며, 두 주인공들의 얼굴엔 9년이라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고, 그들은 현실주의자가 되어있었다.

 

셀린느는 "정치로는 아무것도 해결 안 되겠기에 세상을 바꿀수 있는 일"을 하겠다며 환경운동가가 되었고, 제시는 결혼해서 아들을 낳고 무기력하게 사는 평범한 미국인이 되어있다.

 

그렇게 만난 둘은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대화를 시작하다, 80분 내내 수다를 해댄다.

그러나 그들의 대화 속엔 철학과 삶과 사랑이 담겨져 있다.

 

"나는 매일 일기를 써. 얼마전 20대에 쓴 일기를 봤어. 그때는 뭐든 열정이 넘쳤지... 그러나 지금은...."

32살이 되어있는 셀린느는 냉소적으로 변해있다. 결혼한 제시와의 9년전 섹스가 생각나지 않는다며 상처가 두려워 거짓말을 하는 그녀.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것은 기억에서 지워버려..."

그러나 그것은 그녀의 바램일뿐 기억은 그렇게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녀는 그날밤 섹스를 두번이나 했다는것 까지 기억하고 있으니까....

 

"아픔이 없다면 추억이 아름다울텐데..."

그렇게 그녀는 젊은 시절의 열정을 그리워하고, 아픈추억을 지워버리고 싶어하는 32살의 현실주의자가 되어 있었다.

 

"쿠바(?)에서 살았던 적이 있어. 나는 공산주의자는 아니야. 그러나 이건 명확했어. 그곳에서의 삶은 너무나 편안했어. TV를 봐도 쇼핑을 해도 소비강박증에서 벗어나니까 너무나 평온했어"

환경운동가가 되어있는 그녀에게 제시는 공산주의자 아니냐고 물어본다. 그녀는 웃으며 그렇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녀의 쿠바에서의 경험은 그녀에게 무슨무슨 "주의자"라는 것을 붙이지 않아도 사람들이 어떠한 삶을 원하는지 알게 해준다.

그리고 감독은 농담까지 곁들인다. 그녀의 고양이 이름이 "체(che)"라고.....

 

"둘이 정말로 6개월 후에 만나나요?"

"그 질문의 답은 당신이 현실주의자인지, 낭만주의자인지에 달려있죠"

제시는 여자를 임신시키는 바람에 결혼해 지금껏 책임감에 살아왔다. 셀린느가 사랑했던 남자들은 모두 그녀를 떠나 결혼을 했다. 제시는 그러한 삶에서 셀린느를 추억하며 낭만주의자가 되려하지만, 셀린느는 그러한 상처에서 더이상 로맨스에 마음을 주지 않으며 현실주의자가 되려한다.  

 

"결국 다 자전적이죠. 우린 각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니까요... 제가 살아온 삶은 평범했어요. 총이나 폭력과는 거리가 멀었죠. 정치음모나 헬기사고도요. 그러나 모든 삶은 드라마 입니다"

고독.

영화의 자막이 올라가고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며 머리속에 가득 들어찼던 한 단어.

그들이 9년만에 만나 추억을 회상하고, 기쁨을 나누고 마지막이 (섹스를 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행복하게 끝났다고 한들 "고독"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남았다.

20대의 열정이 없어지고, 낭만에 목숨걸지 않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으니까.

"10년전의 고민거리가 지금과 똑같은" 마지막까지 놓지 말아야할 그 무엇인가를 아슬아슬하게 부여잡고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고독하고 쓸쓸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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