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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ngsi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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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와 공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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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16/04/13
    스펙트럼2
    hongsili

폭력의 감소 이해하기2

hongsili님의 [폭력의 감소 이해하기1] 에 관련된 글.

 

아니 글이 길다고 에러가 발생하네??

할 수 없이 두 개로 나눠서 포스팅...

 


Inner demons


*

인생에서 가장 폭력적인 시기는 청소년기와 청년기가 아니라 'terrible two"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 맞네...


*

moralization gap: violence triangle of aggressors, victims, and neurtral parties


*

본질적으로, 대뇌는 inner demons 도 아니고 better angels 도 아님. 이들은 폭력을 조장할 수도 억제할 수도 있는 인지적 도구!


* 폭력의 5개 범주


1) practical, instrumental, exploitative, or predatory

탐욕, 야망 같은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채택하며 seeking system에 의해 셋업되고 사람의 지능에 의해 전적으로 가이드 (dorso lateral prefrontal cortext). 공감이나 도덕적 고려 같은 억제 요인이 부재하는 상태이자, 희생자에 대한 적의도 없음


2) dominance

지배 경합에서 즉각적으로 걸려 있는 재화는 '정보'임. 특히 지배는 갱이나 고립된 사업장처럼 소집단 안에서 폭력으로 발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경우 파벌 집단 내부의 위계가 그의 사회적 가치를 전적으로 결정하기 때문. 테스토스테론은 남성들을 보다 공격적으로 만든다기보다, 지배 관련한 도전에 그들을 준비시키는 역할(testosterone fueled dominance or intermale aggression system ). 청년 남성이 더 폭력적이라는 것은 설명이라기보다 기술이며, 남성이 여성보다 왜 더 공격적이도록 진화해왔는지는 분명한 데 비해 왜 청년이 노인 남성보다 더 폭력적인가에 대해서는 적절히 설명하지 못함. 또한 낮은 자존감이 폭력의 원인이라는 오래된 대중적 착각이 있는데, 실제로는 폭력은 너무 낮은 자존감 때문이 아니라 해당이 없는 경우에조차 너무 높은 자존감 때문에 일어나는 것임. ㅡ.ㅡ  근데, 이런 퍼스낼리티로 예를 든 사람들이 무가베, 후세인, 카다피, 김정은, 이디 아민 등등이고 미국이 서포트한 미친 독재자들 이름은 어디에도 없음 (어리둥절!). 국가 수준의 사례로도 미친 나르시스트 없어서 전쟁없는 평화로운 국가로 캐나다, 뉴질랜드와 더불어 싱가포르 지목함. 아니 항구적 생존전쟁을 일삼는 싱가포르가 여기 왜??? 핑커 양반은 전쟁이 눈먼 민족주의와 나르시스트 지도자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나이브함에 푹 빠져 있음. 인종 간 비폭력의 좋은 사례로 뉴질랜드, 말레이지아, 캐나다, 벨기에, 미국을 예로 드는 것도 제정신인가 싶음. 인종간 위계와 제도화된 비인칭의 구조적 폭력은 안 보임. 좋겠어! 전형적으로 자신의 역사를 영화로운 것으로 신격화하면서 타자를 사회적 계약으로부터 배제시키는 정부에 대해서 비판하는데, 이게 바로 이스라엘이라는 이야기는 또 하지 않지 ㅋ


3) revenge

 rage system에서 비롯. 심지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서 세익스피어의 해결안 (사체 위에 정의가 구현)보다는 체홉의 해결책 (모든 사람들이 상처받고 실망하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의 선호한다는 소리에, 이게 가해자가 할 소리는 아닌거 같음


4) sadism (joy of hurting)

네 가지 동기는 macabre, dominance, revenge, sexual sadism. 그리고 사디즘은 문자 그대로 획득한 취향!


5) ideology

 true believers weave a collection of motives into a creed and recruit other people to carry out its destructive goals.

이데올로기가 가져올 수 있는 세 가지 병리는 polarization, abtuseness, animosity... 스탈린, 마오, 폴포트를 지적하되 일관되게 극우 독재자와 학살자들은 언급조차 없음.. 하.... 도덕적 판단을 흐리는 방식에는  euphemism (위해를 무언가 다른 것으로 프레이밍), gradualism, displacement or diffusion of responsiblity, distancing, deratation of the victim.. 어쨌든 이데올로기라는 악마에 대응하는 백신은 개방된 사회 ㅋㅋ 순수악이라는 신화에 대한 대안은 사람들이 마주치는 위해의 대부분이 모든 보통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동기로부터 온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임 (뭔가 사디스틱함 ㅋㅋ).

 

Better angels


오늘날 empathy는 1960년대 love 가 담당했던 sentimental idea가 되었지만, 폭력의 감소요인으로는 과대평가 되었음.  분명, 폭력의 감소가 감정이입의 확장과 일부 관련은 있겠지만, 이는 보다 하드보일드한 속성인 사려깊음(prudence), 이성, 공정함, 자기통제, 규범, 타부, 인권 개념과 관련이 더 큼


1) empathy (feeling into; feeling or acting in the mind's muscle)


대중적으로 공감(sympathy)이나 연민(compassion)의 의미를 갖게 되면서 급격히 부상하게 됨. 대중 심리학의 다양한 개념들을 포괄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에 대한 호의는 그들인 척하고, 그들이 느끼는 것을 느끼며,  그들의 가죽슬리퍼를 신고 1마일을 걸을 때 그들이 느끼는 것을 느끼며, 그들의 관점을 취하고 그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 등등을 포괄함.


원래의, 가장 기계적 의미에서 감정이입은 투사 projection 을 의미하며, 관련된 것은 관점을 취하는 기술임. 마음 읽기, 마음의 이론, mentalizing, empathic accuracy 등이 그러한 능력인데, 사실 마음 읽기는 다른 사람의 생각(자폐증에서 결여된 능력)과 감정(사이코패스에서 결여된 능력)을 읽는 두 가지 능력을 포괄함


공감은 타인의 기쁨이나 고통의 인식에 근거하여, 스스로의 안녕을 다른 존재의 것과 동조시키는 것으로 이루어지며, 사람들이 다른 이들과 관계하는 원인이라기보다 오히려 그 결과이며 내생적이라 할 수 있음


그런데, 공감적 우려에 해당하는 도덕적 센스로서의 감정이입은 거울 뉴런의 자동반사가 아니며, 온/오프 되고 심지어 반대의 감정이입이 생겨날 수도 있음. 우리의 신경계에 감정이입 뉴런과 감정이입 센터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안으며, 타인의 상황,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의 성격에 대한 인식 주체의 해석에 의존하는 복잡한 활성화와 조정의 유형이 있을 뿐임. 연민의 의미에서 감정이입과 가장 가까운 뇌조직은  cortex, subcortical organ 이 아니라 오히려 호르몬 체계 (옥시토신)


지금까지의 심리학 실험에 의하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타인의 고통을 목도함으로써 겪는 자신의 곤경을 회피하려는 이기적 동기에서 타인을 돕지만, 희생자와 공감하는 경우, 그러한 행동이 자신의 곤경을 덜어주든 아니든 타인의 고통을 감소시키려는 동기에 의해 장애를 극복함. 그렇다면 폭력 감소와 관련하여 핵심 질문은 과연 공감이 외적으로 강제될 수 있는가 하는 것.

현실에서, 공감에 대한 관점 취하기의 효과는 도덕화에 의해 걸러지게 됨. 타인의 관점 취하기 훈련은 사람들의 공감 반경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


주의할 점은, 감정이입이 어두운 이면을 갖고 있다는 점. 보다 근본적 원칙은 공정함과 충돌해서 작동할 때  감정이입은 오히려 인간 안녕을 해칠 수 있음. 또한 감정이입은 인간 이해의 보편적 고려하는 힘으로 작동하기에는 너무 지엽적/국소적임. 실제로 감정이입의 반경은 인권의 반경만큼 확장하지 못했음.


궁극적 목표는 정책과 규범이 이차 천성이 되고 감정이입이 불필요하게 만드는 것이며, 감정이입은 사랑과 마찬가지로 당신이 필요한 전부가 아님 ㅋㅋ


2) self control


limbic grasshopper & frontal lobe ant ㅋㅋㅋ 이런 비유 넘 좋음 ㅋㅋ


전두엽님 - 가장 뒤쪽은 자극에 반응하고, 측면은 맥락에 반응하며, 전방극은 에피소드에 반응. 뇌영상 실험은 폭력이 변연계로부터의 충동과 전두엽으로부터의 자기통제 사이의 불균형으로부터 일어남을 보여줌


prefrontal cortex의 와이어링은 60대까지도 완전히 완료되지 않음. 폭력은 단지 자기통제 뿐 아니라 자기통제가 통제해야만한다는 욕구에 의존. 청소년기는 18세에 정점에 이르는 seeking system 에 의해 추동되는 sensation seeking의 시기이며, 테스토스테론에 의해 추동되는 남성-남성 경쟁이 증가하는 시기


지능은 범죄와 매우 상관성이 높음. 멍청한 사람들이 보다 폭력적인 범죄를 저지르며 폭력 범죄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높음. 그러나 사람마다 다른 안정된 속성은 역사를 거치면서 폭력 발생률이 감소한 현상을 설명할 수 없음. 사람과 사회는 시간에 걸쳐 자기통제 속성을 육성하고, 폭력을 줄였다고 할 수 있음


다른 많은 메타포처럼, 자기통제가 물리적 노력이라는 설명은 사실. 마치 근육처럼 자기통제도 피로하게 됨 (ego depletion)


자기통제의 사회 수준 지표를 나타내는 것이 이자율.. 응? (ㅡ.ㅡ) - 장기 지향의 사회는 미래 보상을 향한 실용적 가치 (저축, 인내 등) 지향적이며, 단기 지향 사회는 과거와 현재 (민족적 자긍심, 전통 존중, 낯 세우기)와 관련된 가치를 촉진 == indulgence vs. restraint


이러한 심리, 뇌과학, 경제학 모두 인간이 폭력적, 비폭력적 충동을 조절하는 자기통제 속성을 장착하고 있음을 보여줌


최근의 생물학적 진화? - 행동유전학은 공격적 성향이 유전될 수 있음을 확인했으며, 이는 인구집단의 평균적인 폭력 성향의 이동에서 자연선택에 구체성을 부여함 - 1) self-domestication and pedomorphy, 2) brain structure, 3) oxytocin (cuddle hormone), 4) testosterone, 5) neurotransmitter


3) morality and taboo


어떤 행동이 부도덕하기 때문에 (살인은 나쁘다) 회피하는 것과 그것이 단지 동의하지 않거나 (나는 콜리플라워가 싫다) 혹은 경솔하기 때문에 (모기 물은데 긁지 마라) 회피하는 것 사이에는 유의미한 심리적 구분이 존재. 첫째, 도덕화된 행동의 불승인은 보편화됨, 2) 도덕화된 믿음은 행동 가능함, 셋째, 도덕화된 범죄는 처벌가능함


아동발달과 역사, 진화에서 출현 순서로 도덕의 관계적 설명 모델 나열하면 communal sharing > authority ranking > equality matching > market pricing. 모든 사회에서 도덕성은 이러한 관계 모형들의 일부를 존중하거나 위반하는 것으로 구성됨.

communcal sharing 은 부족 구성원들을 단합하는, 순수하고 신성한 정수를 결여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배제하기 때문에 dehumanization 발생 / authority ranking 은 하층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온정주의적 책임감으로 평화 과정의 심리적 근간을 이루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비순응이나 불복종에 대한 폭력적 처벌을 정당화 / equality matching 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논거를 제공 / rational-legal reasoning 은 그 자체로 폭력을 강제하거나 장려하지 않지만 이윤 추구를 위해 노예를 착취할 수도 있고, 공리주의자처럼 최대 다수의 최대 선을 추구할 수도 있음

도덕적 제도를 역사적으로 이렇게 이동시킨 외부적 힘이라면? 1) 지리적, 사회적 모빌리티 2) 역사에 대한 객관적 탐구


4) reason


좌측의 비판이론가와 탈근대론자, 우측의 종교 수호자들이 동의했던 바는, 두 차례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가 계몽 시대 이래 서양의 과학과 이성 가꾸기의 독이 든 열매였다는 것. 심지어 과학자들도 이런 의견에 동조. 하지만 모든 바보같은 짓들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는 점점 똑똑해지고 있으며, 똑똑한 세계는 보다 덜 폭력적인 세계 ㅋ

심지어 미국 자료 보면 대통령 아이큐 한 포인트 높아질 때마다 13,440명이 전쟁에서 덜 사망 ㅋ


피터 싱어의 '이성의 에스컬레이터' 비유: "우리가 에스컬레이터가 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몇 미터만 가려고 올라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올라타면 끝까지 가는 걸 피할 수 없음을 알게 되고 만다. 마찬가지로, 일단 리즈닝이 시작되면, 그것이 어디에서 멈출지 알아채기 어렵다" "리즈닝은 근본적으로 팽창주의자"

이러한 에스컬레이터는 빼어난 사상가의 산발적 출현에 의하여 동력이 생길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사고의 질에서 상승에 의해 그리 됨. 우리가 점차 스마트해지기 때문에 점점 더 잘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음


근데... 이 책의 논거들이 모두 진짜 폭력, 물리적 폭력에 한정되다보니 이러한 주장이 다 받아들일만한데, 사실 화이트칼라들의 구조적 폭력이나 금융범죄 갈은 것은 다 빠져나가는 경향. 일차원적 폭력을 덜 쓸 수는 있겠지만, 그건 그들이 굳이 몸을 안 써도 되기 때문이겠지. 스마트해진다고 선해지지는 않잖여.. ㅡ.ㅡ


지난 수십년 간 지능에서 산술, 정보, 어휘보다는 매트릭스와 유사성 점수 상승 (flynn effect). 이것만 보면 일반지능 g가 가장 상승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엄청 유전 영향이 크고 환경 요인에 의한 영향이 비교적 작음. 그런데 짧은 시간에 변한 걸로 보아, 상승 효과는 거의 확실히 환경 영향으로 보임. 여기에 미스테리가 존재하는데, 최근 알려진 것은 실제로 상승한 것은 일반 지능이 아니라는 것 - postscientific thinking


현재의 아이큐 테스트는 추상적이고, 공식적인 리즈닝을 포착. 이는 자신을 스스로의 작은 세계의 지엽적 지식으로부터 분리시키고 순수하게 가설적인 세계의 함의를 탐색할 수 있는 능력이라 할 수 있음


이성의 평화 효과 - 이성의 힘은, 즉각적 경험을 밀어놓고 스스로를 지엽적인 시각으로부터 분리시키고 자신의 생각을 추상적이고 보편적 용어로 프레임하는 능력이며, 이는 더 나은 도덕적 헌신으로 이어질 수 있음. 지난 20세기에 사람들의 이러한 리즈닝 능력은 꾸준히 개선되었음


도덕적 진보와 관련된 리즈닝의 종류는 순수한 브레인파워 의미로서의 일반 지능이 아니라 추상적 리즈닝의 배양이라 할 수 있음. 에스컬레이터 가설은 합리성의 영향에 관한 것이지 (한 사회에서 추상적 리즈닝의 수준), 지식인들의 영향력에 대한 것이 아님. 리즈링 능력과 평화 가치의 연관성 - 1) 지능과 폭력적 범죄, 2) 지능과 협조, 3) 지능과 자유주의 (그런데 좌파 자유주의보다는 전통적 자유주의에 더 가까움) - " bright children become enlightened adults", 4) 지능과 경제문해력, 5) 교육, 지적 유창함, 민주주의, 5) 교육과 내전, 6) 정치적 담화의 정교화

 

천사의 날개 위에서


중요하지만 일관되지 않은 결과 - 1) 무기와 무장해제, 2) 자원과 권력, 3) 부, 4) 종교

정리하자면...


1) 리바이어던 - 시민을 서로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물리력을 독점한 국가는 가장 일관된 폭력 감소자

2) 신사적 상업 gentle commerce

3) 여성화 - 폭력은 남자가 너무 많은 문제가 아니라 젊은 남자가 너무 많은 문제

4) 공감 서클의 확장

5) 이성의 에스컬레이터 - 공감서클의 확장과 더불어, 동일한 외적 요인, 특히 문해력, 코스모폴리타니즘, 교육에 의해 동력을 얻음. 공감서클이 다른 사람의 시야를 갖고 그 사람이었다면 가졌을 감정을 상상하는 것이라면, 이는 올림푸스 산의 초이성적 시야로 올라서는 것임


성찰 -  근대성을 바라보는 방식 좀 바꾸자. 비감상적인 역사와 통계적 문해력은 근대성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변화시킬 수 있음. 이는 평화로운 과거에 대한 노스텔지어가 엄청난 착각이라는 것을 보여줌 ㅋㅋㅋㅋㅋ . 물론 근대성의 힘 (이성, 과학, 인본주의, 개인의 인권)이 한 방향으로만 꾸준히 작동했던 것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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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감소 이해하기1

얼마만의 포스팅이냐.. ㅋㅋ 감개가 무량하구먼...
에버노트에 밀린 책과 영화/공연들이 즐비하단 말이다...
도대체 왜 그동안 포스팅을 안/못 했을까? 책읽을 시간, 공연 보러 다닐 시간은 있어도 포스팅할 시간은 없었더란 말이지... 지금도 연휴 끝자락 울면서 포스팅한다. 이렇게 연휴가 긴데, 보고서 쓰다가 세월이 다 저물 줄은 미처 몰랐다구 ㅜ.ㅜ
 
일단 오늘 정리할 책은,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나미비아 사막에서 읽었던 책인데 이제야... ㅡ.ㅡ
일단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많으니 핵심 요약 정리부터...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사이언스북스, 2014

 

폭력과 관련한 역사적 경향 6가지:

1) pacification process - 수렵채집 ~ 농경 사회, 도시, 정부가 나타나기까지 
2) civilizing process - 중세~20세기 (warriars to courtiers - due to leviathan & gentle commerce),
3) humanitarian revolution -17-8세기 계몽주의 (볼테르 "those who can make you believe absurdities can make you commit atrocities") - 읽기쓰기, 문자 혁명으로부터 비롯된 연민의 확장! (다른 이의 관점으로부터 세상을 볼 수 있게 됨 - 리딩은 perspective-taking technology!), 도덕은 복수심에 가득찬 신에 의해 명령되거나 책에 쓰인 자의적 규제 셋트가 아니며, 특정한 문화나 부족의 관습도 아님. 이것은 포지티브 섬 게임에 세계가 제공하는 관점과 기회의 상호 교환가능성의 그 여파 - 바로 이런 점에서 이성이 중요
4) long peace - 2차 대전 이후 
5) new peace - 냉전 종식 이후, 6) rights revolution - 1950년대 이후
 

폭력을 부추기는 우리 내면의 다섯 악마:

1) predatory or instrumental violence (practical, exploitative) 
2) dominance,
3) revenge,
4) sadism,
5) ideology - 유토피아 이데올로기가 제노사이드를 초래하는 이유는, 이것이 치명적인 공리주의적 계산을 하게 만들고 (유토피아에서는 모두가 영원히 행복하기 때문에 그 도덕적 가치는 무한함!), 말끔한 청사진에 부합해야 한다는 점 때문 (그래서 일탈은 용서되지 않고 전체주의로 나아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4인방:

1) empathy (sympathetic concern),
2) self-control,
3) moral sense,
4) reasons
 

폭력 감소에 기여한 다섯 가지 역사적 힘:

1) leviathan ( a state & judiciary with a monopoly on the legitimate use of force - law is better than war 홉스에 의하면 분쟁은 이득 predatory raids,  안전 preemptive raids, 평판 retaliatory raids 세 가지에 의해 발생하는데 리바이어던은 공지성과 무력의 독점을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음),
2) commerce (postive-sum game, "gentle commerce - doux commerce"),
3) feminization 
4) comsmopolitanism,
5) escalator of reason
 
*
전반부 인간의 폭력과 잔혹함 묘사에 너무나 후덜덜....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정말 말도 안 되게 그로테스크하고 공포스럽고 잔인함. 하지만 렛츠고 시간탐험대에서 유머코드로 언뜻 드러나듯, 아름다운 목가적 과거 따위는 없음. 일상적 폭력과 되도 않는 위계, 잔인성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 않을 수 없다고.... 나는 이런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아름다운 나미비아 사막 캠프 사이트에서 읽었단 말여... ㅜ.ㅜ
 
특히 성서의 잔혹함은 ㅋㅋㅋㅋ 그래서 폭력에 대한 감각은 사람들로 하여금 사람들이 성경에 나온 잔혹한 스토리를 분리하여 일종의 도덕적 상징, 메타포로만 받아들이면서 실질적 규범은 보다 현대의 원칙에 따른다는 지적에 격하게 공감. 나쁜 거는 다 메타포와 비유로 해석하고, 오늘날에도 받아들일만한 도덕적 규범들만을 성서의 가르침으로 인식하면서 종교의 효용과 가치를 논하는 거 보면 참 편리하다 싶음.  사후적으로 설명 안 되는 게 없는 전지전능한 하느님 ㅋㅋㅋ 그런 거 나도 해보고 싶네
 
"since they cannot defend a  belief based on faith by persuading skeptics it is true, the faithful are apt to react to unbelief with rage, and may try to eliminate that affront to everything that makes their lives meaningful" 이거 너무 절절함...
 
 
*
중세 시절 slavic  사람들이 하도 잡혀서 노예가 되었던 것이 slave 의 어원이라는 사실 식겁... 국가(리바이어던) 없는 게 이렇게 무섭습니다요... ??
 
 
*
폭력의 전반적 감소에 대한 경향성은 부인할 수 없어보이나, 최근의 두 차례 세계대전이 과연 아웃라이어로 취급되도 되는지는 심하게 의문...  그 두 개를 빼면 최근의 폭력은 매우매우 감소한 것이 사실이나, 너무 명명백백하고 규모가 대빵인 아웃라이어가 과연 아웃라이어인지???
 
*
폭력과 사회계급 사이에서 관찰되는 연관성은, (최소한 오늘날) 엘리트와 중산층은 법적 시스템 안에서 정의를 추구할 수 있는데 비해 낮은 계급은 '자조'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에  동의함.
 
*
흔한 오해와 달리 1) 폭력은 도덕과 정의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행위자가 도덕과 정의를 추구하기 때문에 발생. 또한 2) 폭력은  정신질환 때문에 생기는 것이 결코 아님 (분노조절 장애가 진짜 아무 데서나 폭발하는 게 아니라 만만한 상대 앞에서만 폭발하는 한국의 상황을 보라구 ㅜ.ㅜ). 3) 낮은 사회계급이 절대적 필요에 의해 폭력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며 상처입은 자존감에 대한 감정적 분노가 더 큰 역할. 특히 젊은 흑인 남성들이 살고 있는 곳은 실질적으로 법적 체계, 리바이어던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 할 수 있음
 
*
미국 폭력의 역사를 서술하면서 freakonomics의 추론, 즉 낙태시술이 합법화되면서 잠재적 범죄자들을 낙태해서 90년대 폭력이 줄었다는 가설을 반박하는 건 좋은데 (가장 리스크 낮은 집단이 실제 낙태 시술했고 고위험군은 오히려 서비스 이용하지 않았다), 뭔가 인종주의와 보수주의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위태로움
 
*
이 책에서 가장 불안하고 맘에 안드는 부분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평가와 모든 폭력을 동일 선상에 놓는 것. 이를테면 분할통치로 갈등이 조장되었던 식민지 민족국가들이 해방 직후 '식민모국-선진국' 이 철수한 이래 내전에 빠져드는 게 해방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 때문임? 리바이어던이 사라지고 아직 미개해서??? 1차 대전 즈음 민족자결주의에 대해서도, 실제로는 nation 이라 할 만한 실체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것이 그저 이데올로기 일 뿐이라고 지적하지만, 반/식민지에서 차별을 경험해본 인도나 조선, 중국 입장에선 정말 어이가 없는 발언 아닌감?. 민족자결주의로 민족이 호명된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가 민족/국가 범주를 통해 착취와 수탈을 제도화하면서 오히려 민족이 생겨난 거 아닌가 말여.... 조선 사람들이 뭐 그렇게 애국애족심이 있었겠냐구.. 임진왜란 때 왜구보다 양반들 때려잡은 거 보면 알잖여? 하지만 일제 지배가 공고화하면서, 정체성을 기반으로 차별과 수탈이 일어났고, 그래서 운동도 그렇게 만들어진 거잖아.... ㅡ.ㅡ  아자씨 해석에 의하면 후발 민족국가들의 투쟁은 모두 헛짓이 되어버림. 게다가 사회주의가 국제주의 시각에서 전쟁에 반대한 것도 모르는지, 무시한 건지.. 그저 예외적 사례로 취급함. 사회주의는 악의 근원이니까 전쟁에 반대할 리가 없다는 겐가??? ㅡ.ㅡ
 
게다가 제국주의 국가들이 마구 그어놓은 국경선이 비논리적이지만 그래도 존중해야 한다는 논리는 전형적인 status quo ... 없는 의미도 만들어내서 현존 질서를 정당화하다니... 피식민국가 내부의 갈등이 제국주의에 의해 촉발된 것은 안중에도 없고, 사람들이 미개해서 한줌도 안 되는 자원낭비하며 헛짓한다고 생각함.... 
 
전후 가장 치명적인 갈등으로, 미친 지도자가 있었던 중국, 한국, 베트남의 공산주의 레짐을 꼽다니, 다 참고 살아야 했던 거구나. 베트남 민중들도 민족해방 투쟁이고 뭐고 하지 말고.... 심지어 호치민을 North Vietnamese dictator 라고  표현함.. 와...
 
폭력이 좋을리는 없지만...  사회정의 같은 가치를 훼손해서라도 무해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면 좋은 걸까? 난 정말 동의가 안 됨. 
심지어 미국 남부의 흑인과 백인, 점령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사람들, 아파르트헤이트 남아공에서의 흑인들처럼 서로 불신하고 경멸하는 이들도 제노사이드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다고 함. ㅋㅋㅋ 이미 천천히 제노사이드 했잖여... 이걸 말이라고 함? 직접 폭력만 아니면, 폴 파머가 이야기한 구조적 폭력(structural violence) 등은 우습다는 건가... 하아.....
발전 국가 내에서 국내 테러리즘은 사라져 가고 있다면서, 이스라엘 보라고.. 여전히 현존하고 있지 않냐고 이야기하는 데 나 뒷목 잡았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에서 테러 자꾸 일으켜서 오히려 그들에 대한 공감이 전부 사라지고 테러를 없애겠다는 의지만 키웠다니.. 난 아닌데??? 심지어 팔레스타인 자살 폭탄에 대해서는, 남은 형제들이 신부를 살 수 있는 금전적 보상이 주어져서 그의 희생이 재생산 관점에서도 뜻있게 만든다는 해석도 함...  그리고 내세에서 해피밴드에 조인할 가능성이 늘어난다고...  
 
심지어 잘못된 위험 인식이 정책에 악영향 미친 사례로 스리마일 섬 이야기함. 실제로는 아무도 안 죽었고 암 발생률도 증가 안 했고, 오히려 원전 개발이 억제되면서 지국 온난화에 악영향만 끼쳤다고 이야기함
 
뿐만 아녀. 인본주의 혁명의 폭력 감소 효과를 뒤집은 '낭만주의' 운동 중 하나로 사회주의를 지적함. 그 이전 어느 이론보다 냉정하고 이성과 합리성에 충실한 이론이었는데 이를 낭만주의 운동으로 분류하는 것은 그야말로 불가해.. ㅡ.ㅡ
20세기 대량 학살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공산주의 ㅋ 심지어 히틀러도 그 영향을 받음 (왜냐, 국가사회주의니까 ㅋ)
 
*
정치경제와 심리학의 층위가 다르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실감함.
예컨대 히틀러가 없으면 홀로코스트가 없을 것이라는 해석에는 동의하기 어려움. 물론 홀로코스트처럼 괴랄한 형태의 극단주의는 카리스마 리더의 영향이 크다는 데 동의하지만, 독일 제국주의에 대해서 과학기술/산업자본의 팽창, 만연한 우생학과 인종주의에 대한 정치경제적 분석 없이 미친 놈 하나 때문으로 해석하는 건 너무 한 거 아님???  
그리고 특이하게도... 이데올로기에 의한 폭력의 광품을 다루면서 인도네시아나 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 벌인 우파들의 난동은 언급하지 않음 ...  그저 사회주의가 원죄임... 
 
전쟁/폭력 설명 위해 회귀분석 결과들 차용한 것도 너무 웃김. 개인 수준에서 폭력이 감소한 것은 이해 하겠으나, 국가 수준에서 폭력이 감소한 것을 정치경제 없이 심리적 요인으로 과연 설명할 수 있나? 이건 전형적인 원자론적 오류 아님? 자본주의 성장과 제국주의 수탈, 전쟁이 아닌 구조적 폭력 그 자체에 대서는 너무나 모른 척..
 
"통계에서 놀라운 점 중 하나는 흥미진진한 일들, 이를테면 즉각 독립, 천연자원, 혁명적 마르크스주의, 선거 민주주의가 폭력으로 인한 사망을 증가시킬 수 있고, 지루하게 들리는 것들, 예컨대 효과적인 법집행, 세계경제에의 개방, 유엔평화유지군 등이 이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임"
찰스 틸리 영감님은 이데올로기가 불평등을 적용하고 모방하여 영속시키는 도구이고 그 과정에 강압으로서의 폭력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단 말여. 그런데 핑커는 아무런 배경도 없이 이념이 폭력을 초래한다고 주장함. 왜? 그냥 미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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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국가의 통제기능이 약하고 저개발 상태인 국가들에서 폭력/전쟁 발생하는 게 그래도 부국과 빈국 모두에서 발생하는 것보다 낫다는 논리는 정말 미친 게 아닌가 싶음.  선진국에서 전쟁 발생하면 데미지가 더 크니까... 응응응?? 이거 너무 공리주의 나쁜 사례 교과서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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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이 '정치적 올바름' 때문에, 인종적 적대감을 재도입할지 모른다는 과도한 두려움 때문에 nature-nurture 대조에서 지나치게 nuture 로 경도되었다는 지적에 동의는 하면서도 뭔가 아슬아슬... 인간 본성에 관한 정치화된 부정은 인간 본성에 관한 특별히 어두운 이론을 전술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배신하게 된다는 지적에는 물론 동의 
 
*
페미니즘은 남성에게도 좋다네.. 대개 여성이 정부와 전문진에 더 많이 포진하는 국가일수록, 근로소득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여성들이 배우자 폭력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낮음. 또한 보다 개인주의적인 문화일수록 (사람들이 스스로의 목표를 추구할 권리를 가진 개인으로 느낌), 집합주의적으로 분류된 국가들보다 (사람들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느끼고 공동체의 이해가 스스로의 것보다 선행한다고 생각하는 곳) 가정 폭력이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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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아동권리에 대한 발상 전환의 중요한 계기로 루소 등장함. 원죄에서 원초적 무지로 프레임을 전환함 (그런데 자기 애들 갖다버리는 건 뭐임 ㅡ.ㅡ)
 
*
동성애공포에 기반한 폭력은 그야말로 인간 폭력의 카탈로그에서 매우 신비로운 위치 ㅋㅋㅋ 왜냐하면 이는 가해자가 아무 것도 얻을 게 없기 때문.
하지만 아니여, 핑커 아자씨가 한국의 반동성애 기독교 또라이들을 못봐서 그럼 ㅋㅋ 하느님의 나라를 지키겠다는 열망, 가족과 자녀를 지키겠다는 열망, 혹시라도 성적 응시와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남성들의 미친 피해의식이 엄연히 존재하잖여... ㅋㅋ 이건 실재라고...
 
*
권리 혁명의 외적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에 돈을 걸으라면 아이디어아 사람의 이동성을 높인 기술에 걸겠다는 말.. 에 나도 동의
 
 
그럼 하나씩 살펴볼까나? --- 2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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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영화와 공연 기억들

탄핵은 되었지만, 싸움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임을 만천하에 과시한 빌런의 퇴장에....

아, 생각보다 강하고 질긴 상대였어... 새삼 깨달음.

밀린 포스팅이나 하며 가출한 어이를 기다려보자고.. ㅡ.ㅡ

 

 

#, Nell C 콘서트
 
 
포스터이미지
 
 
이번 앨범 뭔가 분위기 묘하게 다름. 아마도 현악기 느낌을 내는 신디 편성이 두드러진 것과 관련 있는 듯. 일렉트로닉 기타 중심의 연주가 거칠고 정통 록 분위기를 좀더 강하게 보여준다면, 뭔가 유로팝스러운 느낌이 더 강해졌달까.... 그런데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데다 현장에서 듣는 이들의 연주와 노래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음...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은근히 조명을 잘 다룸.. 
 
물론 공연의 클라이맥스는.... 정드러머의 공중부양 ㅋㅋㅋㅋ
콘 때마다 개인기 하는 거에 은근 맛들인 듯... 정말 공연장이 떠나가는 줄 알았슴.. 팬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 ㅋㅋㅋ
 
그런데 공연 시작 직후부터 내내 전면 스피커 작동하지 않는다른 컴플레인이 줄을 이었음.
문제가 된다고 해도 공연장 측에서는 반응을 하는지 안 하는지... 왜 아티스트들이 나서서 일일이 그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잘 이해는 안 갔다고...

 

#. 스페이스 공감 [두번째달]
 
상세 이미지
 
 
양방언 캐주얼 버전
여름, 아니 가을이 더 좋겠다...
서늘한 한줄기 바람과 청명한 밤하늘을 떠올리게 함

정자에 앉아 맑은 술과 함께라면 정말 금상첨화겠지!!!

 

# 국카스텐 연말투어 [Happening]
 
포스터이미지
 
 
이제 가히 국민 밴드인지라 관객 연령층이 너무나 다양해서 깜놀...
분명히 어디 산악회나 동네 계모임에서 같이 오신 듯한 분들이 ㅋㅋ
체육관 사운드가 정말 거지같아서 아쉽기는 했는데,
저들의 실력은 현장을 헤쳐나가며 계속 성장하는듯... 지켜보는 기쁨을 주는 밴드

 

# Sigur Ros
 
 
포스터이미지
 
 
와와와... 정말 눈감고 사운드에 젖어들면서 눈물이 찔끔 났음
저런 연주, 저런 보이스는 어떻게 가능한 거냐고 ㅠㅠ 
아무리 저장매체의 음질이 좋아도 현장의 그 터질 듯한 사운드와 공간감은 정말 무엇으로 대체할 수 없음
 
오늘 특히 무대조명과 영상 컨셉은 지옥에서 살아돌아온 사탄의 밴드 ㅋㅋㅋㅋ
 
 
# 잭 스나이더 감독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2016년)
 
 
 
 
혼세마왕 나온 줄 알고 깜짝 놀람. 성층권으로 데려가는 거 보고 진심으로 빵 터짐 ㅋㅋㅋㅋ
 
닐 타이슨 아자씨 저기 왜 나오신겨.... 품격 떨어지게....
 
정말 잭 스나이더 특유의 허술미에 영화 보는 내내 빵빵 터짐. 이건 일종의 신종 개그 장르???
마더 이름이 마사인 것은 애교..  엄마 이름 같다는 이유만으로 둘이 갑자기 친구됨...
로이스 레인은 세상에 없는 민폐캐릭터... 참 저렇게 사람 찐따 만들기도 쉽지는 않았을 것....
정말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영화라니....
크리스토퍼 놀란은 과연 장인이었단 말인가...
잭스나이더는 어떻게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건지 진심으로 궁금해짐. 알고보니 아빠가 헐리우드 대주주??? 이 정도 되면 매장될 만도 한데 ㅜ.ㅜ
 
 
# 기에르모 델 토로 감독 [크림슨 피크] (2015년)
 
 
미아 와시코프스카 너무 좋음. 드레스 입고 귀신 잡는 해병대 ㅋㅋㅋ
타자기로 소설 쓰는 신흥 부르조아의 딸이라니, 일단 멋짐...
심지어 '평생 독신으로 살아간 제인 오스틴'이 아니라 '미망인이 된 메리 셀리'가 되고 싶다고 잠재적 시어머니에게 쏴대는 모습에서 혼자 빵 터짐 ㅋㅋㅋ
 
톰 히들스톤이랑 차스카 채스테인이랑 다들 연기 너무 잘하고 미장센도 너무 아름다운데...
캐릭터가 좀 과하게 나갔다는 게 문제...
난 이들이 뱀파이어인 줄 알았다고.....
 
 
# 김지운 감독 [밀정] (2015년)
 
 
 
경성에 잠입한 비밀 독립군인데 10리밖에서도 보이는 훤칠한 키에 꽃미모라니.... 
공유만 나오면 몰입이 깨짐ㅋㅋ
그리고 이병헌은 정말 언제 저렇게 훌륭한 배우가 되었나.... JSA 에서 '아니 저 자가 연기란 걸 하다니?'하며 깜놀 했었는데, 이제는 부정할 수가 없게 되었다고.. ㅡ.ㅡ
사람을 대하고 내 사람으로 포섭하는 극중 정채산의 능력에 주사파 활동가의 이미지가 겹친 건 나의 편견... ㅋㅋ
 
송강호 배우는 이제 정말 입신의 경지... 그의 얼굴이 장르가 되어 버림...
저 애매함과 흔들림, 아마 본인도 쉽사리 판단하지 못할 복잡한 정체성의 이동을 저리도 잘 표현해낼 수 있다니...
 
확신을 가진 소수와, 흔들림 속에서도 순간순간 무언가를 판단하며 어쩌면 자신의 의지와는 조금씩 엇나가게 질주해 나갔던 많은 사람들의 행동이 모여 오늘날의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걸 다시한번 구체적으로 실감하게 해 주는 영화... 
 
시골 애들 데려다가 폭탄이나 던지게 한다고 독립이 올 것 같냐는, 지들끼리 임시정부라고 모여 앉아서 장관이랍시고 여기저기 돈 빌리러 다니는 모습이 짠하다는 친일세력들의 조롱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지라 마냥 과거의 일로 '감상'할 수는 없었다는...
저렇게, 어쩌면 한점 그림자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간 사람들의 목숨을 딛고 오늘 여기에 서 있는 건데, 그게 또 쉽사리 결판도 안 난다는 게 문제...
 
 
# 켄 로치 감독 [나, 다니엘 블레이크] (2016년)
 
 
 
따뜻한 희망을 주는 영화라니, 내가 뭘 놓친 겐가?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하냐고 ㅜ.ㅜ
 
난 사람들이 이 영화를 비인간적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으 읽는 것이 너무 싫음 
성과 연봉제와 경영평가, 외주화를 추동한 세력에 대해 이야기하지않고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경직된 관료의 무능력과 비인간성을 이야기하는 건 너무 피상적 이해 아닌가 말여...
저 관료들 또한 소외된 노동에 종사하고 있고, 어쨌든 공평하게 원칙대로 일을 처리하려는 국가의 완손을 놀려먹는 건 하등 의미가 없지 않은가 ㅠㅠ
입장을 바꿔 소외된 노동에 종사하는 복지사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영화였다면 또 얼마나 진상고객과 상사를 욕했겠어 ㅠㅠ
 
말단 공무원과 빈곤층의 대립으로 해석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오 불길해... 
전화대기 두 시간 걸리는 건 관료주의 잘못이 아니라 전화응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잖여 ㅠㅠ 좌파가 집권하고 평등주의가 꿀처럼 넘친다해도 관료제의 효율성은 버릴 수 없어
우리는 이런 제도를 설계한 아키텍트를 비판해야 함
 
 
# 가렛 에드워즈 감독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 (2016년)
 
 
 
 
스타워즈 팬이 아니라도 즐길 수 있는 깔끔한 스페이스 오페라
하지만 오래된 팬이라면 진정 눈물을 삼키며 보았겠지 ㅠㅠ
아 저렇게 지도를 구했구나, 저렇게 많은 이들이 흔적 없이 스러져갔구나 ㅠㅠ
하필 며칠 전 레아공주 세상 떠났는데, 마지막 디스크 전하는 장면에 울컥한 건 나만이 아니겠지
심지어 인딩 크레딧에도 캐리피셔가 올라왔다구 ㅠㅠ
 
AT-AT와 엑스윙들, 잠깐 등장한 알투디투... 
실재하지 않는 세계에 나는 애틋한 고향의 향수를 느꼈다고 ㅠㅠ
 
와이파이 속도는 역시 한국이 짱인데 저 느려터진 업로드와 물리적 드라이브 분할만 아니었어도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다들 살 수 있었을텐데, 아이고 아쉬워라 ㅠㅠ
 
그리고 남주 디에고 루나가 유병재 닮아서 어느 순간부터 얼굴 나올때마다 집중 불능 ㅋㅋ
우리 다스베이더가 샤우론네 집에 함께 사는 줄은 일찌기 몰랐네 ㅋ
견자단 아저씨 너무 컬트 미치광이로 묘사되어 살짝 빈정 상했지만 그래도 제다이 후손이라 조금 위로가...
 
# 드뉘 블뇌브 감독 [컨택트 a.k.a. 어라이벌] (2017년_
 
 
 
왜 제목이 이따구인가... ㅡ.ㅡ
심지어 수입사에서는 컨택트라는 영화가 있었는지를 몰랐다고 하니, 이런 사람들이 영화수입업에 종사할 자격이 있기나 한 건지.. ㅡ.ㅡ
 
원작 소설에 없던 부분, 특히나 시각적 형태로 구현되지 않았던 문자체계를 발명(?)하고 문자텍스트에 최적화된 서사 구조를 극적 장치로 전환하여 그려낸 부분에서 영화는 빼어남.  에미미 아담스의 연기도 나무랄 데 없음. 슈퍼맨 시리즈에서 이런 배우를 천하 민폐녀로 만들었던 감독 욕을 다시 하지 않을 수 없음.
제러미 레너는 어벤저스 시리즈에서의 얼빵한 모습과 영화쇼케이스에서 보여준 진상남 이미지 때문에 집중이 안 되더라구..  저 얼굴에 물리학자일리가 없잖아.. 저 다정함과 존중은 다 페이크라고, 얼릉 피해!!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단 말이지..
이건 영화 컨택트에서 조디포스터 가는 길마다 걸림돌을 콱콱 놓던 매튜 매커너히한테 던지고 싶던 말이기도 했지...
 
암 것도 안하고, 공격 포메이션도 아닌데 굳이 선제공격하는 걸로 나오는 중국 이미지도 어이 없음.. 전화 한통화에 마음 돌리는 중국 장군은 찐따인가.. ㅡ.ㅡ
그러나 이런 소소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전반적으로 아름답고, 군더더기 없었으며, 음악이 몹시 아름다운 걸로 기억되는 영화.... 
 
하지만 트위터에서 보았던 문과의 인터스텔라라는 말은 지금도 이해가 안 됨.
아마도 칭찬이라고  한 거 같은데 인터스텔라 과학적으로 정말 거지같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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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이성에 대한 책들

 

# 올리버색스 [깨어남]
 
 
 
고통에 빠졌던 이들을 생각한다면 신비롭다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L-dopa에 의해 그야말로 깨어남을 경험한 이들을 본다면 그저 신비롭다는 표현밖에 할 수 없는, 기면성 뇌염 환자들의 놀라운 깨어남과 시련, 적응에 관한 이야기...
 
수십년 만에 깨어난 순간, 그토록 오랜 "갇혀" 있던 삶에서도 내면이 시들지 않았다는 점을 경외감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고,
하지만 그 이후의 걷잡을 수 없는 시련에 가슴이 철렁 ㅡ.ㅡ
어쩌면 잠깐의 깨어남만 맛보고 다시 심연의 세계로 침잠해야 하는 그 시련이 너무나 격렬하여, 과연 이러한 투약이 윤리적으로 적절한 것이었나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조마조마조마... ㅜ.ㅜ
 
'내게 있는 것은 어떤 끔찍한 실재다.. 그리고 어떤 끔찍한 부재가 있다"
 
 
이 한 마디에 담겨 있는 차마  몇 마디로 풀어낼 수 없는 고통을 감히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지옥이란 그 누구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나의 환자들은 돌아왔다. 돌아온 이들에게서는 그 경험의 자국이 영영 지워지지 않는다."
 
샌드맨의 유폐가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었나 의문이 들어 찾아보니 정말 그러네.....
영원히 잠들고 꿈이 사라진 세계라니....
 
 
# 마이클 셔머 [사람들은 왜 이상한 것을 믿는가]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마이클 셔머
바다출판사, 2007

 

너무너무 기대하며 봤는데 생각만큼 속시원하지는 않음.
굉장히 미국사회 맥락 의존적임 한국이라고 다르지야 않겠지만 구성하는 사례들이 그렇다는 소리...
걱정인 건 이러한 괴상하고 황당한 믿음일수록 전염력이 강해서 시차를 두고 한국에 재현된다는 점 ㅡ.ㅡ
 
 
회의주의는 '입장'이 아니라 주장에 접근하는 '방법'이며 과학 또한 '주제'가 아니라 '방법'이라는 언술은 무척이나 명쾌함.
 
회의주의의 열쇠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회의와 '어느 것이든 괜찮다'는 미혹 사이의 불안정한 지협을, 과학의 방법을 쉬지않고 적용하면서 빠져나가는 것
 
 
인용해놓은 스피노자의 발언은 지금, 여기에서, 매우 유효함
 
내가 지금까지 쉬지않고 노력해온 목적은 사람의 행동을 조롱하기 위해서도, 통탄하기 위해서도, 모욕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바로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다른 사람의 믿음체계가 아무리 엉뚱하고 근거가 없고 해롭게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덮거나 숨기거나 억압하거나 아니면 최악의 경우 국가의 힘을 빌려 억눌러서는 안되는 논거를 다음과 같이 제시함
1) 그들이 옳을 수 있음
2) 그들이 부분적으로 옳을 수 있음
3) 그들이 완전 잘못이지만 그것을 검토함으로써 진실을 찾아내고 그 과정에서 생각의 기술 연마 가능
4) 과학에서 절대적 진리를 아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늘 유심히 살펴야함
5) 다수에 속했을 때 관용 베풀면 소수에 속했을 때 관용 얻을 가능성 커짐. 예컨대 검열 메커니즘 확립되면 정세 역전 시 우리에게 검열의 칼날이 날아올 수도 있음
 
그런데 혐오 발언이나 차별 논거의 "실질적" 해악을 과소 평가한건 아닌가 우려됨 ㅠㅠ 물론 검열 그 자체가 위험한 것은 틀림없지만 논리와 이성으로 설득되고 억제하기 어려운 무대포 믿음은 어쩌라고 ㅠㅠ
 
어쨌든 사람들이 이상한 것을 믿는 이유는 요약하자면...
1) 크레도 콘솔란스 credo consolans : 내 마음을 달래주기 때문에 믿는다 (철학적 유신론)-- 과학이나 이성으로 해결할수 없는 형이상학적 문제에 직면했을때 신앙의 도약을 인정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하지만 난 싫음 ㅋ
2) 즉석 만족
3) 단순성
4) 도덕과 의미: 현재의 과학 혹은 비종교적 체계로는 도덕과 의미에 대한 설명이 불만족스럽다는 것. 과학은 차갑고 잔인한 논리라는 건데, 과도한 뜨거움이 더 문제여 ㅋㅋ
5) 영원히 마르지 않는 희망 - 이게 진짜 문제. 나 좋을대로 생각해서 믿어버리는 것에는 정말 약도 없음
 
그래서 마이클 셔머가 주는 메시지는
"Cogita tute ㅡ 스스로 생각하라" 이지만,
이렇게 안 하기로 작정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스스로 생각하라고 하냐고... ㅜ.ㅜ
 
 
# 레베카 솔닛 [A Paradise built in hell]
 
 
 
솔닛의 책 처음 읽었는데... 부정적 느낌만 싸~~~
.
밑도 끝도 없는 아니키적 자율주의에 대한 상찬과 제도화된 권력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은 낯선 것도 아니여...
담론의 균형을 놓고 본다면야 사실, 시민참여와 자율성을 강조하고 관료주의의 경직성과 엘리트의 민중 불신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적극 권장할 만하다만.....
역사적으로 제도와 권력의 공백이 사라진 곳에 자율적 평화보다는 카오스적 폭력이 횡행하지 않았냐 말이여... ㅜ.ㅜ 특히 여성과 소수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 
제도화된 권력으로서, 합법성을 부여받은 폭력으로서 국가에 대한 불신은 건전한 비판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국가와 제도는 사라져라, 알아서 놔두면 주민들끼리 알아서 다 잘 할거야... 이건 아니잖여.. ㅜ.ㅜ
 
타인의 고통에 연민을 갖고, 위기 상황에서 기존 질서와 제도를 넘어서는 협력의 포텐셜이 터지는 것은 참 아름답지... 기존의 강고한 제도가 사라진 곳에서 자기효능감을 획득하는 것도 쉽고...
하지만 책에 달아놓은 메모 "밑도 끝도 없는 낙관에 질식할 지경"이 나의 심정을 잘 드러냄
 
긍정적인 사례에 대한 삽화적 근거만을 제시하는 것으로는 논증을 뒷받침할 수가 없다고요...
이것이 학술서적이 아니라 실천적 담론을 강화하는 것이라면, 더더군다나...
실패와 성공의 사례들을 검토하고 그로부터의 교훈들. 특히나 국가가 실패하는 이유, 혹은 시민이 실패하는 이유와 조건, 성공하기 위한 여건과 조건들을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나중에 그렇게 할 수 있지 않겠나...
 
자연발생적으로, 위기나 재난이 터지면 알아서 다 잘 될 거라고 기다릴 건가???
뭐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 우리는 잘 하고 있어라는 믿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면야 의미가 있겠지만...
 
사실 세월호나 메르스 보고서 쓸 때, 시민참여에 대해서 누구보다 강조했지만,
여전히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고 어떻게 인권과 참여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강화하면서도 정부의 책무성을 강화할 것인가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시민들이 알아서 자발적으로 할테니 정부 빠져... 정부가 끼어들고 나서 생동감이 사라졌어!" 이런 거 너무 위험하다고.. ㅜ.ㅜ
 
심지어 "매일의 일상이 이미 재난 상태라, 실제 재난이 우리를 해방시킨다"니... 와... 위험 불평등은 갈아 드셨나.... 매일이 재난인 사람은 진짜 재난 닥치면 그레이트 재난에 처하게 된다고.. ㅜ.ㅜ
 
물론 지배 엘리트들이 재난 상황에서 민중을 2차적 재난으로 생각하고 패닉에 빠져서 강압적 통제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적절한 비판이라고 생각함. 한국의 메르스나 세월호 때에도 우리는 보았지..
그렇다고 해서 정부 물러나라고 하면 그만한 물리력과 자원을 가진 정부가 없는 곳에서, 아무런 이해관계도 갖지 않은 순수한 시민들과 비정부기구들이 협력할 것이라는 생각은 잘해야 망상....
거버먼트와 거버넌스의 개념을 혼돈한게 아닐까 싶음
 
지배 엘리트를 설득하는 사례로 소개하기에는 좋으나,
지금 여기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오히려 합리적 국가의 제도적 개입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몹시도 큰 책...  
 
* 뱀발: PTSD 개념의 오용과 과용, 소위 trauma industry 지적하는 것에는 매우 동의  

 

#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도서관 대출 순서 1년 기다리다가 결국 사서 읽었음 ㅜ.ㅜ
몹시 흥미로웠는데, 후반부로 가면 어째 좀 기력이 떨어지는 느낌?
 
호모 사피엔스의 성장과 번성 과정을 네 가지 테마로 풀어감
1) 인지혁명 - 근력도 약하고 어디 특출난 데가 없지만, 인지혁명을 거치며 생태계의 가장 위험한 (ㅜ.ㅜ) 종으로 자리잡게 됨
2) 농업혁명
3) 인류의 통합 - 여기에는 돈, 제국, 종교
4) 과학혁명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불만스러워하며 무책임한 신들, 이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또 있을까?"
 
후덜덜.. 아이쿠야....
 
1) 인지혁명
 
자연도태와 적자생존이 진화의 법칙이기는 하지만, 모든 것이 효율성 법칙에 의해 설명되지는 않는 법. 게다가 외계는 끝없이 변한다고.. 그런 의미에서 다음의 해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됨.
 
 '인간은 너무나 빨리 정점에 올랐기 때문에 생태계가 그에 맞춰 적응할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인간 자신도 적응에 실패했다.. 인간은 최근까지도 사바나의 패배자로 지냈기 때문에, 자신의 지위에 대한 공포와 걱정으로 가득차 있었고, 그 때문에 두 배로 잔인하고 위험해졌다'
 
2) 농업혁명
 
근대 산업혁명 이래 인류가 생태계에 가장 치명적인 존재가 되었고, 그 전에는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존재였다는 거 개뻥이라고 설명함 ㅋㅋㅋ  이미 농업혁명 시절부터 범죄는 시작됨.. 그러니 지금이라도 더 열심히 보호해야 한다고 이야기함. 역시 진화론에 입각한 필자들은 피도 눈물도 없음.. 목가적 낭만주의 따위는 개나 줘버리곤 하지 ㅋ
 
현재의 농업작물들이 대개 기원전 9800-3500년 사이에 작물화한 것이고 지난 천년 동안은 주목할만한 작물화나 가축화의 진전이 없었다는 점에서, '우리의 마음이 수렵채집인 시대의 것이라면, 우리의 부엌얶은 고대 농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함 
 
게다가 수렵채집에서 농업혁명으로이행하면서, 식량 사정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삻은 더욱 고달팠다는 지적에 눈물이.. ㅡ.ㅡ  
 
'역설적이게도 일련의 개선이 합쳐져서 농부들의 어깨에 더 무거운 짐으로 얺혔다. 각각의 개선은 삶을 좀더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진화적 성공과 개체의 고통 간의 이런 괴리는 우리가 농업혁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
 
'상상 속의 질서' - 더 커진 공동체를 운영하기 위한 힘으로서 신화 등의 상상 속 질서는 현실에서 실제로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는 설명에 매우 동의. 이는 직접 연결되지 않은 거대한 집단을 하나로 결속시키게 됨.  
그래서 작가는 매우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함. 이를테면 인권의 개념, 평등의 개념 또한 상상 속 질서라고... 당연히 동의함. 인권이 유전자에 각인된 것은 아님. 하지만 이렇게 상상 속의 질서가 일단 확립되면 그것이 실체가 된다는 점 또한 분명함.
저자는 이러한 상상 속 질서가 언제나 붕괴의 위험을 가지고 있기에 (중력과는 달리) 이를 보호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활발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 특히 일부는 폭력과 강요의 형태를 띤다는 점 지적함. 그리고 폭력과 강요를 넘어선 진정한 믿음의 중요성 이야기함 
생물학적 결정, 생물학적 신화를 통해 정당화하려는 노력을 구분하는 경험법칙 '자연은 가능하게 하고 문화는 금지한다'는 기준 너무 적당함 ㅋ
 
3)  인류의 통합
 
'인지부조화는 흔히 인간 정신의 실패로 여겨진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핵심자산이다. 만일 사람들에게 모순되는 신념과 가치를 품을 능력이 없었다면 인간의 문화 자체를 건설하고 유지하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철학가와 사상가와 예언자는 수천년에 걸쳐 돈을 흉보면서 돈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매도했다.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한편 돈은 인류가 지닌 관용성의 정점이다. 돈은 언어나 국법, 문화코드, 종요, 신앙, 사회적 관습보다 더욱 마음이 열려 있다. 인간이 창조한 신뢰 시스템 중 유일하게 거의 모든 문화적 간극을 메울 수 있다. 종교나 사회적 성별, 인종, 연령, 성적 지향을 근거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유일한 신뢰 시스템이기도 하다. 돈 덕분에 서로 알지도 못하고 심지어 신뢰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
 
오케이!
 
로마인들이 오랫동안 관용을 거부했던 유일한 신은 일신교이며 개종을 요구하는 기독교 신이었다는 점에 나 너무 동의함. 율도국에서는 다신교만 인정할 것임 ㅋㅋㅋㅋ 유일신교 혼자 맘으로 믿는 건 말리지 않겠으나 공개적 전파 행위는 절대 금지라고 ㅋ 생각만 해도 짜릿함
 
'왜 역사를 연구하는가? 물리학이나 경제학과 달리, 역사는 정확한 예측을 하는 수단이 아니다.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다. 우리의 현재 상황이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결과 우리 앞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4) 과학혁명
 
'길가메시 프로젝트는 과학이 하는 모든 일을 정당화하는 구실을 한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길가메시의 어깨에 목말을 타고 있다  길가메시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프랑켄슈타인을 막는 것도 불가능하다. 우리가 시도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은 이들이 가고 있는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어떻게? 유발 하라리는 답을 하지 않지만 칼 세이건 할배는 이야기하지 ㅋㅋ
 
 
# Carl Sagan [The Dragons of Eden]
 
에덴의 용 - 인간 지성의 기원을 찾아서
에덴의 용 - 인간 지성의 기원을 찾아서
칼 세이건
사이언스북스, 2006

 

요즘 트럼프 꼴 보면서 문득 할배 생각이 나서 꺼냈더랬지... 
나미비아 여행을 함께 했던 책. 아마 지금 살아계셨어도 홧병으로 쓰러졌을거라 생각하며 읽어나갔지.. ㅜ.ㅜ
 
이미 40년 전에 발행된 뇌과학에 대한 책인데,
정말 믿을 수 없이 아름답고, 명료하고... 그리고 너무 정확함.
두 마리의 말을 모는 전차, 에덴의 용 같은 메타포들 너무 아름답고 직관적임.
그거 예상했던 것보다 뇌의 더 많은 것이 밝혀졌고, 예측했던 것보다 과학기술/정보통신의 발달 속도는 더욱 빨랐지만,논리적 추론으로부터 비롯된 그의 예측 방향은 틀리지 않았음.
과학책이 40년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하고 흥미로울 수 있다니 이거 너무 이상한 일이잖아..
 
그리고 과학의 위력에 대한 경고, 그래서 시민의 지적 능력이 향상되고 이 무서운 수단을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는 그의 믿음은 이후로도 한치도 변하지 않았음을 나는 이후 저작을 통해 알고 있음.
 
eloquent 하다는 말은 이런데 써야 한다고 여러 번 생각했음.
스티븐 핑커의 [Better angels of our nature] 읽는 중인데 현재 마음 몹시 불편함. 하지만 그동안 칼 세이건 할배의 책들에서는 1세계  리버럴들의 그런 거슬림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구... 할배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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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을 다룬 책들

# 지그문트 바우만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 가진 것마저 빼앗기는 나에게 던지는 질문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 가진 것마저 빼앗기는 나에게 던지는 질문
지그문트 바우만
동녘, 2013

 

 
작년 하반기 쯤 읽고 미처 정리 안 해놓고 있었는데, 올해 초에 돌아가심...
돌아가신 분께 좀 죄송하지만,아무래도 스타일이 안맞음 ㅠ
게다가 도서관 책에 이렇게 깨알같이 메모하는 미친 놈은 또 누구인가??? 책에 집중할 수가 없더라니...
 
새로운 아야기는 없고 다른 사람들의 논거를 '종합' ... 실증과 경험없는 세계에서 인용과 공허한 추상어들이 난무 ㅠ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운동의 사례가 슬로푸드 운동이라니, 이 운동이 자본에 의해 혹은 문화엘리트에 의해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모르시남???
 
 
# 엄기호,하지현 [공부중독]
 
 
 
이 책도 도서관에서 어찌나 인기 있던지 출간된지 1년이 지나서야 겨우 빌려볼 수 있었던 책...
엄기호 선생의 책을 읽으면 막연한 불만과 불편함들이 (해결은 안 되어도) 뭔가 개념으로 정리되어서 사회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됨...
 
공부가 재미없어진 이유에 대한 지적에 매우 공감하면서도, 이것이 공부를 업으로 삼은 인문/사회과학 대학원생에게 한정된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  하지만 최소한 대학원 이상의 학력을 취득하는 이들 중에서 상당수가 여기에 들어맞으리라
 
"어느 순간부터 공부가 삶의 문제를 푸는 도구가 아니라 삶을 식민화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부를 하면 언어를 배우게 된다. 세상을 읽고 삶을 해석하는 언어가 늘어나는 것이 공부의 과정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치며적인 부작용이 일어난다. 세상과 삶이 지나치게 단순화되고 추상화된다는 것이다... 구체적 삶은 왜소해지고 대신 이미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어떤 개념들이 그 구체적 삶의 자리를 분해한다. 나의 삶은 그 개념들의 지식 권력의 정당성을 확인해주는 도구에 불과한 것으로 전락한다"
 
개인은 공부를 통해 '유예를 합리화'하며, 통치자는 "너는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고 합리화하면서 1인분 몫을 쳐주지 않는다는 지적은 명쾌함.
 
강유원 선생이 생각의 근육을 키우자고 이야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하지현, 엄기호 선생은 '인간관계의 근육'을 키우자고 함... 아주 적절한 메타포라고 생각됨.
 
위험한 것을 모두 불온시하고 '위험하지 않게' 배우려 하는 것의 위험을 지적한 부분은 리차트세넷의  [무질서의 효용]이 제기한 문제와 맥락이 닿아있음.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삶의 과정에서 배우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피해야 하고 대신 그걸 커리큘럼으로 만들어서 관념적으로 배우게 되는 것... 기스 하나 없이 말끔하게 배우는 것이 가능"할까...?
 
자아중심성의 세계에서 나를 환경에 구겨넣기도 싫고, 환경을 바꾸고 싶지도 않고, 다만 환경이 알아서 바뀌어주면 좋겠다는 생각 ㅋㅋㅋ
 
수업과 강의에 대해서도 엄기호 선샘이 이야기한, 서로의 성장이 아닌 '팬 분들과의 엔터테이닝 관계'라는 지적도 무슨 말인지 너무 이해가 잘 됨 ㅋ 문화센터나 시민학교에서 엮는 강좌에 중독... 되는 것도 비슷한 현상... 
 
 
진보, 운동권 낭인 청년들에 대한 하지현 선생의 지적 - 흐트러져 있는  disorganized '라는 표현 너무 한 번에 이해가 됨.
 
 "하자나 시민단체, 아니면 홍대 근처에서 공동체를 만들어.... 책임감도 없고 훈련도 전혀 안 되어 있고 약간의 압박감만 느껴도 도망가버리고, 그렇게 모임을 만들었다 깼다를 반복하면서 적당히 굶어죽지는 않고 살고 있는데 성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같은 것은 없고, 히피라고 하면 주관이라도 있느데 그런 주관도 없고"
 
"배울 수 있는 데 가르칠 수 없는게 있다" !!! 이것도 너무 좋은 개념
공부가 교육이 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심지어 공부, 학업에서의 성취가 인간의 '존재 가치'로 여겨지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지적에도 백퍼센트 동의.
그리고 아주 구체적인 사례로 지역아동센터의 역할이 '앎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해주는 것'이라는 지적에 매우 공감.. 그랬으면 좋겠음.
 
"공부의 자리를 원래대로 돌려놓자.. 당대의 문제를 파악하고 헤쳐나가는 삶의 지혜, 기술을 익히는 과정으로서의 공부... "
나도 그랬으면 좋겠음.
 
이것이 '요즘 애들'에 대한 푸념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따뜻한 시각으로 이렇게 된 구조의 문제를 지적해주었다는 점에서 고맙고 다행이긴 한데, 정말 과연 누가 이 불타는 수레에서 감히 먼저 뛰어내릴 것인가,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용기를 낼 것인가... 가 관건 아닐까???
"표준화된 삶의 시나리오에 대한 압력이 사라져야 한다...  서구나 일본과 달리 이러한 사회적 압력이 오히려 더 심해지는 한국사회 큰일이다" 이런 지적을 하고 있는데, 나야말로 한국사회의 표준적 삶의 시나리오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으니, 존재만으로도 이 사회에 커다란 기여하고 있는 셈이구나  ㅋㅋㅋ
 
 
# 파울 페르하에허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개인이 사회적 진공 상태에 존제하는 것이 아니며 사회 또한 개인의 총합만은 아니라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소위 신자유주의적 인격 정체성의 탄생을 분석하고 있음. 비슷한 심리학적 기반을 가지고 있지만 살레츨의 [선택이라는 이데롤로기] 보다는 오히려 세넷의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에 더 가까움
 
정체성이란 타인과의 동화 혹은 구분, 일치와 분리의 상호작용이라는 점에서 사회와 결코 분리될수 없음. 타인의 신뢰나 존중을 통헤 나의 자존감, 자신감, 타인을 대하는 태도도 결정. 즉 나를 만들어가는 것은 내가 아니라 사회. 이런 곳에서 사회가 모두 신자유주의 규율에 따라 미쳐가는데 나만 고고한 인격을 만들거나 유지할수 잇다는 생각은 좋게 봐야 망상 ㅠㅠ 규범이나 가치는 결코 개인이 소유하거나 잃어버릴수 있는 것이 아님. 고고한 개인주의는 기껏해야 소비주의로 귀결된다는 지적에 슬프지만 공감 ㅠㅠ
 
옛날, 특히 오해를 기반으로 한 낭만과 결합된 기억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태평성대, 도덕과 우애가 곷피는 시절과 대비되는 요즘 것들의 패악에 대한 사회의 통탄과 비난에 대한 비판은 왕고소함 ㅋㅋ
 
신자유주의는 단순히 경제이론이 아니라 이데올로기. 신지유주의 능력주의 이데올로기 "그렇게 똑똑한데 왜 돈을 못버나?"라는 질문에 너무도 이들의 정수가 담겨있음 ㅋ
사실 능력주의 초기에는 신분적 구질서를 해체하는 긍정적 기능이 있기도 했지만 유사이래 순수하게 작동한 경우도 없거니와 현재는 불평등과 차별을 합리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작동한다는 지적에도 역시 슬프지만 동의 ㅠㅠ
 
능력을 평가하는 자들은 평가에서 벗어나 있다는 지적도 너무 공감. 되도 않는 스펙을 요구하고 청소년에게 자신도 갖추지 못한 창의성과 리더십을 기대하는 제도권 교육이나 노동시장은 물론이거니와, 도대체 알 수 없는 권위로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고압적 평가를 내리는 심사위원들 볼 때마다 그 해괴한 존재의 타당성을 납득할 수 없었음.
일을 하는 사람은 발언권이 없는 사람이고 감시는 점차 감시자가 없어도 저절로 작동하는데 바로 이것이 훈육. 다른 한편으로 배려와 공동체 윤리, 도덕이 사라진 곳에 늘어나는건 계약서... 도덕 발달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아동기로의 후퇴에 다름 아님 ㅠㅠ
누가 보지 않아도, 체벌과 보상이 없어도 스스로 해나가는 건 이제 불가능한 것인가 ㅠㅠ  연대감 대신 보편적 불신이 지배하는 곳에서 이제 고용주는 충성심과 소속감마저도 투자를 통해 억지로 배양해야 하니, 이게 뭔 사회적 비용이란 말인감 ㅠㅠ 
 
권력과 권위, 지배자와 권한자의 차이가 실종되면서 권력을 "입증"해야 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이는  결국 강자의 "권리"가 득세하는 상황으로 귀결되며, 역설적으로 이는 적자생존을 입증하는 증거로 인용된다는 지적에 고개를 끄덕임 ㅠㅠ
상징적 행동방식과 확인가능한 권위가 사라지고 사회윤리가 경쟁지향적 인간상으로 대치되면 실질적으로 적자생존 ... 이렇게 되면 역설적으로 과도한 개입 발생한다는 지적에 다시 대공감 ㅠㅠ
 
사회진화론의 마지막 단계를 나치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는 지적에 동의. 일본어 강독에서 신자유주의와 사회진화론을 연결하는 게 신기했었는데 이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음
 
이 책 강추...
 
 
# 에드워드 로이스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
 
 
책이 학부생이나 똘똘한 고등학생을 위한 상세 지침서 같은 느낌적 느낌...
1, 2, 3으로 정리해 주는 거 좋긴 한데 미국식 학술 대중서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끝도 없는 근거의 나열과 너무나 친절한 해설.... 너무나 필사적으로 논리를 방어하고 있다는 생각.. 왜 이렇게 집요하게까지 이야기해야 할까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긴 하다만...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개혁안들이 이미 유럽과 캐나다에서는 하고 있는 것들이라는, 반복되는 애타는 주장... ㅜ.ㅜ
 
사람들이 '느끼는 진짜 문제는 가난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지적에 너무나 공감... 그냥 없어졌으면, 안 보였으면 좋겠는 거지....
 
빈곤문화론이 1960년대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빈곤문화를 가난의 원인이 아니라 그 결과로 해석했다고.. 하지만 1960년대에 이르러 가난의 책임을 사회에서 개인으로 돌리면서 1970년대 이후에는 학계와 정치계에서 빈곤의 원인 담론으로 만연하게 되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음.
 
또한 인적자본론도 비판하는데, 가난의 원인이 교육의 부족에 있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가난하기 때문에 교육 수준이 낮아진 것... 이런 것도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는 게 이 책의 슬픔 포인트 ㅜㅜ
 
부정적 사회적 자본에 대한 지적 역시 동의. 빈곤층이 그들의 사회적 자본 성격 때문에 이중고를 겪는다는 지적... 빈곤층의 관계망은 사회적 신분 상승에 도움이 되는 자본은 부족한 반면, 자기 구성원을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은 높은 특징. 가난하지만 따뜻한 공동체 따위는 지구상에 없다구요...
 
요약 시간 ㅋ
1) 가난과 불평등을 개인 탓으로 돌리는 이론 세 가지 - 유전이론, 문화이론 (빈곤문화), 인적자본론
2) 가난 규정하는 네 가지 시스템
  - 경제 (숙련 편향적 기술진보, 경제권력의 불균형, 세계화, 제조업 쇠퇴, 기업구조조정, 일자리 부족)
 - 정치시스템 (특권층 편향, 기업의 정치장악, 정경유착, 노동자와 빈곤층 배제)
 - 문화시스템 (아메리칸 드림과 개인주의 이데올로기, 언론, 우파의 이데올로기 선전기구, 빈곤담론)
 - 사회시스템 (소속집단, 이웃 효과, 사회연결망)
3) 가난을 대하는 사회구조적 관점과 10가지 장애물 - (1) 인종 및 믹족차별, (2) 거주지분리, (3) 주택, (4) 교육, (5) 교통, (6) 성차별, (7) 아동교육, (8) 건강과 보건, (9) 은퇴위기, (10) 법적 권리 박탈
 
결국은 빈곤이 권력을 동원해야만 근절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저자의 지적에 누가 반대할 수 있겠나...
번역서 제목도 그냥 poverty & power 그대로 [가난과 권력]이라고 했으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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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하반기의 소설과 잡문 읽기

이제 2017년 상반기가 반이나 지났는데, 작년 하반기의 소설들이라니 ㅋ

 
# 성석제 [이 인간이 정말]
 
 
이 인간이 정말
이 인간이 정말
성석제
문학동네, 2013

 

 
여름에는 모름지기 성석제 ㅋㅋ
 
"이 인간이 정말"
독자도 나즈막한 육성으로 따라하게 만드는 대사... 이 인간이 정말. ㅋㅋ
K저씨들에 대한 생태보고서..
듀나처럼 다 죽여버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따뜻한 연민의 눈길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밉상 드러내기
 
가볍기는 하지만 그의 소설들을 사회적 정치적 서사가 없는 말랑한 소설들이라고 보기는 어려움 ..
특히 "유희"는 유구한 전통을 가진 조선 남한 지배엘리트의 서바이벌 생태보고서, 오늘날에도 하나 어색하지않은 ㅠㅠ
 
 
# 성석제 [성석제의 이야기박물지, 유쾌한 발견]
 
 
세상에 하등 쓸모없는 지식 보따리 ㅋㅋㅋㅋㅋ
이과두주가 많이 마시면 사람 머리가 둘로 보여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해석 너무 공감 ㅋ
"네가 버린 불씨 화재되어 돌아온다" 순간 너무 빵터짐 ㅋ
 
"그때 나의 일은 무위였다. 그러니 내가 먹는 밥은 아무리 맛있고 정성스럽게 차려졌다 해도 도식일수밖에 없었다" 무위를 일삼는 삶이라니!!!!!
 
 
# 성석제 [꾸들꾸들 물고기씨, 어딜 가시나]
 
 
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
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
성석제
한겨레출판, 2015

 

 
 
친우 기형도를 떠올리며 "진정한 친구는 죽을 때까지 친구를 외롭고 삼심하게 하지않는 친구다"라고 썼다. [정거장에서의 충고]를 읽을 무렵에는 실감하지 못했던 말이다.............
 
 
"그의 고막은 세포막처럼 반투막이어서 남의 욕은 전혀 들리지않는 듯핬다" 
"그는 사람들이게 끌려가면서도 내게 계속 욕을 해댔다.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길들인 수많은 종류의 가축이 내 조상이 돠어 등장했고 내가 내 신체기관의 일부와 크기가 비슷하거나 같거나 작다는 추측도 곁들여졌다..."
 
더글라스 아담스, 보내거트와 성석제를 동시에 편애하는 건 바로 이런 문장들 천연덕스러움 때문이다
 
그는 유년시절부터 가출하고 방랑하고 여행했다. 여행자 방랑식객으로서의 자유분방함과 아무렇지도 않음이 부러운건 남한 사화에서 여성이 좀처럼 누리기 어려운 기벽이기 때문일것이다 ㅠㅠ
 
창작하는 직업을 가잔 사람의 가장 큰 적이 살림이라는 말에 너무 공감 ㅋㅋㅋ
 
마지막 글에서 파타고니아 아 ㅠㅠ Punta Arenas, Puerto Natales, Torres del Paine 국립공원 아아아 ㅠㅠ
 
 
# 듀나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이영수(듀나)
자음과모음(이룸), 2011

 

 
듀나 특유의 한국 사회 비틀어보기가 매력
외계인에게 복음 전하러 가는 사역단이나 군대 싫어 도망가는 이야기, 탈북자를 밑도 끝도 없이 싫어하는 남한 주민의 심리를 세계 어떤 작가가 쓸 수 있겠냐고 ㅋㅋㅋ 이름은 예쁜 브로콜리 평원이지만, 은근 끔찍하다고....
 
익명의 공간에서 스스로가 만들어낸 정체성에 관계가 꼬여가는 스토리도 너무 있을 법해서 깜짝... 인공지능의 로직에 의해 소유주 망하는 '정원사' 에피소드는 이 장르의 흔한 변주곡...  
 
여우골 이야기는 은근히 전통 호러... 첨에 이산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복수조차 없이 냉혹하게 끝나버림 ㅋㅋ
 
 
# 듀나 [가능한 꿈의 공간들]
 
가능한 꿈의 공간들 - 듀나 에세이
가능한 꿈의 공간들 - 듀나 에세이
이영수(듀나)
씨네21북스, 2015

 

마스킹에 대한 듀나의 집념이 돋보이는 책 ㅋㅋㅋ
대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지만,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서가 주인의 몰취향 비판에 대공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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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히어로 영화들

영화 심심찮게 봤는데 왜 이렇게 정리를 못했을까???
 
묶어놓고 보니 폭과 깊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나름 모두 히어로 영화들이다 ㅋㅋㅋ
다만 히어로의 부문이 다를 뿐...  
각기 시간이 다른 오래된 메모들은 연결해 붙이다보니, 감정의 널뛰기.... 이 글만 읽다보면 내가 정신나간 사람 같음....
 
 
#. 아가씨 (박찬욱 감독, 2015년)
 
 
 
 
 
제작 과정에 있었던 인터뷰에서 깐느박이 이번 영화는 해피엔딩이라고 해서 주먹도끼랑  '야, 남자들 다 죽나봐' 했는데 정말 그랬음 ㅋㅋㅋㅋㅋ  이 분, 진짜 '딸의 아빠' 임 ㅋㅋㅋ
 
영화 보고나서 오래된 옴니버스 영화 '쓰리, 몬스터' 의 '컷'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감독 생각났음.
너무 교양있고 품성도 바르고 능력도 있고, 심지어 부유한데다 아름다운 아내까지....그런데 알고보니 엄청한 속물에 이기주의자.... 이것이 드러났을 때, 인질강도로 등장했던 임원희의 당황 표정.... 박찬욱 감독 진짜 변태구나....  너무 깔깔대고 웃었는데 이번에 영화 아가씨 보고 그 때가 떠올라 빵 터짐...
이 아저씨 진짜 이상해 ㅋㅋㅋㅋㅋ 너무 좋아 ㅋ
 
그리고 솔직히 깐느박에게 고마움 느꼈음.
영화 '캐롤'에서 캐롤의 남편 역 캐스팅이 쉽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이유는 여성들이 주인공인 영화에 그저그런 남성 역할이었기 때문.... 남성 주연인 영화들에서 그동안 무수한 능력 있는 여자배우들이 그저그런 조연 역할을 했던 것을 떠올려본다면 참 씁쓸한 현실인데,아가씨에서는 무려 하정우, 조진웅 같은 인물들이 찐따, 변태 역할을 더함도 모자람도 없이 너무나 잘 해주었음.여기에는 아마도 감독의 역할이 크지 않았을까 추측...
만일 상대방인 남성 배우들이 제대로 된 연기를 못하거나 혹은 캐릭터 자체가 미미했으면, 레즈 커플의 이야기도 이렇게 대조적으로 살아 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  포털 사이트 댓글에, 왜 조진웅, 하정우 같은 (훌륭한) 배우들이 이 따위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했나 모르겠다는 불만들을 보면, 캐스팅이 정말 잘 된 것임 ㅋㅋ 
 
게다가..... 퀴어퍼레이드 반대하겠다고 땡볕에 시청 광장에서 북치고 피켓 든 분들이 그렇게나 많았던 걸 생가해보면, 떡하니 메이저 배급사에서 엄청난 스크린 수 배정받아 그렇게 흥행한 것이 그저 역사의 아이러니 ㅋㅋㅋ 현충일 연휴에 대놓고 레즈 영화를 150만 명이 봤다는 게 어찌나 고소하고 통쾌한지 깨소금맛이었음
19금 영화로는 원빈 주연의 '아저씨'보다 흥행속도가 빠르다니, 역시 '아저씨'보다 '아가씨'로구나!
아마도 여성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었더라면 가루가 되도록 까였을 텐데, 감히 깐느박이다보니 아무도 뭐라고 못 그러는구나 통쾌하기로 사오 한편으로 착잡하기도 한데, 어쨌든 현실에서 시작은 이렇게....
 
 
아 그리고 옛스런 대사 너무 좋았음... '내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라니!!!
셋트와 미술에서는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의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을 자연스레 떠올림. 그 과장되고 기하학적이면서 아름답고 인상적인 공간들....
 
 
이 영화가 남성의 시각으로 본 레즈 판타지다, 특히나 베드신 묘사가 남성의 시선을 대변했다 비판을 받기도 하던데, 관음적 시선의 남성/여성 관점을 구분해주는 기준 척도가 있남??? 비판의 내용을 읽어봐도 딱히 구분이 잘 안가더만...
영화를 보면서 내가 살짝 놀란 부분은,
사실 베드신 수위가 상당히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너무 아름답고 친근하고 '정상적'으로 느껴진 데 비해, 남자들 나오는 낭독회 장면이야말로 진짜 불쾌한 '변태'로 느껴졌다는 점... 
드러난 노출의 수위로만 본다면 비할 바가 아니지만, 아름다움과 타당성은 그 모든 낯섬을 다 지워버렸다고....
 
그리고 레즈 커플들 사이에 누가 남성 역할이냐, 이런거 없는 것도 너무 좋았음.
히데코가 보호받는 존재, 숙희가 용감하고 주도하는 존재 같지만,
권력관계를 보면 또 그런 것도 아니고, 마지막 탈주에서 의외로 남장을 한 것도 역시 히데코였다는 사실이 새로움. 말하자면 통상적인 의미에서 남성적인,  혹은 여성적인 스테레오타입에 연연하지 않는 접근이 좋았음. 그리고 캐롤에서 둘 사이의 나이/계급 차 때문에 원조교제, 키다리 아저씨 느낌의 불편함이 있었던 것에 비해, 이 영화에서 조건은 비슷한데 권력의 불평등이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았음. 뭘까??
 
김민희는 이제 정말 너무 훌륭한 배우가 되어버림...
천치에 아무것도 모르는 가여운 아가씨, 음란 소설을 눈하나 깜짝 안하고 또박또박 읽어대는 사이보그 아가씨, 사다코 같은 무서운 아가씨, 숙희와 사랑을 나누는 대담한 아가씨를 너무너무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고.... 영화 개봉 이후 홍상수 감독과의 스캔들 때문에 사실 앞날이 불투명하기는 한데, 훌륭한 배우로 얼릉 돌아와주면 좋겠음....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잖아.. ㅡ.ㅡ
 
숙희는 캐릭터 자체가 너무 좋음... 흔한 캔디도 아니고, 차도녀도 아니고, 주늑 든 불쌍한 아이만도 아닌... 와 용감하고 호기심 많고 따뜻하고....
사실 여중-여고를 다녔다면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여자애지만, 드라마 영화에는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이 배우의 앞날이 너무나 기대됨!!! 
 
 

# 우리들 (윤가은 감독, 2016년)
 
 
 
 
그저 놀라워라
이 섬세한 연출과 아이들의 연기에 온마음을 빼앗김
 
존재의 심연을 뒤흔들만한 아이들의 갈등을 어른들은 그저 눈치채지 못했지. 이미 지나온 시절이지만 각자 감당하고 있는 삶의 무게가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라고 내가 변명해주고 싶었다고 ㅜ.ㅜ
선이 엄마의 바지런하고 억척스럽고 그 따뜻한 마음, 아이들 사링이 듬뿍 묻어나는 그 따뜻함으로도 다 알아차릴 수는 없어서 냉랭해진 친구와 나눠먹을 도시락을 싸주고 그 아이들과 같은 학원을 등록해주는 대 참사를 일으킴..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생산직 노동자 아빠의 소줏병이 선이만큼이나 나도 너무 미웠지만 아빠도 힘들다고 ㅠㅠ  공부밖에 할일이 없는 아이가 그런 성적 받아오는 것을 이해하기엔, 어른들이 삶의 어려움을 너무 많이 지나쳐왔다고.. ㅠㅠ 
선생님도 아이들과 너무 친하고 원칙대로, 성희롱도 없고 돈봉투도 없는 보통의 선생님이지만 선이가 왕따당하는 건 전혀 못 알아채지...
 
이렇게 그들만의 갈등리그를 겪어가며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들 앞에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면 참 좋으련만...... 그게 아니라는게 현실의 비극
 
그리고 사랑받고 싶고,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은데 좀처럼 잘 되지 않는 건, 뜻하지 않은 곳에서 삐걱거리고 점점 꼬여만 가는 건..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란 말이다, 얘들아... ㅜ.ㅜ
 
영화 보는 내내 관객들 모두 전전긍긍하는 것이 느껴지긴 오랜만... ㅡ.ㅡ
 
그래도 동생 윤이가 현명하고 해맑으신 가르침을 주실때 선이는 물론 영화관 관객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믿습니다를 외쳤어 ㅋㅋㅋㅋㅋㅋ 영화의 클라이막스 ㅋㅋㅋ
 
우리 윤이님 모습이 자꾸 떠올라 큰일!!!!!
 
 
#. 주토피아 (바이런 하워드, 리치 무어 감독, 2016년)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 사회의 차별 문화에 대한 훌륭한 성찰을 던져준 영화...
캐릭터들도 살아있고, 다름의 존중. 편견 없는 관계에 대해서 이보다 더 부드럽고 재미있게 교훈을 주기도 어려울 것.....
 
그런데 말입니다.... ㅡ.ㅡ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함이 사라지질 않았음
 
일단 predator 라는 호칭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 즉 포식자/가해자/공격자의 명칭을 사회적으로 사용하면서 그들에게 그 정체성을 포기하도록 하는 아이러니가 잘 이해 안 됨
이걸 인간사회의 메타포로 읽는다면, 적자생존의 냉혹한 자연법칙을 극복하는 과정이 인류의 문명사라는 점에서 포식자들의 본성을 통제하는 게 공감이 되지만....  
나는 자연다큐를 너무 많이 본 여자.. ㅜ.ㅜ 
디즈니 영화 '라이온킹'에서 왕후장상의 씨가 있는 것도 아닌데 동물들이 모두 (혈통에 근거하여) 심바에게 굽신거리는 것도 도대체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번에는 또 다같이 온순하게(?) 사이좋게 지낸다는 설정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전자발찌를 평생 차면서 본성을 통제해야 할 이유가 뭐지? 그럼 이들은 뭘 먹고 살지? 모두 채식주의자인가??? 표범이 도넛 먹고 피둥피둥 살찌는 게 과연 아름다운 공존인가???
 
더 불편한 부분은...
숫자는 많지만 소위 사회적 약자로 표상되는 초식동물들이 (과거에 권력을 가지고 있었던) 포식자들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부분... 너희의 야수성이 살아날까봐 나는 두렵다...  
인간사회의 메타포로 옮겼을 때, 남성이 혹은 백인이 그 야수성과 야만성을 드러낼까봐 유색인종이, 여성이 두려움을 가지면서 그들에 대해 과도한 편견을 가진다고 번역될 수 있을텐데.... "사실 우리는 그렇게 폭력적이고 무서운 이들이 아닌데 너네가 괜히 두려워하면서 우리를 위축시키고 있어" 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던지고 있는 건 아닌지 복잡한 의심이... ㅡ.ㅡ
강자라고 알려진 주체들이 오히려 편견과 차별의 희생양이 된다는 설정이 참신한 전복일 수도 있는데, 최근 세계를 오염시키고 있는 소위 '역차별' 논의가 자연스레 떠올라서 찜찜.... 영화 속 설정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 제작진이 은연 중에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는 아니겠지? 설마??
 
또 다르게 해석하자면... 너희 소수 야만족들이 그 야성을 버리면 (전자발찌로 통제된다면) 우리 문명사회에 받아주겠다... 우리는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  이 메시지를 미국의 유색인종 문제로 돌려버리면 소름끼치게 들어맞음 ㅜ.ㅜ 특히 배척당하고 공포의 대상이 되는 동물들은 흑인 남성이라고 생각해보면.... 제작진이 이런 고도의 전술을 구사한 것 같지는 않은데 또 역시 찜찜...
 
게다가 predator 와 prey 라는 본질적으로 적대적 관계들 (노동자계급과 자본가 ㅋㅋ) 사이의 봉합된 평화라니.... 어쩜 너무 디즈니 스러움...
 
내 마음이 너무 삐뚤어진 게 아닌가 의심도 들면서, 한편으로는 제작진이 스스로도 감당 못할 메타포와 교훈을 펼쳐 놓은게 아닌가 짐작도... 
 
그래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가젤로 등장한 샤키라의 위엄...
어쩜 노래와 모습이 그렇게 어울리는지...   샤키라가 실사로 등장한 줄 착각 ㅋㅋㅋㅋ
 

 

#. 부산행 (연상호 감독, 2016년)

 

 
우리 녹용이가 달라졌어요 ㅋㅋ 이렇게 따뜻하고 짠할수가... 
 
구조받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서만 그려진 여성캐릭터, 전형적인 클리셰, 죽으면서도 화보를 찍는 공유 ㅋㅋ 
여러가지 맘에 안드는 구석에도 불구하고 몰입하고 쉽게 감정이입해버릴 수밖에 없었던 건 나와 이 영화가 동시대 한국사회에 존재한다는 것 때문 ㅠㅠ  해외관객들이야 가상의 스토리로, 영화를 있는 그대로 즐겼을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겐 이 좀비영화가 시사다큐, 뉴스 프로그램과 그저 깻잎 한장 차이...
 
마지막까지 승객들을 구하려던 책임감 강한 기관사나 '여기 사람 있어요'를 외치는 고등학생의 외침에 눈물이 핑 돈 것은 나만이 아니겠지....
 
익숙한 공간, 익숙한 설정에서 오는 현실감이 아마도 공포를 배가시킨듯 ... 서울역 대전역, ktx 실내공간 ..
 
내 주변 부산사람 두명은 이 영화의 리얼리티를 헤치는 요소로 부산이 해방구라는 설정을 지적 ㅋ
그럴 리가 없다고 ㅋㅋㅋ 평소 혼세마왕이 숨어있을 것만 같은 부산인데 좀비 발원지라면 모를까.. 그들은 영화가 "부산발" 이었어야 한다고 주장 ㅋㅋ
 
배우들이 몸에 딱맞는 연기나 좀비들의 퍼포먼스에 깜놀.... 이렇게 또 영화는 일보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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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무비들과 음악 공연

#. 이자람 [이방인의 노래] 예술의 전당

 

포스터이미지

 

누가 봐도 아이티 대통령 아리스타드 이야기 ㅜ.ㅜ
여기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아주 자그마한 검은 배경 무대에 이자람과 북잡이, 기타리스트 한명 뿐인데,
마치 을씨년스러운 스위스 취리히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작은 소동을 본 것 같은 이 느낌은 뭘까? 실재하지 않는 것을 보이게, 들리게 해 주다니 너무 놀랍잖아???
 
억척가나 사천가보다 규모는 작지만, 결코 작지않은 따뜻하고도 아름다운, 하지만 마냥 홈드라마일수 없는 슬픈 역사 이야기.
장르를 넘나들고 시대와 장소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예술가, 이자람 너무 대단함 
 
 
#. 넬 [Peek at the letter C]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포스터이미지
 
 
체육관 강당이 아니라 모처럼 전문 공연장, 여태까지 봤던 넬의 공연들 중 사운드 제일 좋았음.조명과 배치도 그렇고..
삼성카드홀, 롯데카드홀.. 이런 경박스런 이름의 공연장이 그나마 가장 퀄리티가 높다는 건 자본주의의 함정 ㅠㅠ
 
매 공연 때마다 멤버들이 이런 공연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다는 발언이 비관주의자의 면모를 잘드러냄. 더 어두웠음 좋겠다고 ㅋㅋ
남자 관객이 많아 보이긴 했는데, 남자들만 함성 질러보라고 했을 때 나온 우렁찬 소리에 약간 놀람 ㅋㅋ 그래도 이번에는 '형 사랑해요'는 나오지 않았음 ㅋㅋ
 
공연 좋았음... 자연스럽게 빠져들어가기...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루소 형제 감독, 2016년)
 
 
 
 
이게 왜 시빌 워야 그냉 퍼스날 워 내지는 프라이빗 워잖아 ㅠㅠ 
굳이 말로 해도 될걸 왜 싸우나 도저히 모르겠더라고...
 
결국 토니스타크의 오해와 폭주가 이 사태를 가져온 건데 평소의 그 정보력은 어째고 이런 황당한 실수를 하나 싶지만, 그렇다면 이걸 말릴수 있는 페퍼의 부재가 이 사단의 발단인 겐가???
아니지, 오히려 그보다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 등등 이 갈등의 역사를 시작하게 한 토니 아빠의 원죄가 크다고 봐야지.... 엑스맨의 키티 프라이드 얼릉 나와서 시간 돌려 보라고... 토니 아빠 과학자 말고 어디 인디애나 시골에서 농사 짓게 했음 우주평화 찾아왔을 거란 말야... ㅋㅋ
 
사실 통제되지 않는 힘 어벤져스에 대한 사회적 통제 ㅡ 물론 그게 유엔이라는 초국가의 통제라는 건 우려스럽지만 ㅡ 에 대한 문제 제기는 참으로 타당했으나 어느 순간 악당도 어벤져스도 모두 가족 사랑과 친구 사랑의 정념으로 눈이 어두워져 정작 이문제는 산으로 산으로.....
 
그리고 그 정도 민간인 피해줬다고 히어로들을 등록하고 감시할 거면 수퍼맨은 얼릉 지구에서 추방해버리라고!!!! 나중에 본 엑스맨의 매그니토도 우주 대 추방감!!!
 
새로 등장한 스파이더맨 꼬마 너무 귀엽고 분량 욕심 여전한 스탠리 할배 반가왔는디, 무엇보다 마틴 프리먼 갑툭튀에 빵 터짐 ㅎㅎ

 

 

#. 엑스맨: 아포칼립스 (브라이언 싱어 감독, 2016년)

 

 

 
악당 두목이 중2병 환자일 때 관객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몹시도 심오한 질문을 던진 문제작 ㅋㅋㅋㅋ 스타워즈에서 멋진 파일럿이었던 오스카 아이작.. 지못미....
왜 5천년 자다가 일어나서 욕심을 부리며 남의 능력 뺐으려다가 그런 엄한 일을 당하는거냐고 ㅋㅋ
 
하여간 지구를 다 갈아 엎어버리는 그 기개를 보고 있자니, 배트맨 슈퍼맨은 왜 싸우고, 캡틴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은 또 왜 싸웠나 싶더라니 ㅋㅋ
 
그러려니 하고 봐야겠지만, 지구 핵의 철 성분을 움직이고 토양의 미량 금속 원소들까지 움직여버리는 상황인데, 주변의 '사람'을 비롯한 생명체에 포함된 금속 성분은 어떻게 아무 문제가 없는 건지 ㅋㅋ
금으로 된 크라운, 은으로 된 아말감, 관절에 박아넣은 철심... 이런 거 다 튀어나오는 건 기본 아님??
잘 생긴 얼굴을 그렇게 허튼 일에 써버린 파스빈더.. 너무 아쉬워라!!!
 
찰스 박사의 머리칼은 세레브로 사용 땜시 그리 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어... 머리카락 후루룩 없어지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아이고아이고 했다니까... ㅋㅋㅋㅋ 옆자리 주먹도끼도 어익후 단말마의 비명을 ㅋㅋㅋㅋ 저 귀여운 외모로 왜 원티드 2편을 안 찍는 것일까....
.
세레브로 방을 파란색으로 만들 만큼 우리 행크는 한결 같은데, 레이븐은 그저 오빠들 향한 일편단심.. ㅡ.ㅡ 리부트한 시리즈의 슬픔 포인트.....
 
엑스맨의 젠더 관점이나 분량은 코믹스 히어로 무비들 중에서 단연 압도적임.
특히나 후배 뮤턴트들의 동경의 대상이자 롤 모델이 매그니토나 찰스가 아니라 미스틱이라는 점 너무 멋짐... 아직 20대인 제니퍼 로렌스가 라이더 자켓 입고 나오는데 언니라고 부를 뻔 했음 ㅋㅋㅋㅋ
 
스캇이 울버린 미워하는 거 너무 이해가 되는 짧은 장면에....
루저같은 삶이지만 결코 중2병 따위에는 걸리지 않은 퀵실버의 '아무렇지 않음' 너무 좋았음...
스탠 리 할아버지 이번에는 부부 동반 출연해서 또 한 번 빵 터짐
 
전반적으로 허술하지만, 그래도 아기자기하고 따뜻하게 마무리된 브라이언 싱어표 영화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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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가상 세계의 슈퍼 히어로들 이야기

#.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보급판 문고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보급판 문고본)
올리버 색스
이마고, 2008

 

올리버 색스의 높은 명성에 비해 그동안 저작을 읽어본 적은 없었는데,
작년에 돌아가시고 난 직후, 닐 타이슨의 Startalk Radio 에 소개된 옛 인터뷰를 듣고 꼭 한 번 읽어보리라.....
 
글쎄, 도대체 학술서라고도 소설이라고도 에세이라고도 이름 붙일수 없는 이 묘한 장르의 글쓰기에 흠뻑 바져들고야 말았는데.... 
 
어딘가 부서지고 생물학의 결핍과 과잉, 온전한 자신 혹은 그 일부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서조차 지울수 없는 인간의 내면과 불굴의 의지를 이보다 더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낼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
그토록 괴이한 신경질환자들의 사연을 신기한 구경꺼리가 아니라, 그렇다고 더없는 비극과 절망의 스토리도 아닌 모습으로, 이렇게 따뜻한 연민과 존중을 담아 바라볼수 있으리라고는 얘상해본적이 없었다고... ㅡ.ㅡ
또한 그러한 병증을 통해서 극적으로 드러나고야 마는, 오히려 '정상' 시기에는 우리 눈에 잘 띄지 않던 인간 행동과 심리의 독특한 측면을 아주아주 잘 그려내고 있음....
 
예컨대 "뇌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 빼놀고는 모두 속아 넘어가고야 마는" 대통령 연설의 에피소드는 인간의 유약함, 어쩌면 병을 통해서야 보호막이 생겨나는 어이러니를 잘 보여줌. 자폐 또한 "다른 사람과는 달리 완전히 내부로 향하는 존재, 독창성이 있는 불가사의한 존재" 라는 설명 또한 그러함.
 
한번도 환자가 "병에 의존해서" 살아갈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음. 치료하고 물리쳐야할 대상에서 오히려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니, secondary gain 말고는 이걸 이해할 개념어가 나에게 없었던 게지...
파괴적 충동을 분출하는 드럼 연주에서 살아갈 동력을 얻는 툴렛증후군 환자들과 낮은 자능에도 특출한 재능과 심상의 깊이를 가진 이들의 사연에서, 잠시나마 인간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던 스스로를 부끄럽게 돌아보았음... ㅜ.ㅜ그리고 곧이어 인간에 대한 믿음과 연민을 가지고 빼어난 관찰력과 기다림으로 이 모든 것을 이해하도록 만들어준 색스 할배에게 경의를 표할 수밖에...
 
"이 대목에서 우리는 기묘한 세상과 접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의 통상적인 상식이 뒤집히는 세계이다. 병리상태가 곧 행복한 상태이며 정상상태가 곧 병리상태일 수도 있는 세계이자 흥분상태가 속박인 동시에 해방일 수도 있는 세계. 깨어있는 상태가 아니라 몽롱하게 취해있는 상태 속에 진실이 존재하는 세계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큐피드와 디오니소스의 세계이디"
 
회상, 아마도 원어에는 memory가 아니라 recall 이었을 것 같은데... 이 사례들은 너무 서글프면서도 먹먹한 안도감을 주었는데....
꽃이 진다고 너를 잊은 것은 아니라고.. 세월이 지나 잊혀진 것같지만 우리의 기억은 여전히 우리의 심연 어딘가에 보존되어 있고, 어떤 힘으로 빗장이 풀리면 다시 떠오를 수 있다니 말이여.....

 

#. 아툴 가완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KBS  선정 도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KBS 선정 도서
아툴 가완디
부키, 2015

 

이상하게 이 즈음에 의사들이 쓴 책을 연달아 읽었는데, 보관함 리스트에 들어 있던 여러 권의 책들 중 도서관에서 대출할 수 있었던 책들이 우연히 그러했음.

마치 죽음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자기계발 내지는 힐링팔이 책 같은 제목이지만,  의외로 내용은 의학적, 사회학적 분석을 담고 있음. 특히 노인병을 다루는 의사의 관점이기도 하지만, 누구보다도 신체와 정신이 쇠약해가는 경로를 걷고 있는 노인의 입장에서 '제도'와 '사회적 환경'을 돌아보고자 하는 접근이 훌륭했음.
 
 
노인의 관점에서 요양원의 역사를 기술한다면
"노새의 관점에서 미국 서부개척사를 기술하는것과 같은 것"... 
 
나 또한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던 듯.... 어시스티드 리빙 시설이 노인보다는 그들의 자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초기 설립자의 한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나 잘 알겠다고... ㅜ.ㅜ 안전이 중요하기는 한데, 최고 가치는 아니잖여.... 하지만 한국 사회는 지금 한편으로는 안전 이데올로기에 완전히 포섭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서비스의 시장화, 상업화의 첨단을 걷고 있어서 최악의 상태라는 느낌적 느낌 ㅠㅠ
 
 
"죽을수밖에 없는 존재로 살아가는데 따른 투쟁은 곧 자신의 삶을 본래의 모습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투쟁이기도 하다. 과거의 나와 현재 유지하고 싶은 나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릴만큼 너무 쇠약해지거나 너무 소진되거나 너무 종속되는 것을 피하려는 것이다. 질병과 노화만으로도 이 투쟁은 충분히 함겹다. 우리가 의지하는 전문가들과 시설들이 이 투쟁을 더 어렵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우리는 적어도 자신의 임무가 안전이라는 미명하에 사람의 선택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있는 삶을 살도록 선택의 범위를 넓혀주는 것이라고 믿는 전문가가 점점 많아지는 시대에 살고있다"
 
 
한편으로는 선택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의사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사실 이러한 선택권 확대가 좀더 동등한 환자-의사 관계를 만들어가는 핵심이라고 배워왔는데... 결과적으로는 너무 어려운 판단을 넘겨버린 것에 다름 없게 되어버린 아이러니), 어느덧 우리가 왜 '살아가는지'에 대해서 잊은 채 오로지 안전하게 '보존'하는 데에만 관심을 쏟게 된 이 상황을 돌아보는 것에는 통렬함이...
 
 
"우리 의사들은 병사들을 진군시키면서 계속 '멈추고 싶으면 알려줘'라고 말하는 장군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병들고 노쇠한 사람을 돌보는 데서 가장 잔인하게 실패한 부분은 .. 그들이 단지 안전한 환경에서 더 오래 사는 것 이상의 우선 순위와 욕구를 갖고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데 실패했다는 점"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것"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국사회에서 노인 돌봄의 절대적인 서비스 량과 질이 형편없다보니, 가완디의 성찰이 너무 앞서간거 아닌가 헷갈리기도 하지만.... 인간다운 삶에의 욕구라고 특별히 K 스타일로 달라질 이유는 없잖여.. ㅜ.ㅜ
게다가 네덜란드의 언락사 합법화와 광범위한 활용이 호스피스 미발달을 가져온 요인일 수도 있다는 지적을 보면, 한국 사회에서는 이 모든 상충하는 가치들이 차근차근 토론되지 않고 한꺼번에 휘몰아쳤을 때 대혼란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이 책을 보면서 내내 마음 조리고 걱정하고 고민하다가 유일하게 빵 터진 부분은 갠지스 강에서 가완디 아버지 장사를 지낸 뒤 의례에 따라 강물 마시고 편모충 걸렸다는 이야기... 항생제는 미리 먹어두었지만 기생충까지는 생각 못했다니, 뭔가 웃픈... ㅠㅠ
 
노인 돌봄 문제는 나 자신의 미래이기도 하고 아주 근미래 어쩌면 당장 내일이 될수도 있는 나이든 부모님 삶의 문제이기도 한데....
막연한 우려와 상상이 아니라 당장 닥친 현실로서 세세히 그 과정을 묘사한 것이 가히 실용서에 버금가는 도움을 주었다고... 하지만 나 개인이 이해가 깊어졌다고 해도 사회적 해결책이 없다면 그닥 소용이 없다는 게 결정적 문제 ㅜ.ㅜ
 
 

#. 김보영 등. 이웃집 슈퍼 히어로

 

이웃집 슈퍼히어로
이웃집 슈퍼히어로
김보영 외
황금가지, 2015

 

대개 삶의 신산함이 묻어나는 페이소스와 기발한 상상력, 오늘 한국사회의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는 단편 모음집으로 완전 몰입하면서 재밌게 읽었음
 
* 존재의 비용 (진산):  "보이드" ㅡ 자신이 초인임을 기억하지 못하는 초인, 하지만 모두에게 초인으로 기억되는 초인, 그렇다면 초인이 되고자 했던 그의 열망은 과연 실현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 자신에게 기억되지 못하는 공허한 능력이라니 ㅠㅠ
 
* 월간영웅 홍양전 (dcdc):  유쾌하게 웃지요 ㅋㅋㅋㅋ
 
* 편복협과 옥나찰 (좌백): 시작에 비해 마무리는 좀 싱거움.  예전에 이런 류의 패러디 소설이 인터넷에 참 많았는디...
 
* 아퀼라의 그림자 (듀나): 엔터테인먼터 기획사가 주도하는 슈퍼히어로 군단이라니... 어째 한국적 상황에서 엄청 현실적으로 보임 ㅋㅋㅋ
 
* 소녀는 영웅을 선호한다 (김수륜):  실장님 영웅인게냐 ㅋ 짜증
 
* 초인은 지금 (김이환) ㅡ 초인에게 경찰권을 부여할 것인가는 슈퍼히어로 장르의 오래된 논쟁거리...어쨌든 사적 물리력에 법적 정당성까지 얹어주는거 난 반대일세
 
* 선과선 (이수현): 초인은 선이라고 많은 이들이 믿는 상황에서 선출되지도 책임지지도 않는 초인의 행동을 제지하려는 경찰 이야기
 
* 노병들 (이서영):  투이타 전사학교 빵터짐 ㅋㅋ 며느리 신고 ㅋㅋㅋㅋㅋㅋㅋ
 
*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 (김보영)
 
세상 구하기의 고통을 넘어서 착취 당하는 초인의 이야기.
초인들의 노력을 악용하고 그 단물을 빨아먹는 권력자들의 실체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사람들의 고통을 알고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초인들의 모습에 난데없이 울컥했다면 내가 이상한 건가?
무너지는 건물을, 구석에서 며칠이나 떠받치며 사람들을 구하고자 했던 여고생 초인이라니.. 어쩐지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갓난아기가 있다고 소리지르던 그 여학생들이 떠올라서 먹먹했음... ..
그리고 너무나 땅을 치며 공감했던 대목 ㅜ.ㅜ
 
"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누가 잘못했는지 알고싶어 한다.책임자를 추궁하고 흑막을 찾는다. 하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이런 일은 누가 잘못했을때가 아니라 잘한 사람이 하나도 없을 때에 일어난다. 경로에 줄 서있는 수백 수천의 사람 중 그 누구도, 아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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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공연들

마무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인데... 이럴 때일수록 뭔가 '지금 꼭 안해도 되는 일'을 굳이 하는 것은 저 깊은 무의식속 방어기제가 작동한 탓이려니.... ㅡ.ㅡ

 
# 데드풀 (팀 밀러 감독, 2016년)
 
 
데드풀
 
 
재밌긴 한데, 뭐랄까 개그대사가 한국어 뉘앙스랑 좀 안 맞아 어색하고
무엇보다 맥락없이 사람 죽이는 거, 아무리 영화라도 이제는 보기 불편하다
 
현실에서 그런 일이 전혀 없다면 가상의 이야기로 넘어갈수 있겠는데 그렇지가 않다보니,
유머를 위해, 주인공 특징을 부각시키기 위해 사지 난도당하는 어떤 생명체의 운명이란 것에 마냥 웃어넘길 수가 없게 되었다.
 
 
# 캐롤 (토드 헤인즈 감독, 2015년)
 
 
캐롤
 
 
동성애, 특히 레즈의 정체성이 아직 사회적 이름을 갖지 못한 시절 자신의 삶을 선택한 두 용감한 여자들의 이야기.
배우들의 그 섬세한 연기며 미장센과 스토리 전개, 음악, 어디 하나 나무랄데 없는 영화....
 
캐롤이라는 여성의 인정투쟁에 심하게 감정이입이 되고, 또한 테레즈의 혼란도 너무나 설득력 있게 그려진 수작이었다. 메타스코어 90점 넘은 게 다 이유가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둘 다 여성이고 서로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끌림, 성정체성 인정의 용감함을 거두었을 때, 이 관계가 좋게 보면 키다리 아저씨, 나쁘게 보면 원조교제 같은 느낌적 느낌 ㅠㅠ
 
케이트 블란쳇이 거대한 악의 조직 수장이나 암살자로 나오는 영화가 만들어졌음 좋겠다. 눈빛만으로 백명 죽일수 있을 것 같다
 
 
# 진격의 거인: 홍련의 화살 (아라키 테츠로 감독, 2014년)
 
 
진격의 거인 : 홍련의 화살
 
 
정체를 알수 없는 대상에 대한 공포, 자유를 찾아 울타리를 넘고 싶은 열망..  
이걸 망해가는 일본에 대한 우익 판타지로 볼 것이냐, 혹은 일반적인 인류 모험담으로 볼 것이냐 논란이 있을 수는 있는데...
디테일이 너무 후지고 일 애니 특유의 감정 과잉과 쪼다같은 민폐 행동주의자 묘사 때문에 짜증 대폭발....
여성도 대등하게 전사로 싸우는 거 같지만 성녀 스테레오타입은 버리지 않지 ....
그리고 일본 애니의 유럽사랑은 언제까지 지속될거냐 도대체!!!
 
 
 
# 스틸앨리스 (리처드 글래저 감독, 2014년)
 
 
스틸 앨리스
 
 
자기자신을 잃어가는 것의 두려움과 당혹스러움, 불굴의 의지와 그 의지로도 어찌해볼 수 없는 상실의 과정을 너무나 담담하게 그려낸 영화....
줄리언 무어의 빼어난 연기력에 심하게 몰입하면서, 한편 현실적으로는 플랜B의 필요성을 절감케 했지 ㅠㅠ
플랜B에는 조력자가 필요함..
 
 
# 스포트라이트 (토마스 매카시 감독, 2015년)
 
 
스포트라이트
 
 
사회적 책무를 업무 특성으로 하는 프로페셔널들이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해나가는 이야기.
아동학대, 성폭력 문제를 고발한다면서 화면을 통해 잔인함과 고통을 '소비'하는 영화들과 달리,
성인, 그것도 허우대 멀쩡해보이는 중년 남성들이 과거를 회고하며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충격과 이해를 줄 수 있었다고....
 
마이클 키튼은 오랜만에 진짜 히어로처럼 보였음....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그나마 세상은 조금 살만해지고,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겠지???
영화 내내 등장하는 보스턴 시내 곳곳의 낯익은 모습은 은근히 향수마저 자극.... 
 
 
# 스위트피 LP 발매 기념 콘서트 (2015년 10월)
 
포스터이미지
 
벌써 작년의 일... ㅡ.ㅡ
 
팬이 연주하는 멜로디언 소리에 맞춰 노래하는 스위트피...
탈모를 걱정하던 아저씨의 하소연은 금방 잊히고, 빠져들어갔다고....
 
 
# 넬 크리스마스 공연 (2015년 12월)
 
 
포스터이미지
 
 
유서깊은 크리스마스 공연에 진정 오랜만에 나들이...
공연 장소를 올림픽 공원으로 착각하는 바람에 해미와 생쑈했던 것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네 그려 ㅋㅋ
잠실학생 체육관은 정말 내가 가본 국내 공연장 중 음향 최악 ....
좀 다른 곳에서 공연을 했음 좋겠다고...
 
 
# 국카스텐 X 9mm Parabellum Bullet 합동공연 (2016년 2월)
 
 
포스터이미지
 
 
일본 밴드 큐미리와의 합동공연..
이들의 첫 등장에 나 완전 빵터졌음
그 오바스런 해드뱅잉과 점핑은 고등학교 축제에 와서 한글로 가사 적어놓고 '파이널카운트다운' 블렀던 옆 남고 밴드를 떠올리게 했다고.. ㅡ.ㅡ
한국에서는 허리케인 블루나 할 만한 모션 아닌가 말여... 그런데 또 의외로 연주가 좋아서 좀 어리둥절 ㅋㅋㅋㅋ
이들을 보고나니 의외로 국카스텐이 얌전해 보이더라는 ㅋㅋㅋ
 
국카스텐의 음악이야 뭐 두 말하면 잔소리....
일렉트로닉 사운드 너무 좋음.
나중에 국카스텐 인터뷰와 인디시절 출연한 다큐 등을 챙겨봤는데, 그 역경의 스토리가 너무 짠해서 흠칫...
그 어린 나이에 겪어서는 안되는 일들을 겪었다는 이들의 말이 엄청나게 이해되었음...  결핍만이 예술의 에너지가 되는 건 아닐텐데, 이 재능많은 청년들이 살아가기에 한국 사회가 너무 위험한 야생의 세계였다는 생각이...

그나마 이들은 여기까지 왔지만, 중간에 상처입고 떨어져나간 재능있는 청년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하면 참 씁쓸....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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