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혹시 당사에 와 보셨던 분은 아시겠지만, 당사건물 5층은 무슨 교회 비스무리 한 곳에 임대되어 있다. 전엔 몰랐는데, 비대위 이후 업무재편을 하면서 원래 있던 2층을 떠나 6층으로 올라오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행인이 일하는 사무실 바로 아래층 일대가 이 교회 비스무리한 곳에서 주로 찬송가를 불러대는 공간인 듯 하다.

 

피아노 소리 뚱땅뚱당 올라오고 거기에 맞춰 사람들(남성들로 이루어진)의 찬송가 소리 함께 묻어서 올라온다. 그동안은 노래만 불러제꼈는데, 오늘은 좀 색다르게 노래 중간 중간 통성기도를 하는지 "뭐 해줍셔~! 기도하옵니~다!" 같은 소리도 우렁차게 들려온다.

 

마음이 우라지게 심란한 하루다. 내일이면 뭔가 양단 간에 결정이 나겠지만서두 그동안 보아왔던 꼬라지들을 반추할 때, 과연 혁신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저 중생들과 21세기를 같이 고민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계속해서 온 몸을 돌아다닌다.

 

이 상황에서 귓가를 간지르는 저 찬송가 합창소리를 들으며, 나도 누군가에게 잘 되게 해달라고 기도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기도할 대상도 없다. 하느님 부처님 찾아봐야 그분들 심사만 뒤틀리게 할 뿐인지라 예의상 바람직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 상황에서 국방위원장님이나 이메가에게 기원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잖는가?

 

결국 진인사대천명하고 앉아서 줄창 회의나 할 밖에. 회의회의회의회의회의회의... 이러다가 진짜 회의주의자가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행인은 참 명랑발랄한 낙천주의자인데...

 

그놈의 찬송가소리 끊이질 않는다. 뭘 먹었길래 저리 정력들이 좋은지. 누군 노래방에서 한 시간만 노랠 불러제껴도 탈진 직전까지 가는데. 성령을 입어 저리 출중한 힘을 가지게 된 걸까?

 

나도 노래나 불렀으면 싶다. 즐겁게 큰 소리로. 처절한 기타맨님이 명랑좌파당 당가를 만들어주신다고 했으니 그거 나오면 신나게 불러제껴야 겠다. 지금은... 걍 오늘 회의 좀 안 들어갔으면 싶은데, 또 가야된다. 쩝...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2/02 15:50 2008/02/02 15:50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hi/trackback/950
    • Tracked from
    • At 2008/02/02 23:14
    Subject: 연습

    행인님의 [D-1] 에 관련된 글.

    • Tracked from
    • At 2008/02/02 23:20

    행인님의 [D-1] 에 관련된 글. 머리에 민들레꽃 피운 사람 있었다지 정말일까? 치열한 데모중 전경 던진 돌에 맞아 그의 머리가 깨져 하루낮 하루밤을 걸친 대수술 끝에 그는 깨어났지 그의 깨진 머리틈으로 약간 붉은 회백색의 뇌가 보여창피해서 늘 모자를 쓰고 다녔지요 어느 봄날 친구들과 잔디밭에 앉아 이야기하다 무심코 모자를 벗었답니다 산들 산들 봄바람 민들레 꽃씨 하나 모르게 그의 머리로 내려

    • Tracked from
    • At 2008/02/03 02:36

      2008년 2월 3일은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다. 아마도 그렇게 될 것 같다. '샴 쌍동이 분리 수술'을 하기로 확정할 테니까.  

  1. 돌아가는 상태를 보니, 주사파 애들(김창현은 당연히 포함)은 심상정이 내놓은 혁신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더군요. 당의 공중분해 얘기도 나오더라구요;;

    아, 글구 좀 전에 '레디앙'에 들어가 보니까
    이재영 씨가 종북주의 문제를 얘기하니까
    댓글에서 '최규엽'이 동지를 훼손했으니 고소하겠다고
    하더군요. 다른 댓글에서 자신을 비판하니까 그들 역시
    고소하겠다고 하네요. 정말 최규엽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본인이 맞는 것 같아요.

  2. 어릴 때 국수 얻어 먹으러 교회 몇번 갔었는데, 아마도 국수가락을 많이 먹다보니 한 가락 하지않나 싶습니다.:-)

  3. 힘!!!!!

  4. 참군/ 저도 봤는데 덧글러 아뒤가 "최규엽"으로 되어 있어서 배꼽 빠질 뻔 했습니다. ㅎㅎㅎ 그러나 저러나 이재영씨 고달프겠는데요. 최규엽옹이 다른 건 몰라도 자기한테 머라 그런 사람에게는 아주 확실하게 하거든요. ㅎㅎ 밴댕이 속알딱지... ㅋㅋ 그러나저러나 이런 분들께서는 그냥 이제 푹 쉬시는 것이 좋은데, 어째 그렇게 한 자리 하려고 여기 기웃 저기 기웃 거리는지 몰겠어요. 에혀...

    dakdoo/ 오오.... 한가락 하시는군요...(ㄷㄷㄷ)

    이여사/ 캄샤~!!! ^^

  5. 다음주엔 세상이 어케 바뀌어 있을지.. ㄷㄷㄷ

  6. 한때 죽빵계에서 투가락의 왕자라고 불렸더랬는데. 당구대의 짧은 다이를 먼져 치는 플러스투 쓰리가락도 잘쳐요. 아 당구 친지 진짜 오래되었네.......구당은 구당이에요 아니면 구당이에요? 구당대가 옛당을 지키기 위해 용을 파는 사태는 없었으면 좋겠구먼..

  7. 봄날의곰/ 언능 오셔서 투가락의 진수를 함 보여주셔용. ^^

  8. 힘내셔요!!! ^^ 음... 학생위원회 없으면... 대략 뭐 아무거나? (응?!) 여튼... 2월 3일 정말 걱정이에요 ㅠ.ㅠ 오늘도 아는 선배들이랑 민노당 이야기 했는데.. 우웅... 종파주의라고들 하니 ㅠ.ㅠ 일심회에 대해서도 증거 없다고 뭐라하고 에효 ㅠ.ㅠ (종파주의는 대체 역사적 근거도 없으면서 말에요 에궁 ㅠ.ㅠ)

    여튼 힘내시기입니다!!!

  9. 에밀리오/이번에 조승수 등이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한다고 하니까, 또다시 주사파 애들이 하는 얘기가 '미국 CIA의 조종'이라는 것이죠. 마치 1953년 경에 북한에서 김일성이 남로당 축출할 때처럼 말이에요.

    그러고보니 이번에 혁신안이 부결된 모양이군요.
    이제 민주노동당은 '원심력이 구심력을 능가'하는 모양새가 더욱 심해질 것 같아요.

  10. 힘내세요!!! 비대위에 합류하신걸로 알고 있는데 완전 마음 아프시겠습니다. 음... 앞이 안개 낀 것 처럼 뿌옇게 보여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ㅠ.ㅠ 흑... 힘내세요!!!

  11. 당대회장을 나서는 심상정 대표의 얼굴이 왜 그렇게 침울해 보이던지요...
    심상정의원에 대한 평가는 다들 조금씩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후보경선에 나섰을 때 민노당의 리더십의 교체가 이제는 이루어 지는구나 생각했지만 권 뭐시기란 한 정객의 노욕과 주사애들의 기득권 유지음모가 결탁함으로써 좌절되고 말았었죠
    그리고 또 한번
    대선참패로 수렁에 빠진 당을 구해달라는 저들의 치사뻔뻔한 요구를 차마 거절못한 심상정은 끝내 배신의 칼을 맞고 말았습니다.

    물론 과정에서 심상정의원이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대선 선대위 결합과정, 신당파의 탈당에 대한 리더십의 부재) 좌파진영의 차기 리더십의 한자리를 차지하는 인물로서 또 한번의 시련이 많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게 새로운 시작의 부분이 되겠죠
    상처를 입긴 했지만 그 지긋지긋한 족쇄를 비로소 벗어버릴 수 있었단 점에서...

    많이 힘든 길이란 걸 알지만
    족쇄를 벗은 우리의 다리는 훨 가벼울 겁니다

    행인님도 고생많으셨어요 이젠 가벼워져야죠?
    명랑좌파당을 위해~^^

  12. 지금막 일어나서 인터넷으로 기사보고 참... 기분이 먹먹합니다.
    20년 진보정당운동의 성과였던 민노당이 이렇게 침몰하다니요.
    몸도 마음도 잘 추스리세요 형님.
    이제 정말 새로 시작인거군요.

  13. 참... 우울하네요.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어서 이렇게 더 막막한가봐요.

  14. 에밀리오/ 일심회 건... 솔직히 오늘 비대위의 준비는 철저하지 못했습니다. 발언자로 나온 김승교 변호사같은 경우 그의 말 곳곳에 허점이 있었는데 이걸 짚어주는 사람은 없었고, 엉뚱하게 박용진 같은 이들이 나와서 지들 정치적 행보를 위해 단결해줄 것을 요구하는 어처구니 없는 짓들을 했죠. 가슴 한 구석이 휑하니 엄청나게 허전하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힘이 빠지진 않았습니다. 우린 명랑좌파당의 희망이 있으니까요.

    참군/ 네... 그렇죠. 그게 문제입니다. 색깔론때문에 반세기동안 피해를 입어왔던 사람들이 누군가를 종파주의니 CIA 첩자니 하는 색깔론을 펴는 이 엉뚱한 모습. 그들은 반대로 최기영 이정훈을 제명하자는 사람들을 자신들에게 색깔을 씌우는 사람들이라고 하죠. 참 재미있는 형국입니다.

    lucien/ ㅎㅎ 좌파로서 심상정은 약 2% 부족합니다. 넘 무거워요. 명랑좌파당이 이야기하듯 재미없고 무거운 것은 전부 우익입니다. 좌익은 즐거워야 해요. 칼부림도 재미나게 해야하죠. 심상정은 칼부림 해야할 순간에 주춤한 결과 오늘날 자기 목으로 날아오는 칼을 못막았죠. 물론 이번 대대야 심의 정치적 생명을 날려버릴정도의 파급력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봐요. 오히려 그 반대겠죠. 다만, 안에서 처리할 수 있었던 시기를 놓친 것이 문제라고나 할까요...

    명랑좌파당을 위하여~!!!! 올 봄이 가기 전에 반드시 창준위를 발족시켜보겠습니다. ㅎㅎ

    왼쪽날개/ 침몰할 것은 빨리 침몰해야 돼. 망해야 하는데 망하지 않고 있으면 오히려 주변에 해만 끼쳐. 지난 8년 동안 버텨온 게 어찌 보면 미스테리야. 진보정당의 성과는 이제부터 만들어질 거야. 그리고 그 최후의 성과는 명랑좌파당으로 귀결될 것이고. ㅋㅋ

    동동이/ 우울해하지 마세용. 저도 이렇게 명랑하게 웃고 있잖아요. 아주 명랑하게 말이죠.... ㅠㅠ

    한 호흡 쉬고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봄날은 여전히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15. 비대위의 준비도치밀하지 못한 점도 있었지만 분리될 수 없는 일심회 사태로 표출된 친북과 당원정보유출을 별개로 처리하려고 한 것이죠
    주사파의 반발을 조금이라도 누그려뜨려 보려는 의도였겠지만 그순간 저들의 반격이 무차별적으로 이어지리란건 누구나 알 수 있었던 일.
    결과론이지만 차라리 정면돌파가 나았을 수도....

    2% 부족한 심상정이지만 지지자 없는,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리더는 있을 수 없기에 현 좌파진영에서 심상정의 리더십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겠죠. 조승수?, 김준수? 아직 20% 부족하다고 볼 수 밖에는...

    연휴 지나고 들릴 수 있겠네요 행인님도 설연휴 아무생각 없이(?) 잘 쉬세요^^

  16. 근데 박용진선수는 웬 총학유세를 했답니까? 혹시 일부러 그런 거 아녜요? 다른 토론자가 비대위안을 '설득해버리면' 비대위안이 통과될까봐서? 라고 밖에는 해석이 안될.. 정말 설득력 없는 연설을 하고 들어가던데...대중연설 너무 오랫동안 안해서 그랬나? ㅠㅠ 보는 내가 다 안타깝더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