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묻지 마세요

이경숙 숙대 총장이 이명박 실용정부 정권 인수위원장에 선임된 것은 상징적이다. 이제 더 이상 "대~한민국"은 "과거"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과거로 인해 떨고 있던 자들이여 안심하라, 이제 너희를 쉬게 하리라. 반대로 과거를 꺼내며 떠들었던 자들아 조심하라, 지옥이 눈앞에 있다. 이것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 장로의 복음 제1장이다.

 

"실용"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모호함은 그 단어 안에서 '정(正)'과 '곡(曲)'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등소평의 흑묘백묘론과는 또 다른 의미로 이명박의 "실용"은 우리에게 다가온다. "실용" 앞에서 "과거"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처럼.

 

전두환 쿠데타 세력이 저질렀던 만행을 정당화시키는 역할을 했던 조직이 바로 국보위였다. 더불어 군사독재정권의 장도를 열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역할 역시 국보위의 몫이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람이 정권인수위라는 초강력 기구의 위원장이 된다. 그럼으로써 전두환 정권의 만행은 불과 한 세대가 지나기 전에 면죄부를 받게 되었다.

 

"과거" 때문에 잠자리가 편치 못했을 사람이 어디 전두환과 그 일당 뿐이었겠는가? 친구 잘 둔 덕분에 대통령까지 해먹었던 노태우도 그렇고,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심심할 때마다 간첩을 만들었던 공안기관의 핵심인물들도 그러했겠고, 더 멀리 가서는 일제에 부역하면서 제국주의 식민통치를 일신의 영달을 위해 이용했던 사람들도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걱정 끝, 봄날 시작이다. 과거사를 청산하고자 했던 모든 활동은 오늘부로 종료되었다.

 

그동안 얼마나 절치부심했더란 말이냐? "과거"를 파헤치고 종당에는 죄에 대한 댓가를 치루게 하려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민주화보상위원회니 진상규명위원회니 국가인권위원회니 하는 정부 기구는 얼마나 많았으며, 여기에 결합해 심신을 다 바쳐서 "과거"를 들추고 다녔던 인권활동가들과 시민세력은 또 얼마나 많았단 말이냐? 하지만 이제 그들도 자리보전하기 바쁘게 생겼다. 아니 반대로 자기들의 입지마저 흔들리게 생겼다. "과거"를 들추는 즉시 "경제발전"의 장애물로 몰아갈 수 있다. "실용"정부 아래서는 이게 가능하다.

 

"실용"과 "능력"을 앞세운 개발세력 앞에서 "청산"과 "도덕"을 주장하던 사람들은 하등 사회에 쓸모 없는 사람들로 전락한다. 교육과 의료가 사유화되고 새벽종이 울림과 동시에 전국을 울리는 삽질소리 요란해진다. 정권인수위원장에 내정된 이경숙 총장을 보는 마음이 답답한 이유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전주곡이 오늘도 신문에서 방송에서 인터넷에서 흘러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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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7 17:10 2007/12/2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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