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킴이들, 흥겨움

철군을 요구하던 목소리는 청계천 변에서 결국 멈추고 말았다. 경찰은 끝내 '허가'해준 대로 갈 것을 요구했고, 연좌했던 사람들은 어둑해진 청계천을 앞에 두고 해산해야 했다.

 

경찰들과의 대치는 여전히 불쾌하다. 눈 앞에 있는 막둥이들같은 의경들은 볼 때마다 불쌍하고, 방패와 곤봉으로 무장한 의경들을 볼 때면 까닭모를 분노가 솟구친다. 그러나 그들은 내 적이 결코 아니다. 왜 우린 이렇게 항상 피를 볼 준비를 하며 살아야 할까...

 

이 와중에 평택지킴이들이 보여준 몸짓은 행인이 바라던 집회문화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들은 즐거웠다. 집회시위는 그들에게 잔치판이었고, 그 몸짓 하나 하나가 바로 평화의 서신이었다. 그들의 노래소리와 춤은 나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게 했고, 그들의 눈빛은 그동안 힘들고 서러웠던 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고 싶었지만 경찰을 등에 지고 긴장한 상태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 징글징글한 눈치쟁이.

 

연좌하고 앉아서 이름있는 연사들의 발언을 듣거나 연좌한 사람들에게 고정적인 발언을 요구하는 집회는 여전히 계속되었지만 자신의 생각과 말을 흥겨운 몸짓으로 풀어내는 지킴이들 같은 사람이 늘어나면 결국 경찰도 차벽을 치우게 되리라.

 

지킴이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세상은 그렇게 가까이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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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8 01:02 2007/03/18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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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7/03/18 10:09

    행인님의 [지킴이들, 흥겨움] 에 관련된 글. 3월 24일이 마지막 촛불행사랍니다. -> 저거 해바라긴줄 알앗드만 촛불이랍니다.

  1. 깔깔 함께 하지 그러셨어요 ㅋㅋㅋ

  2. 달려와서 아는 척 해주셨으면 더 좋았을텐데..ㅋㅋ

  3. 넝쿨/ navi/ 지은 죄가 많아서 그렇죠... 함께 하지 못한 죄, 몸을 던지지 못한 죄, 그런저런 죄들이 있다보니 그 해맑은 웃음들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 배짱이 안 서더군요. 그 흥겨움이 남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 흥겨움을 같이 누릴 자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힘차게 같이 싸우고 함께 고통을 나누었던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똑같은 웃음, 똑같은 눈빛, 거기서 발하는 따뜻한 아우라,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지기도 했구요. 그런 분위기를 함께 느끼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시 한 번, 제게 그런 행복을 나눠주었던 지킴이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4. 전 지킴이들 옆에서 춤췄는데...윈디시티가 할때도 그렇구...
    담엔 저희가 이끌어드리지요~ 혹시 기타치고 꽃뿌리는 언니도 못 보셨나요? 그 언니가 기타칠 때도 춤췄는데...

  5. 샤하트/ 경찰들 쫓아다니느라고 정신이 없었어요. 청계천 앞에서도 경찰들 바로 앞에서 감시하고 있었는데, 그게 생각보다 지루한 반면 사람을 많이 긴장시키더라구요. 청계천 앞에서 연좌할 때 비로소 지킴이들의 몸짓을 볼 수 있었는데, 샤~님은 사복경찰들에게 가려져서였던지 못 뵌듯...

  6. 아아, 경찰감시활동 하신 듯~
    그나저나 윈디시티에다가 지킴이들이라니,
    전해듣는 제 엉덩이가 다 들썩들썩~
    꼭, 거리에서 덩실덩실 춤추며 놀고 싶어요...^^

    (꽤나 뻔뻔한^^ 안티고네!!)

  7. 다음엔 같이 해요 ㅋㅋ

  8. 안티고네/ 꼭, 거리에서 덩실덩실 춤추며 노는 그 날을 만들어요^^
    근데 안티고네 블로그 답글달기가 넘 어려워요. 내 컴이 구려서 그런가... 어려운 일 맡아 준 거 고맙고 밥 한 번 쏘께염 ㅎㅎ

    또또/ 다음번엔 꼭 용기를 내서 같이 함 해볼랍니다. 끼워주세요.(쑥스... ^^;;;)

  9. 아... 안타깝... 저도 그날 가고 싶었는데 결국 못 갔답니다 ㅠ.ㅠ

  10. 에밀리오/ 언젠간 같이할 수 있겠져.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