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어제 토론회에서...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은 신자유주의이데올로기의 일환이라는 주장에 대해 패널 중 한 분이 그건 아니라며, "이 제도가 신자유주의적 제도라면, 경총이나 전경련 같은 기업집단이 쌍수를 들고 환영을 하겠지만 어느 기업이나 기업집단도 여기에 대해 일언반구 말이 없다. 그것만 봐도 이 제도가 신자유주의적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하셨다.

 

의외였던 것은 이 분의 성격상 이런 말씀하시는 것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이라는 점이다. 이분, 소위 '좌파'라면 '좌파'인, 자타 공히 인정하는 분이기 때문이다. 혹은 자유주의자라고나 할까?

 

의도가 어찌되었든 지나칠 수 없는 발언이라 어쩔 수 없이 행인도 이에 대해 반박했다.

 

"자본은 신자유주의이데올로기가 필요하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이를 주장하지 않는다. 특히 교육분야에 있어서만큼은 매우 세련되게 신자유주의이데올로기를 유포한다. 예컨대, 90년대 중반에 한 기업 총수가 요즘 대학생들 쓸 데가 없다, 입사해놓고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이건 리콜도 되지 않고, 그래서 기업부담이 크다 뭐 이런 식으로 발언한 적이 있다.

 

그 결과가 어땠나? 온 대학이 난리가 났다. 갑자기 무슨 졸업인증제니 뭐니 하는 제도가 도입되고 영어성적봐서 졸업을 결정하고 기업에서 필요한 인적자원 보급한다고 생 난리를 쳤다. 지금도 그 난리가 계속되고 있고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학교와 정부가 다 알아서 기업이 원하는 대로 해준다. 이런 마당에 기업이나 기업집단이 신자유주의이데올로기를 공공연하게 설파할 이유도 없고, 법학전문대학원제도 빨리 도입하라고 경총이나 전경련 사이트에 성명서 띄울 필요도 없다. 자본이 원하는 대로 되어가는 세상에 경총이나 전경련이 뭐하러 더 해달라고 요구하겠나? 눈치보이게"

 

이후 논의는 생략.

 

토론회가 끝난 후 이분과 잠시 환담하는 과정에 이런 말씀을 하신다. "신자유주의읜데 신자유주의라고 못하는 입장도 답답하다..."

 

음... 입장에 따라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는 입장도 있다는 거, 가끔은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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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5 12:53 2007/03/1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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