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자의반 타의반"
JP의 어록 중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 의미심장한 말이 심장 깊숙히 박혀들어오는 일을 경험했으니...
날도 궂고 해서 기분 전환도 할 겸 커트를 하러 갔겠다.
쬠만 지둘리라는 언니들의 말씀에 "넹~"하고 다소곳이 답변을 한 후 앉아서 지둘릴라는 찰라,
안쪽에서 식사를 했는지 차를 했는지 쉬고 있던 말쑥하게 생긴 아좌씨가
"이리 와서 앉으세요" 한다.
흠, 예상보다 빨리 깎을 수 있겠군.
그리고 사건은 벌어졌다.
아좌씨 : 어떻게 깎아드릴까요?
행인 : 스포츠 비스무리하게 시원하게 깎고 시포요.
아좌씨 : 넘 짧게 깎으면 그러니까 앞머리는 살리고 뒷머리랑 옆머리는 스포츠 삘 나게 깎아 드릴께염.
행인 : 오케바뤼~!
처음엔 이렇게 시작했다.
경쾌하게 가위 놀리는 소리가 찰칵찰칵 들려오고
바리깡 돌아가는 소리도 웽웽하면서 시원하게 들려오는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
그런데 이 아좌씨, 계속 뭔가 못마땅한 듯 계속 조금씩 치기 시작한다.
행인이 봐도 좌우가 별로 균형이 맞지 않는듯한 느낌이 든다.
일단 초벌로 깎아놓고 보니 '호섭이'(예전 어떤 드라마에서 약간 모자라는 역할의 캐릭터였는데, 이 캐릭터의 머리모양이 꼭 바가지 엎어놓은 듯 해서 이후 바가지스타일의 헤어스타일이 발견되면 꼭 '호섭이 머리'라고 한 적이 있음 - 필자 주)처럼 깎아 놨다.
아좌씨 : 일단 쳐 놓고 샴푸한 다음에 다시 정리해드릴께요.
행인 : 그러십셔...
그러나 일단 친다는 것이 흘러 흘러 장장 30분간 커팅.
깎다보면 각이 생기고 각진거 다듬다 보면 다른 쪽하고 발란스가 맞질 않고, 그거 발란스 맞춘다고 하다보면 또 그렇게 되고...
결국 이 아좌씨...
아좌씨 : 아예 앞머리도 시원하게 쳐드릴까요?
행인 : 그러져 머...(ㅜㅜ)
다시 후더덕 후더덕 깎아내는 머리털...
아좌씨 : 샴푸 하세요. 샴푸 하시고 다시 정리할께요.
행인 : 그러셔염... (ㅡ.ㅡ+)
머리감고 다시 의자에 좌정하고 앉았더니, 온 천지사방으로 머리털이 삐죽삐죽 솟구쳤다. 성질머리 더러운 행인의 머리털이니 그것도 성질 사납게 뻗쳐 있는 듯...
아좌씨 : 다듬어드릴께요.
행인 : 넹
그러나...
다듬는다고 하셨던 아좌씨, 결국 앞서 깎아낸 머리털만큼 덜어내버리셨도다.
결국 깎을만한 부분은 다 깎고 나니 작업 종료...
이게 뭔가...
훈련소 입소할 때보다 더 짧게 깎인 내 머리털...
머쓱해진 이 아좌씨의 난감한 표정과 스타일 구기지 않기 위해 미소를 짓고 있는 행인의 얼굴이 함께 비춰진 거울을 보면서...
아좌씨 : ...
행인 : ...
아좌씨 : 짧게 깎으시니까 더 젊어보이시네요...
행인 : 흐... 그런가요?? OTL
그리하여 행인은 완전 변신을 한 것이었다.
사무실 직원들의 반응
H : 뭐얏~! 이상해! (뒌장...)
K : 계급이 뭐얌? (오, 쉣!)
M : 왜 그랬어여... (ㅡ,.ㅜ)
W : 말년병장같아여 (ㅜㅜ)
P : 안 어울려, 안 어울려... (ㅡ.ㅡ+)
C : 젊어보일라고 수썼구나? (뷁...)
아아... 앞으로 또 어떤 파란만장한 일이 벌어질라나...
행인님의 [변신] 에 관련된 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일욜밤 이었다.. re가 때린 번개에 가야 할것인가 말것인가를 수십번도 더 망설이고 망설였다. 전날, 오바해서 마신 술 때문에 너무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