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한 플래쉬 한 편
비정규직 법안이 환노위를 통과했다. 상임위에서 시간을 가지고 논의하자고 한지 불과 몇 시간만에 경호권이 발동되었다. 일단 이번 회기에서는 결정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민주노동당을 비웃듯이 이들은 신바람나는 뒤통수 후려치기를 시도하였고, 해당상임위 의원조차 출입을 막은 채 지들끼리 통과시키고 박수치고 흩어졌다.
지금 법사위는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보좌관들에 의해 점거되었다. 어떻게 상황이 진행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으나 자꾸만 96년 연말 노동법 날치기 당시의 상황이 떠오른다. 850만 비정규직의 앞날. 노예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노동현실은 96년 연말과 같은 대투쟁의 분노로 표출될 것인지...
사실 민주노동당의 안은 비정규직을 보호하고 궁극적으로 정규직화하는데 결정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안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다만, 최악의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제동장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날치기 하듯 환노위를 통과한 열우당의 법안은 문제 투성이다. 이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여기로, 또 여기로
비정규직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이유는 요즘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양극화의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산층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요즘, 극단의 부를 향유하는 사람들과 갈수록 어려워져가는 사람들의 반목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물론 일부 사람들은 대한민국이 소득분배가 가장 잘 된 나라라는 희한한 논리를 펴기도 한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나와 환호하면서 노무현정부를 좌파정권으로 규정짓는 한편, 양극화는 뻘소리고 한국은 지금 이 상황에서 분배정의가 실현된 나라라는 새로운 경제학 이론을 완성한다. 소위 '갑제학파'로 분류될만한 이 경제학파는 노조만 때려 잡고 수도 서울을 지금 그대로 유지하면 자손만대 길이 빛날 영화로운 나라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제정신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들 '갑제학파'의 경제이론이 무슨 개뿔 경제이론이냐, 완전 개코메디지라고 한 번 웃고 말 일이 되겠지만 '갑제학파' 부흥회에 참가한 이철승 이하 여러 어르신들께서는 이게 만고불변의 진리가 되고 있다. '노빠', '황빠' 이후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갑빠'의 역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거다.
한쪽에서는 이 난리를 치고 있는 통에 다른 한 쪽에서는 자신들의 본색은 감춘 채 비장하게 양극화해소를 부르짖고 있다. 당으로 하여금 비정규직 사망신고서 작성을 하도록 한 채 자신은 저 거룩한 곳에 앉아 세계화는 대세라고 주장하면서 같은 입으로 양극화 해소를 부르짖는 청와대가 그곳이다. 같은 두뇌에서 발생하는 이 이론의 양극화 현상에 대해 노무현은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 듯 한데, 가끔 개념과 철학이 없는 사람들에게서 발현하는 이 병리적 현상이 대통령이라는 국가 수뇌에게서 발생했다는 데에 이 나라 국민들의 불행이 있다.
어쨌건 이 뇌구조 양극화증상에 시달리고 있는 노무현은 대국민 연설은 물론 지 블로그에다가도 양극화해소를 줄창 주 메뉴로 걸고 있다. 이번에는 또 비장한 플래쉬 동영상까지 올려놓고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서울대 철학과 나왔다는 간판을 걸고 전혀 철학하고는 상관없는 '개구라 철학'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김영삼의 행적이 노무현과 오버랩된다. 모든 걸 이빨로 해결하려했던 뻥삼노인과 지금 그 행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무현 두뇌양극화증상 환자...
양극화 해결하겠다는 반지르르한 소리나 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입으로는 양극화해소를 이야기하면서 뒤로는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려는 음모나 꾸미고 있는 것은 누구 말마따나 대국민 사기극이다. 기본적으로 노무현의 지난 3년 행적은 사회를 극단의 양극으로 분리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노빠'가 아니면 '노까'로 모든 민중을 반분했던 집권 초기, '친조선' 아니면 '안티조선'으로 세상을 구획해버린 언론관, '친노=민주, 반노=반민주'의 어설픈 도식을 만들어 냈던 탄핵사태, '찬연정=정치개혁, 반연정=정치반동'이라는 구조를 형성한 연정논란, '황빠'와 '황까'의 대립을 조장했던 황우석에 대한 무절제한 지지... 도대체 지금까지 노무현의 입에서 튀어나와 사회를 양분하고 양극화를 조장한 건수가 몇 건이나 되는가?
저런 짓거리를 지금까지 해놓고 이제와서 사회통합이니 양극화 해소니 하는 지 모습이 스스로 계면쩍지 않을까나? 나같으면 쪽팔려서라도 입 닥치고 어디 파묻혀 있을텐데, 역시 정치하는 인간의 안면근육두께는 일반인의 그것과는 매우 다른 듯 싶다. 앞으로 2년, 저 역겨운 가면놀이를 얼마나 더 봐야 하는지... '갑제류'는 오히려 솔직하기라도 하다. 그래서 대놓고 욕지거리를 하지 않아도 남들이 다 개무시한다. 반면 노무현류의 소위 자칭 개혁론자들. 이들의 정신분열적 두뇌양극화현상은 사람들을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자꾸 양극화시키고 있다. 재밌는 세상이다...
행인님의 [비장한 플래쉬 한 편] 에 관련된 글. 수원 북문에 열린우리당 경기도당사가 있어요. 거기 건물에 커다랗게 프랭카드가 걸렸더군요. 사회 양극화 해소...라고 버스에서 내려서 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