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은 처벌될 수 있을까?
중요한 판결이 나왔다. 에버랜드 CB 증여를 통한 삼성의 편법 탈세행위에 일단 사법적 심판이 생긴 것이다. 지난 2000년, 법학과 교수 43인이 삼성 이건희와 이재용을 고발한지 5년여만에 나온 결과다(서명을 주도하셨던 울 대장-지도교수님-께 축하를 드려야 하는 건가?? ^^).
이 판결은 일단 난공불락의 요새로 보여졌던 삼성 이건희 일가에게 일정한 충격을 줄 수 있는 판결이다. 에버랜드 전 현직 사장이 모두 업무상 배임혐의를 인정받아 징역형(각 집행유예)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이 배임행위를 지시한 이건희 일가의 교사죄가 성립 가능하기 때문이다.
에버랜드는 전환사채(CB)를 주당 7700원이라는 헐값에 이재용에게 넘겼다. 그것도 125만주 이상. 상장주로 전환하였을 때의 가격은 당시에 주당 85000원. 사실상 이건희로부터 아들인 이재용에게 증여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증여세는 포탈. 앉아서 산술계산으로만 해도 차액을 천억이나 벌었는데, 이게 정상적인 판단으로는 도저히 상상이 불가능한 것이다.
에버랜드는 실질적으로 삼성의 전권을 흔들 수 있을 정도로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보유하고있는 금융자회사의 주식평가액이 총자산의 50%를 넘어 삼성의 금융지주회사가 되었어야 한다. 그런데 에버랜드는 부채액을 늘려 총자산규모를 확장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교묘하게 금융지주회사가 되는 것을 피했다.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될 경우 보유하고 있는 비금융회사의 주식을 전부 내놔야 하고, 금융자회사(삼성생명 등) 역시 비금융 손자회사 주식을 다 내놔야 한다. 이럴 경우 에버랜드의 대주주로서 삼성 전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이재용은 졸지에 지배권을 박탈당하게 된다. 에버랜드, 들여다보면 볼수록 가관이다.
이건희나 이재용이 교사범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일단 허태학과 박노빈 두 사람이 항소를 할 것이 분명하고, '삼성장학생'들로 이루어진 변호인단과 사법부의 농간이 어떤 형태로든 이루어질 것이다. 거기 더하여 국가경제의 위기 어쩌구 하면서 '삼성장학생'으로 이루어진 언론과 정치권 등에서 봐줄 것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약자에겐 언제나 서슬퍼런 사법부지만 자본가와 권력자에게는 한없이 비굴했던 것이 우리의 사법부였던 것을 감안하면 아직도 에버랜드 사건의 몸통인 이건희와 이재용이 죄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결코 깨질 것 같지 않았던 독점재벌 삼성의 족벌경영행태에 일정한 충격을 주는 사건이었음을 부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5·16 군사쿠데타 세력도 건드리지 못했던 이병철의 삼성. 그 아성이 깨질 수 있는 일대 파열구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여기 더하여, 저들의 죄상을 낱낱이 밝히고 죄값을 치루게 하는 동시에 부당하게 축적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어야 한다. 저들이 빼돌린 돈이 누구의 돈인가? 사측의 집요한 감시와 무노조'철학'의 유지를 위한 폭력 속에서 피와 땀을 흘리며 고통받았던 노동자들의 돈이다. 경제위기상황에서 대기업 살리기 위해 쏟아부엇던 혈세 역시 모든 국민의 돈이다. 노동자와 민중의 피와 땀으로 제 배를 불리면서 족벌체제의 영속을 염원하며 삼성공화국의 장엄한 역사를 꿈꾸었던 저들의 돈이 아니다.
지금도 삼성공화국의 화려한 외양 뒤편에서 감시와 협박과 구사대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 단결의 자유조차 박탈당한 채, 오직 착취받을 자유만 존재하는 '또 하나의 가족'들이 있다. 사법부의 판단 이전에 저 탐욕스러운 자들에 대한 심판은 노동자들의 손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자의 손으로 몸통을 처벌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길...
행인님의 [몸통은 처벌될 수 있을까?] 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글. 삼성 구조본이 오늘(2월 7일) 삼성의 사회적 책임감을 통감하면서 "國民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