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쩜셋을 기다리며...

행정자치부 여전히 버릇을 못고쳤다. 그저 틈만 나면 전자주민등록증 발급해볼 궁리만 하고 있다. 2007년부터 단계별 발급을 목적으로 전자주민등록증 사업을 시작한단다. 대단하다, 그 열정이여...

전자정부사업이 완전부실공사였다는 사실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해킹에는 물론이려니와 단순히 출력물 조작만으로도 민원서류를 위변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그동안 가동되어왔다는 사실은 어이가 없을 정도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되기 전에도 전자정부 시스템의 문제점은 계속해서 지적되어 왔다. 이미 정보인권활동가들이 올 초에 전자정부 통합전산망에 의하여 개인정보가 이곳 저곳에서 유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고, 이 때 행정자치부는 시스템 개선을 하겠다고 약속까지 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약속은 공염불이었고, 행정자치부는 그동안 전자정부 시스템에 대해서 지들도 제대로 모른채 운영을 해왔다는 사실이 이번 국감에서 홀라당 밝혀져버렸던 것이다.

사실 이정도 되면 제대로 정신박힌 관료들이라면 전자정부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시스템 전체를 확인해봐야 한다. 그래야 그 시스템을 이용하는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게 된다. 예전에 지하철 2호선 합정에서 당산간 '당산철교'가 부실로 인하여 위험하다는 판정이 있자, 아예 철교를 철거하고 새로 다리를 놓은 적이 있다. 애초 공사를 엿같이 한 부분에 대한 책임은 일단 논외로 하고, 시민들은 철교가 다시 놓여질 때까지 불편함을 겪어야 했지만 안전에 대해서는 안심을 하게 되었다. 이게 신뢰를 재구축하는 과정이고 그 결과 지금 당산철교 건널 때마다 불안에 떠는 시민은 없다.

이 아주 간단한 논리를 행정자치부는 전면 거부한다. 전자정부때문에 불안한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준비한 것이 기껏 전자주민등록증이란다. IC칩이나 바코드를 이용하면 개인정보를 더 확실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그런데 전자정부를 이따위로 부실하게 운영하는 행정자치부가 전자주민등록증은 안전하게 활용할 것이라고 믿는 국민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국민의 불안을 불안의 가중으로 해소하겠다는 것인가? 지들이 용가리 통뼈야?

김영삼 정부때 추진되었다가 김대중 정부에서 폐기되었던 전자주민등록증 사업은 이렇게 노무현 정부에서 다시 부활한다. 다음 정권 때는 또 폐기되나?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이번에는 진짜로 시행하게 되나? 도대체 뭘 믿고 이러는 걸까? 한 번 무산된 정책이라면 그 무산된 원인이 무엇인지를 잘 살펴야 한다. 그리고 일단 무산되었지만 그것이 진실로 필요한 정책이었다면 그 필요성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설명 필요없고 직접 맛이나 보라는 이야긴가, 지금?? 국민이 그렇게 호구로 보이나??

행정자치부, 전자주민등록증사업 이야기하기 전에 전 국민 지문날인제도 폐지나 먼저 할 일이다. 전자정부사업 개판으로 만들면서 정작 주민등록번호는 더 많이 쓰도록 장려하는 이런 뻘짓이나 먼저 그만 둘 일이다. 국민의 개인정보보호는 그저 행정행위의 반사이익정도로 해결하려는 같잖은 수작 좀 집어치워달라는 말이다. 언제까지 국민들이 정부의 감시망 안에서 행복을 누려야한다는 Big Brother 같은 발상에 사로잡혀 살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