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60이면 이순이라던데
아... 진보블로그가 한자를 씹는다. 이거 참, 우째야 할지. 진보블로그는 한글전용인갑다. 암튼 그냥 한글로표기하자.
나이 60이면 이를 이순이라고 하는데, 한자변환이 안 되니 그냥 이순이라고 하면, 귀이자에 따를 순자인데, 이 나이쯤 되면 세상사 알 거 다 알고 삭힐 거 다 삭힌 터라 중뿔나게 튀기보다는 남의 말을 잘 받아들인다해서 이순이랜다.
그거야 뭐 공자님 말씀이고, 사람이 육십을 먹든 칠십을 먹든 지 꼴리는 대로 사는 놈들은 어쩔 수 없는 거다. 예를 들자면 정봉주.
오마이뉴스: 정봉주 "김남국 경선 안 주면 중대결단" 협박... 지도부 "자기욕심"
연세를 항문으로 드시는지, 이 자는 뭘 하기만 하면 이렇게 철딱서니 없는 짓을 하는지. 그런데 가만 보면, 이게 지금 정봉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이라는 정당, 더 나가서는 한국 정치의 어떤 한계를 드러내보이는 사건이다.
우선 "청년정치". 이 건만 보더라도 기성 정치판이 얼마나 '청년'을 소비대상으로 삼고 있는지 확연히 알 수 있다.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세대 간 구별을 통한 어떤 지형의 파악이라는 건 다 구라고, 이걸 무슨 금과옥조처럼 가져다 쓰면서 청년정치 운운하던 것들은 죄다 사기꾼이라는 게 드러났다. 더 이상 어떤 증거가 필요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세상에 다 알려졌다. 그런데 이걸 또 갖다 써먹으려 한다.
때만 되면 입에 청년정치를 물고 다니던 민주당은 김남국이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아니 그동안 나이로 청년정치 운운하던 당이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하려니 뭐 어떤 걸 변명거리로 삼아야 하나? 김남국이 나이로만 보자면 청년 아녀?
이걸 들고 나온 정보주 역시 청년정치는 그냥 포장지일 뿐이다. 내막이야 뭐 대충 짐작이 가지만, 형식적으로는 이제 젊은 사람들에게 자리 내줘야 한다는 걸로 명분이 나온다. 얼마 전까지는 지가 나간다고 해놓고. 나이로 따지면 정봉주 올해가 환갑인데, 나이 60에 이 무슨 삽질인지.
또 하나. 이런 짓들이 가능한 게 이 민주당이라는 정당에 정치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이념도 없고 비전도 없다. 그냥 때 되면 정치자원의 분배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속물근성만 남아 있다. 정봉주는 민주당의 현 행태를 "중도 뽕" 맞은 상태라고 비난하는데, 도대체 뭐가 중도여? 지금까진 지들이 '진보'라메? 이것들은 뭐 지들 안에서조차 제대로 합의된 게 없는 것들이 무슨 자한당을 욕하나?
이 사태가 보여주는 또하나의 맥락은 보수정당을 둘러싸고 이합집산하는 자들이 그저 자기 네트워크 중심의 집단주의에 속박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조국사태를 경유하면서 조국수호파냐 아니냐에 따라 집단이 분리되는데, 아이돌을 숭앙하는 집단일수록 사리분별을 배제한다. 지만 그런게 아니라 남들의 사리분별을 소거하려드는데, 정봉주, 김어준, 유시민 등이 그 대표적인 부류들. 이들에겐 그저 지들 집단의 이해관계만이 우선할 뿐이지 사실관계니 사건의 맥락이니 가치니 지향이니 이념이니 따위는 진작에 다 개나 줘버려 모드다.
민주당만 그런 건 아니지만, 정봉주 같은 자가 "중대결심" 운운하니까 당차원의 대응이 나와야 할 정도면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 야, 이거 진짜 뭐 있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을 충분히 가지게 된다. 한 방에 당이 흔들릴만한 뭐. 그런 게 있다는 게 그 정당이 얼마나 허약한가를 보여주는 계기겠지만. 아, 무슨 이야기하다가 여기까지...
다시 정봉주로 돌아가면, 이순의 나이에도 이렇게 불철주야... 한자표기가 안 되니 언어유희가 막히네... 철이 안 들었다는 이야기다. 암튼 철딱서니 없이 순박한 뇌를 자랑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긴 한데, 따지고 보면 저것도 먹고 살만하니까 그러겠지? 그려, 모든 게 다 뱃속이 든든해야 뻘짓도 할 수 있는 거지. 아, 그러고보니 배가 고파진다. 점심때가 되어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