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을 배우자?
민주노동당이 원내 진입한 후 스웨덴의 노동단체가 방한하여 간담회를 했다. 그 자리에서 나온 질문 중 하나가 스웨덴은 산재사고 중 사망사고가 얼마나 일어나며 이에 대한 법적 조치는 어떤 게 있는가였다.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때 스웨덴측으로부터 반문이 있었는데, 작업장에서 사망사고가 왜 일어나느냐? 한국에서는 그런 일이 있느냐였다.
다른 건 기억이 나질 않는데 이 에피소드는 가끔 생각난다. 낯이 뜨거워서다. 아직도 이 나라는 하루 3명의 노동자가 일을 하다가 죽어간다. 경향신문이 1면을 통틀어 지난 1년 반 정도 기간에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들의 이름을 올린 게 얼마 전이다. 적어도 2020년대에는 노동현장에서 일하다가 노동자가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없어져야 하지 않겠나? 스웨덴 같은 나라로부터 배우고 싶은 게 이런 거다.
마침 문통이 "스웨덴을 배우자"고 말했단다.
한겨레: 문 대통령 "'노동자 교육.여성 노동 존중' 스웨덴을 배우자"
훌륭한 일이다. 모범적인 선례를 잘 살펴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려는 실사구시의 자세다. 스웨덴으로부터 배울 것을 찾아 배우는 건 당연히 박수를 쳐줄 일이다. 다만, 그와 동시에 문통은 자신이 뱉은 말부터 주워담아야 한다. "노동친화적 정부"를 만들겠다던 그 말 말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운운하더니 그 실적은 바닥을 기고 있고, 오히려 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몰아가는 등의 반노동적 작태가 한 둘이 아니다. 주40시간 원칙에 예외적 12시간 잔업 한도를 깨면서 아예 한국 노동시간이 '주52시간제'인 것처럼 굳히기 작업까지 하고 있다. 전교조는 여전히 법외노조로 남아 있고, 동짓날이 가까워오는 지금까지 몇 달 동안 고공에서 농성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계속해서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고 있는데 살인기업처벌은 아예 논외가 되고 있다. 포퓰리즘에 기댄 최저임금 정책이 난항에 부딪치자 이제와서 속도조절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소득주도성장마저 이제 없던 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스웨덴의 기업과 노동자들이 만든 상생을 배우자고 하면서도, 재벌기업들에 대한 특혜와 규제완화에는 발빠르게 움직이면서 노동자들에게는 밥그릇만 챙긴다고 훈계를 한다. 이게 지금 문통의 노동정책이다.
스웨덴 배우는 거 말리지 않는다. 배우려면 제대로 배웠으면 한다. 배우는 김에 그동안 알고 있으면서도 하지 않았던 노동정책을 실천하라는 거다. 그건 굳이 스웨덴에서 배워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잖은가? 촛불이 그런 거 하라고 503을 밀어 내고 문통을 청와대 보내준 거 아닌가? 그리하여 문통과 그 일파 역시 스스로를 촛불정부라고 칭하면서 으쓱대지 않았던가? 그거 그냥 다 허세였나?
정세균이 총리가 되는 마당에 앞서 언급했던 노동현장의 문제들이 정권차원에서 개선될 가능성이라는 건 그다지 높지 않다. 정세균의 입장이나 김진표의 입장이 그다지 차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왕에 스웨덴 따라하기 작정을 한 마당이라면, 문통 자신이 뱉어놓은 말들부터 정리를 해야 한다. 그런 거 없이 스웨덴 총리 오니까 스웨덴 따라하자는 립서비스 수준이라면 입에 침이라도 바르고 구라를 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