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을 뭐 어쩐다고?
윤석열이 검찰의 수장이 되었을 때, 난 이것이 행여 검찰개혁이 틀어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한편, 지금 정권차원에서 제시된 검찰개혁안이 그다지 개혁적이지 않고, 오히려 검찰권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왜곡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리고,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를 검찰이 털었을 때 기존의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파묻히게 되었다.
가장 우려하던 바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 같다.
뷰스앤뉴스: [MBC] 66.3% "검찰의 조국 일가 수사 적절"
이건 매우 불길한 징조다.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을 조질 때, 대중은 환호한다. 이탈리아의 마니폴리테가 대중의 각광을 받은 건 이탈리아만의 특수성때문이 아니다. 그건 일본이든 한국이든 마찬가지다. 이러한 조건이 형성되면, 대중은 그동안의 검찰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전환하여 검찰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기존에 검찰조직 자체를 둘러싼 논의는 공중으로 사라진다.
조국의 범법행위 여부는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은 그런 주제따위는 그냥 변수일 뿐이다. 상수는 검찰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따라서 이 상숫값이 변수로 전락하는 꼴은 볼 수 없다는 게 대중의 심리다. 쓰잘데기 없이 검찰개혁 운운하면서 검찰의 힘을 뺄 때가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중요한 일, 즉 살아있는 권력을 조지는 일을 잘 수행하도록 검찰을 놔두라는 대중의 요구가 득세한다.
그 결과...
검찰개혁은 안녕이다.
결국 검찰개혁은 내용적으로도 수준 이하의 것이었고, 이를 추진하는 방식도 개판이었으며, 특히나 또다시 이 정권마저도 검찰을 너무 우습게 봤다는 게 드러났다. 제도를 바꾸고 몇몇 사람을 바꾸는 것으로 검찰이 새로 태어날 것이라고 믿는 소위 개혁정부의 저 순박함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더 웃기는 건, 이 와중에 조국 법무부장관이 검사와의 대화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연합뉴스TV: 조국 '검사와의 대화' 나선다... 검찰개혁 속도전?
난 이 블로그에서도 그렇고 여러 차례에 걸쳐,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검사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그 정권이 끝났다고 확신했음을 밝힌 바가 있다. 정권만 끝난 게 아니라 결국 노 전 대통령 본인의 생명까지도 끝장낼 것까지는 예측하지 못했지만.
일제가 조선을 병탄하면서 이식한 검사제도가 100년이 지나는 동안 그들은 제국을 건설했다. 그 제국이 권한을 부여하고 정권이 중립을 지킨다고 무너지나? 정권을 만들기도 하고 부수기도 한다는 자부심에 쩔은 그 조직이? 애초 이런 조직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는 거 자체가 넌센스다.
검찰개혁을 하고 싶으면, 거의 해체를 하는 수준에서 체계를 다시 짜야 한다. 최초 검사제도가 이식되었을 때처럼 법원 소속으로 집어넣고 공소유지권한만 남기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만. 암튼 그거야 그냥 공상일 뿐이고. 어쨌거나, 현재 상황은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이 물 건너 갔다는 걸로 이해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저 검찰권력을 도대체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 할지 갑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