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쩜셋을 기다리며...

2014년 국정감사 당시, '도성회'라는 단체가 고속도로 관련 이권사업에 개입하여 상당한 수익을 독점적으로 얻어가고 있음이 밝혀졌다. 그리고 이 '도성회'는 "도로공사마피아, 일명 '도피아'"라 불리는 조직이라고 확인되었다.

도로공사 정규직들이 모여 앉아 퇴직자들을 중심으로 단체를 만들고, 여기에 현직 공사 직원들이 준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이들이 고속도로 휴게소나 주유소를 운영하거나 공동운영하고, 각종 이권사업을 수의계약을 통해 따내는 등 국가 세금이 투여되는 일에 특혜를 받아왔다는 게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달리는 비리백화점"이라는 오명을 얻었던 도성회, 즉 이 도피아들 덕분인지 몰라도 2013년 국민권익위원회는 도로공사의 청렴도를 공공기관 중 최하위로 평가했던 바가 있다. 도성회가 이렇게 비리백화점이 되는 과정에 공범을 저지른 조직이 다름 아닌 도로공사 정규직 노조다.

도공 정규직 노조는 수납원들이 싸움을 하면서 법정투쟁을 하는 동안 일체 수납원들에 대한 지지를 표하지 않았다. 지지는커녕 오히려 사측에서나 할 수 있는 논리로 입장을 밝히면서 법원 판결에 따르면 된다는 방관자의 태도를 견지했다. 이게 사무실에 앉아 탱자거리면서 평균연봉 성과급 포함 1억대를 받아가는 도로공사 정규직의 태도였다.

특히 도공 정규직노조는 수납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를 요청할 때 이를 거부했으며, 일부 직원들은 수납원 및 비정규직 노조들에게 자회사 동의를 요구하며 협박을 하기도 했다. 이들 도공 정규직들은 수납원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임금을 줄인 덕에 발생하는 이윤을 나누어 꿀을 빨았던 거고 이걸 놓칠 생각이 전혀 없는 거다.

정규직은 퇴직하면 영업소를 분양받든 뭘 하든 도로공사 사업과 관련된 일을 받아 여생을 보낼 수 있다. 2014년에 문제가 되었던 서산톨게이트가 대표적인 사건이다. 도공에서 명퇴를 한 자가 톨게이트 운영권을 넘겨받으면서 노동자들을 해고하였다. 이 사건이 도피아의 실체를 알리게 된 사건이기도 하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고전적 구호는 이제 거의 영양가 없는 망상으로 치부된다. 노동자라도 같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거다. 극명한 사례가 이 도공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례가 될 듯 싶다. 이미 도피아로 태세전환을 굳힌 도공 정규직들은 특혜를 공기처럼 빨아마시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조국 류의 계급계층과 큰 차이가 없다. 반면에 저 50세 평균연령의 수납원들은 노동을 하면 할 수록 천민이 되어간다. 이들이 어찌 하나의 '노동자'로 묶일 수 있겠는가? 저 도공의 정규직 노조는 노조라기보다는 도공이라는 자본에 얹혀 떡고물을 주워먹는데 혈안이 된 채 비정규 노동자들의 피를 빨아대는 진드기에 불과하다.

도공 사장 이강래 같은 자들이 뻗댈 수 있는 이 사회야말로 정권이 바뀌어봐야 체제 내부 기득권의 알력싸움일 뿐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적페를 청산하겠답시고 등장한 문재인 정권의 도로공사는 이명박때나 박근혜때와 하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꼬우면 시험 쳐서 정규직 하지 그러냐고 비아냥거리는 정규직 노조원의 비아냥을 어떤 기준으로 정당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시험성적의 공정함? 성적의 정의로움?

고속도로 운영이 자동화되는 경향은 막을 수도 없고, 그러다보니 노동구조가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음을 부정하진 않겠다. 그 과정에서 현재와 같은 사람이 직접 수금하는 수납체계는 사라질 것이고 다른 형태의 수납 시스템이 들어설 것이다. 그렇다면 그 과정을 합리적으로 밟고, 적절한 수준에서 노동구조를 재배열하고 노동자들을 재배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이 필요없어질 것이니 미리 사람을 다 잘라버리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을 하는 자들은 바로 그렇게 사람을 자름으로서 나오는 이윤에 목이 마른 자들이고, 자신들은 티끌만큼의 손해도 보지 않으면서 떡고물만 털어 먹겠다는 자들이다. 그리고 그자들 가운데 정규직 노조가 있다.

이강래를 비롯한 도공의 결정권자들이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데에 분노하고 투쟁해야 하는 건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여기 더해, 이제 이강래와 한 통속이 된 정규직 노조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와 엄혹한 투쟁을 선언해야 한다. 민주노총이고 한국노총이고 간에 이걸 그냥 방치하면 다음 단계는 없다.

이미 동지로서 동료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해야 할 책무를 거부한 자들을 '노조'라는 이름만 걸치고 있다고 해서 용인해서는 안 된다. 87년에는 그렇게 하더라도 쪽수를 늘려야 했다면, 이젠 세상이 달라졌다. 도공 정규직 노조는 노동자들의 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