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는 건지
요새는 아마도 신천지가 그짝이 아닐까 싶은데, 어릴적 잠깐 개신교 예배당을 들락거릴 무렵, 그바닥에 있는 목사, 장로, 집사, 전도사, 주일교사고 뭐고 자시고 간에, 이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욕을 하는 대상이 다름아닌 통일교였다. 무슨 이단이니 사탄이니 사이비니하는 거야 기본이고, 거기 가면 뭐가 어찌 된다는 둥 마음대로 결혼도 못한다는 둥 하다가 결국 결론은 거기 가면 지옥간다는 걸로 끝나더라능...
프로축구가 시작된 이후, 일화천마라는 축구구단이 생겼다. 몇 년 서울을 연고지로 하다가 천안으로 갔는데, 천안에는 연고도 없는 주제에 이 구단의 팬이 되었더랬다.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성남을 연고로 운영되고 있다. 이 팀은 선수들 빼고는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는 팀이었는데 그 때 감독이며, 구단이며 아주 걍... 아오, 지금 생각해도 욕나오네... 암튼, 그래도 선수들이 좋고 치고 달리는 그 원시성이 좋았더랬다.
그러다가 91년에 어떤 지역 모임에서 술 한 잔씩들 거하게 빨다가 야구가 좋냐 축구가 좋냐 뭐 이딴 씨잘데기 없는 거 가지고 티격태격하다가 어느 팀 응원하냐 이런 이야기가 나오길래 당연히 천안일화 팬이다 그랬더니 한 구석에서 대번에 이런 소리가 나왔다. "통일교 신자구먼..." 이게 그냥 이러고 말면 되었는데, 하필 그 모임엔 인천의 통일중공업 사람들이 꽤 있었고, 이 사람들도 재밌는게, 자기들은 통일교인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통일교 이야기 나오니 발끈하더라능...
암튼 어릴 적 기억에 통일교는 종교적으로 소수자였고 대우받지 못하는 집단이었더랬다. 하지만 뭐 이 통일교 그룹들이 돈을 막 벌어 펑펑 써대고, 맥콜이 코카콜라를 싸다구 날리는 지경이 되니 이제와서 통일교를 이단이니 사탄이니 하는 소리는 들리질 않는다. 역시 종교고 뭐시고 간에 돈이 최고여... 자본주의 만세.
이 통일교 옆구리에 껴 있는 언론사가 세계일보. 다른 건 모르겠고, 지난 촛불정국에 세계일보가 나름 그 역할을 톡톡히 했던 바가 있어 다시 세간의 입길에 오르기도 했더랬다. 세계일보도 통일교때문에 욕도 많이 보고 했는데, 이 언론사가 희안한 게 지들의 종교도 한 때 한국에서 소수자취급 당했던 주제에 소수자에 대해 그다지 고운 눈길을 보내지 않는다는 거다.
이번 퀴어퍼레이드 끝나고 이 언론사는 '기레기' 소리 들어도 쌀만한 짓을 했다. 퀴어축제 끝난 후 행사장 일대가 쓰레기장이 되었다는 기사인데, 어이가 없어 말도 안 나온다. 물론 참가자들이 짜장면 그릇 핥듯 싹싹 긁어 쓰레기 치웠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규모의 행사에서 참여한 사람들은 나름 할 수 있는 만큼 주변을 정리하고 가는 메너를 보였다. 기사도 작위적이고 사진도 좀 어거지고 내용 자체가 퀴어퍼레이드 참여한 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아주 안 좋게 가져가려는 의도가 명백하다. 이러면 곤란하다.
자신들이 소수자였을 때, 괴롭고 힘들었을텐데, 이젠 등따시고 배부르니 그 때를 다 잊었단 말인가... 그것도 그렇지만, 내가 알기로 세계일보 기자들 대우가 다른 언론사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척박하다던데, 어찌 이런 일에는 이렇게 알아서들 기는지. 그러니 척박한 대우를 받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