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고집할 문제인가?
금태섭 의원이 페북에 공수처 관련 글을 올렸다. 나는 여기에 100% 동의한다. 난 도대체 매번 검찰개혁 이야기 나올 때마다 공수처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관련글: 금태섭 페이스북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이유>
금 의원이 이야기하는 바에 덧붙여 이야기하자면, 이미 과거에 고위공직자들 내사만 전담하는 팀을 만들어 운용한 바가 있다. 바로 사직동팀이다. 공수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직동팀과 공수처를 비교하면 굉장히 불쾌해하는데, 난 이 두 조직이 결과적으로 같은 형태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정보팀을 움직여 고위공직자들의 뒤를 캐는 자들의 최종 보고를 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선의를 언제나 기대할 수 없다는 것과, 더욱 중요하게는 현재와 같은 검찰조직이 건재한 상태에서 사직동팀이고 공수처고 백날 만들어봐야 쪽도 못 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변의 소위 진보좌파쪽에 있는 법 전문가들이나 법조인, 또는 사회단체 인사들이 지난 20년을 한결같이 공수처, 공수처 노래를 불러대서 난감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이건 뭐 얼굴 뻔히 아는 처지에 대놓고 문제제기를 하기가 어려운 건 둘째치고, 공수처 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이야기하면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게 최적이라고 강변하는데 달리 말이 이어질 여지가 없기 때문.
어떤 분은, 그럼 대안이 있냐고 하던데, 난 공수처 논의를 하는데 앞서 애초 이 논의가 왜 나왔는지부터 좀 다시 환기했으면 한다. 공수처 왜 설치하자고 하는 건가? 고위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막자고 하는 건가, 아니면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던 건가?
물론 둘 다 목적이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공수처를 주장했던 원래 취지는 권력과 유착되기 너무나 좋은, 더 나가 권력 위의 권력의 자리에 쉽게 검찰이 올라타는 이 같잖은 꼴을 이제 그만 끝내자는 취지가 공수처 논의의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나는 공수처 주장하는 분들이 어째서 검찰조직 자체의 힘을 뺄 것인가와 특히 법무부와 검찰의 이 거꾸로 선 관계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를 별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의문이다. 아닌 말로 법무부가 검찰청의 하위기관이 되어버린 이 웃기는 현실을 해소할 수 있는 특단의 방법은 공수처 이야기하는 분들이 별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나는 과거 당에 있을 때부터 계속해서 법무부에서 검찰국을 없애고 현직 검사는 법무부에서 직을 맡지 않도록 할 것을 주장했고 공약으로 제시해왔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는 공수처 주장하는 분들에게 그닥 관심이 없는 주제였던 듯 하다. 검찰은 오로지 기소권만 가지고 있고 차라리 검찰의 지휘를 법원이 하도록 하자는, 즉 검찰조직을 행정부에서 사법부로 이관시키자는 주장까지 했지만, 그냥 좀 희안한 주장 정도로 취급당하기도 했다. 하긴 뭐 그게 골자는 아니니 그럴 수도 있다.
다만, 검찰의 어깨에 힘들어가는 권력은 놔두고 공수처 하나 달랑 만들어봐야 나는 그게 과거 사직동팀 이상 뭘 할 거라고 생각되지도 않고, 오히려 검찰조직에 날개 하나 더 달아주는 꼴이 되지 않을까 한다. 과거 검사장 이상은 선거로 뽑자는 주장을 하는 분도 있던데, 검찰같은 조직에 민주적 정당성까지 부여할 때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만일 검사장 이상을 선거로 뽑게 되면 아마도 한국에서는 히틀러가 검찰에서 나올 거다.
결론적으로, 난 금 의원의 입장에 동의하고, 그의 말처럼 공수처 설치할 생각 말고 우선 수사권이나 경찰로 이관하는 게 더 급한 개혁이라고 본다. 금 의원이 공수처 설치 반대한다고 글을 올리자 거기에 반발하면서 마치 금 의원이 자한당으로 갈아타려고 밑밥 깐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자들이 있던데, 어이가 없기도 하고, 금 의원이 자한당으로 갈아탄다고 한들 저 의견에 대해서 나는 동의할 수밖에 없다.
뭐 뱀발이긴 하다만, 계속해서 공수처 공수표나 남발하고 있는 조국 수석은 이제 좀 자기 처신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말만 내놓던 입장에서 이제 어느 정도 똥물에 발 담그는 게 어떤 의민지 알 정도로 자리를 경험하고 그 시간이 좀 되었다면, 그냥 솔직하고 책임감 있게 정치인으로 나서든가, 아니면 그동안 정치도 잘 모르면서 설레발을 쳐서 죄송하다고 하고 다시 학계로 돌아가 그냥 형법이나 더 연구하든가 했으면 한다. 이게 뭐하자는 건가, 개혁 설레발은 다 쳤는데 결국 이런 식으로 개혁의 뒷심을 다 빼버린 채 이제와서 그냥 입 다물고 있으면 다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