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분지계와 양분지계혹은 다분지계?
묘한 기사가 나왔다. 민평이 제3세력 굳히기를 목표로 하는 거 아니냐는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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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궐선거 이후 민평이 정의당의 요구를 뿌리치고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포기한 건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바미당 이탈자 등을 묶어 제3당으로 돋움하기 위해 밑밥을 깐 거 아니냐는 게 이 기사의 요지다. 물론 민평이야 이런 바람이 한도 없을 것이고, 실제 기사 중 인터뷰에는 관계자가 이러한 소망을 이번 보궐 결과를 덧붙여가며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그 근거는 통영고성 국회의원 보궐에서 더민이 열세에 처했음이 확인됐고, 전주완산 기초의원 보궐에서 민평후보가 더민을 이겼다는 거다. 달리 말하면, 민심이 더민에서 멀어지고 있으므로 호남에서만큼은 민평이 더민을 앞설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는 뜻이다. 뇌피셜이 이정도 작동하면 약이 없다.
기사는 민평이 이런 바람을 이루기 위해서는 세 가지 난관을 넘어야 하는 걸 지적한다. 하나는 바닥을 기는 지지율, 다른 하나는 대표적 리더십의 부재, 마지막 하나로는 노선의 불명확성. 이 세 가지 문제는 반드시 민평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하지만 민평이 제3세력으로 성장하는 건 한계가 있을 것인데, 결정적인 한계는 자신들이 근거지로 생각하는 호남이 이들을 제3세력으로 만들고자하는 열의가 없다는 거다. 국당을 깨고 민평과 바미로 갈라서는 과정, 그리고 문 정부의 출범과정에서 민평의 성원들이 보여준 (호남)민심의 배반 등으로 인해 기실 과거처럼 더민에 대한 반발로 민평을 밀어줄만큼의 동력은 호남에서 많이 사그러졌다.
내나 하는 이야기지만, 2020까지는 어떻게든 버틴다고 해도 민평은 그 이후 사라질 당이지 새로 수혈받아 생명연장이 장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정당이 아니다. 기실 기자가 지적한 저 세 가지 문제를 민평은 넘어설 수 없다. 세 가지 다 안 되고, 지역기반마저 흔들거리는데 무슨 천하 삼분지계씩이나...
오히려 이 대목에서, 과거 민주노동당이 설정했던 삼분론이 이제 진보진영의 목표로 당위성이 남아 있는지를 보는 게 필요할 듯하다. 난 삼분론에 대해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동의하지 못하는데, 물론 한국의 제도적 한계도 문제지만, 애초 목표 자체를 기본적으로는 좌우 양분으로 구획하는 정치적 기획이 필요하고, 이 좌우 사이에 여러 스팩트럼의 정당/정치조직이 끼어 있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삼분론은 이게 꼴마초 한남들이 삼국지에 거품을 문 결과인지도 모르겠으나,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뭐 잡설은 제하고, 아무튼 민평의 천하 3분지계는 그래서 후지고 식상하다. 호남의 유권자들을 밥으로 보면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얼렁뚱땅 호남에서 일정한 지형을 확보하더라도 이건 그냥 지방호족으로 안주하겠다는 거다. 비전도 없고 정치적 욕망도 없는 정당으로 전락하는 민평을 보니 좀 애처롭긴하다만, 이게 또 뭐 남 일 같지 않아 뭔가 쬐끔은 안타깝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