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집권플랜을 위한 조언

이해찬 더민당 신임 대표가 이승만, 박정희의 무덤을 참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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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시대를 마감하고 평화와 공존의 시대로 가는 길목에 있어서 그런 차원에서 두 분에게도 예를 표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기왕에 협치를 하겠다면 노환에 오늘내일 하고 있는 노태우나 알츠하이머로 깜빡깜빡하는 전두환도 예방을 해야지. 영어의 몸으로 고초를 겪고 있는 이명박과 박근혜에게 면회도 좀 가고. 그래야 "평화와 공존"으로 가는 길목이 더 밝아지지 않겠는가?

기실 이해찬의 이러한 행보는 그가 밝힌 '20년 집권플랜'의 첫 걸음으로 봐야겠다. 오래 집권하기 위한 방법 중 가장 쉬운 건 쪽수 많은 집단을 내편으로 만드는 것. 이제 86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중도자유주의자들은 대충 접수한 듯 하고, 왼쪽과 오른쪽 중 어떤 쪽을 흡수해야 20년 동안 집권이 가능할까를 저울질한 결과는 역시 쪽수 많은 쪽이 장땡. 현 상태에서 근수를 재봤을 때 좌파야 한 줌도 안 되지만, 우파는 여전히 먹을 게 널려 있는 동네 아니던가. 우클릭은 그래서 쉽고도 자명하게 20년 동안 집권하기 위한 거름을 마련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저 멀리 스페인에서는 프랑코의 무덤을 국가묘역에서 파내버리겠다고 하는 마당에 이승만, 박정희를 참배씩이나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적폐청산을 목이 쉬라 외쳐 만들어낸 정권과 여당이 하는 짓이 이 모양이라는 점에서 어떤 이들은 많이 실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꼭 그렇게 비판적으로만 볼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기실, 현재 한국에서 좌와 우, 보수와 진보는 그 경계도 모호하려니와 구도 자체도 잘못 구획되어 있다. 언론사들조차도 더민당을 진보로 지칭하는가하면, 우파언론들은 아예 공공연하게 더민당을 좌파라고 명명한다. 이런 구획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따지는 건 둘째치고, 이미 한국사회는 더민당을 진보 내지 좌파라고 전제하는 경향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런 판국에 실제 진보 혹은 좌파는 한국사회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더민당의 왼편에서 이들이 목소리를 내는 순간, 이들은 극좌가 되거나 좌익모험분자가 되어버린다. 웃기지만, 이들이 내놓은 정책들은 어느 순간 더민당의 정책이 되어버리고.

그래서 바라건대, 협치의 수준을 넘어 더민당이 보수 전반을 대표하는 주자로 거듭나고, 그 과정에서 자한당의 주력들을 다 빨아들이기 바란다. 고 노무현의 유지, 즉 대연정도 가능할 것이고 20년 집권도 현실화될 것이다. 극우본색을 버리지 못하는 일부 잔당들이 자한당을 끝까지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그것 쯤이야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사회의 정치적 인식은 높아졌으니 안심하고. 마침 이해찬과 김병준이 만나 좋았던 옛날을 회상하면서 서로 잘해보자고 굳은 결의까지 보였으니 보수재구성이 먼 일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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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부탁이다. 그냥 합당을 해라. 그래야 보수가 바로 서고 진보와 구획된다. 그래야 더민당의 20년 집권도 가능해지고. 괜히 어줍잖게 전두환을 심판하자고 설치기보다는 차라리 진짜로 전두환 예방해서 큰 절이라도 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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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 양아치 가랑이 사이를 지났던 한신처럼, 보수의 가랑이를 거쳐 20년 집권을 이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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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8 16:57 2018/08/2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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