弔88文
弔88文
維歲次 某年 某月 某日에, 白手廢人 行人은 두어 자 글로써 88에게 告하노니, 閑良乾達의 손 가운데 종요로운 것이 卷煙이로되, 세상 사람이 귀히 아니 여기는 것은 到處에 흔한 바이로다. 이 卷煙은 한낱 작은 物件이나, 이렇듯이 슬퍼함은 나의 情懷가 남과 다름이다. 嗚呼痛哉라, 아깝고 불쌍하다. 너를 얻어 손 가운데 지닌 지 于今 이 십 육년이라. 어이 人情이 그렇지 아니하리오. 슬프다. 눈물을 잠깐 거두고 心身을 겨우 鎭定하여, 너의 行狀과 나의 懷抱를 총총히 적어 永訣하노라.
數年來에 우리 市井雜輩들께옵서 吸煙奇術 一家를 이루어, 到處에 出沒할 제, 多種卷煙을 주시거늘, 새마을, 환희, 청자, 백자, 거북선, 태양, 한강, 아리랑, 솔, 한산도, 도라지 등 그 맛과 향을 비교하고, 그 중에 너를 擇하여 혀에 익히고 익히어 지금까지 끼고 살았더니, 슬프다, 緣分이 非常하여, 너희를 無數히 피우고 태웠으되, 오직 너 하나를 年久히 保全하니, 비록 無心한 物件이나 어찌 사랑스럽고 迷惑지 아니하리오. 아깝고 불쌍하며, 또한 섭섭하다.
나의 八字 기구하여 가진 건 睾丸 두 쪽밖에 없고, 頭腦도 鈍才하여 鼠角도 아는 바가 없고, 家産이 貧窮하여 吸煙에 마음을 붙여, 널로 하여 生涯를 도움이 적지 아니하더니, 오늘 너를 永訣하니, 嗚呼痛哉라, 이는 鬼神이 猜忌하고 하늘이 미워하심이로다.
아깝다 88이여, 어여쁘다 88이여, 너는 微妙한 品質과 特別한 才致를 가졌으니, 卷煙 중의 名物이요 煙草 중의 錚錚이라. 火焰으로 타오르기는 百代의 俠客이요, 희고 곧기는 萬古의 忠節이라. 뽀얀 煙氣는 속삭이는 듯 하고, 단단한 필터는 戀人의 입술 같은지라. 燒酒와 珈琲로 談笑와 爭論에 들 제, 그 朦朧하고 安靜됨은 鬼神이 돕는 듯하니, 어찌 人力이 미칠 바리요.
嗚呼痛哉라, 親舊가 貴하나 손에서 놓일 때도 있고, 쫄따구가 順하나 命을 거스를 때 있나니, 너의 微妙한 才質이 나의 前後에 酬應함을 생각하면, 親舊에게 지나고 쫄따구에게 지나는지라. 종이갑으로 집을 하고 라이터와 함께 놓아 항상 곁에 두었으니, 閑良의 必需品이라. 食後에 한 대 땡기고, 寢前에 한 대 땡겨, 널로 더불어 벗이 되어, 여름 낮에 막걸리며, 겨울밤에 燒酒를 相對하여, 피우고, 빨고, 내뿜고, 재털고, 비벼 끌 때에, 줄담배를 피웠으니 너구리를 잡는 듯, 온 천지를 뽀얗게 채울 적에, 알콜과 相應하고 카페인과 어울리매 造化가 無窮하다. 이생에 百年同居하렸더니, 嗚呼哀哉라, 88이여.
금년 오월 스무닷새에, 오밤중에 便宜店에 너를 찾아 나섰다가, KT&G가 너를 生産中斷 하였다니 깜짝 놀라와라. 아야 아야 88이여, 蹤迹을 감췄구나. 精神이 아득하고 魂魄이 散亂하여, 마음을 빻아 내는 듯, 頭骨을 깨쳐 내는 듯, 이윽토록 氣塞昏絶하였다가 겨우 정신을 차려, 동네 店房을 가보고 마트를 뒤져본들 속절없고 하릴없다. 가카의 삽질로도 長生不死 못하였네. 탑골공원 暗市場에 찾아본들 어찌 能히 찾을 손가. 한 팔을 베어낸 듯, 한 다리를 베어낸 듯, 아깝다, 88이여, 주머니를 뒤져보니 있던 자리 없네. 嗚呼痛哉라, 지못미로다.
無罪한 너를 斷種시키니, 伯仁이 由我而死일지언정, KT&G를 咀呪하노라. 能爛한 性品과 工巧한 재질을 나의 힘으로 어찌 다시 바라리요. 絶妙한 儀形은 눈 속에 삼삼하고, 特別한 香臭는 心懷가 索莫하다. 네 비록 煙草이나 無心ㅎ지 아니하면, 後世에 다시 만나 平生同居之情을 다시 이어, 百年苦樂과 一時生死를 한 가지로 하기를 바라노라. 嗚呼哀哉라, 88이여.
KT&G 이 썩을 것들...
그렇잖아도 마빡이 돌아가질 않아 미치고 팔짝 뛰겄는데,
88까지 단종을 시켜버리면 우짜란 말이더냐...
88을 돌려다오...
담배는 역시, 자기 전에 누워서 피울 때와 자고 일어나서 일단 담배부터 물었을 때, 그 뇌와 오장육부를 담배연기가 둘러싼다는 느낌이 좋아죠. 저도 10년간 대략 하루 4~6갑을 피웠는데, 그 중 88과 군8이 참 좋았더랬죠.^^
제 주위에는 '88'을 피우는 사람이 없어서 이미 단종 되었겠거니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행인님의 비통함에 심심한 위로를 보냅니다. 그러나 저만 놓고 생각하자면 '88' 단종 덕분에 매우 오랜만에 행인님의 글을 볼 수 있게 되었군요(^-^). 그나저나 잘 지내시죠(^-^)?
보탬: 블로그에 들어왔을 때 '88'광고가 뜨는 줄로 알았습니다. 인터넷 신문에 있는 이미지 광고가 뜬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 왠지 입체적인 효과까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의 착시에서 그렇게 보인 것이긴 합니다만(^-^;).
진짜 오랜만이네요! 하필 담배 이야기로 재포스팅 하다니...난 얼마전에 담배 끊으려고 시도 했다가 하루만에 실패해서 좌절하고 있는뎅...ㅠㅠ
그나저나 웬 한문이 이렇게 많아요? 읽기 불편해.......
누가 그러던데 몇 해 전에 해외에서는 솔도 봤다는데요. 수출용은 나오는 모양이라고...그리고, 디스도 껍데기 바꿔서 가격 올리는 것 같던데, 혹자는 신라면 블랙에 빗대어 디스 플러스 블랙이라고...
아직 88을 피고 계셧군요......
담배를 끊는다는 야그는 아닌 거 같네요..ㅋㅋ
오랜만이라 무지 반갑습니다..
ㅡ,.ㅡ;; 두어 달 지나 댓글 쓰는 나는 뭔지 원.
애국하십니다. 아직도 담배를 태우시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