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타이밍
야단법석(野壇法席)이 벌어졌다. 불교계가 화났다. 시청일대에 전국의 승려와 신도가 모여 이명박을 성토한다. 김영삼 정권때 벌어졌던 불교계의 항의하고는 차원을 달리한다. 놀란 청와대와 정부는 불교계를 달래보고자 흰 소리를 늘어놨지만 먹히지도 않았고, 찔리는 구석이 많은지라 경찰은 알아서 거리를 내준다.
스님들 가시는 길에 전경은 안 보인다. <사진 : 뉴시스>
이번에도 느낀 거지만, 이넘의 경찰이라는 족속들은 올림픽 성화 봉송 때 했던 것이나 이번 불교계 집회 때 했던 것처럼 집회시위를 평화적으로 보장하고 진행을 도울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촛불집회 같은 집회에 대해서만큼은 그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걸까? 이것만 보더라도 대~한민국 경찰이 얼마나 정치적인 조직인지 확인이 가능하다. 어청수, 담번에 혹시 국회의원이라도 출마하려나? 췟.
1천만이 넘는다는 한국의 불교도. 그들이 화났다는 것은 정치적 차원에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불교도들의 집회를 막자니 그랬다가는 진짜 정권타도운동이 벌어질 참이고, 더 나가서는 종교분쟁이 없는 나라로 인정되어왔던 한국에 종교분쟁이 일어날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정권의 위기까지도 걱정해야할 판. 그런데, 바로 이 때 절묘한 타이밍으로 사건들이 터져 주신다.
사노련 사건이 터졌다. 아닌 말로 사노련이 뭐 혁명자금을 모으고 무장을 준비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혁명 정당을 만든 것도 아니고, 기껏 연초에 토론회 한 번 하고 촛불집회 때 문건 몇 개 돌린 거 밖에 없는데, 무슨 이적단체혐의? 도대체 사노련이 이롭게 하려 했다는 '적'이 누굴까? 지구정복을 꿈꾸는 캐로로 중사의 고향별 케로별?
사노련의 배후는 캐로로 중사???
불교도 집회가 열린 당일, 언론은 대대적으로 여간첩 사건을 터뜨렸다. 탈북자를 가장한 여간첩, 21세기판 마타하리 등등 온갖 말초적인 타이틀이 언론의 해드라인을 장식한다.
공안당국은 이 간첩의 움직임을 인지하고 3년간 기획수사를 했다고 한다. 3년 간 기획수사한 결과를 불교도들의 대규모 행사 시점에 맞춰 터뜨려주는 센스! 지난 3년 간 우째 말이 없다가 이제 와서, 그것도 정국이 어떻게 반전될지 모르는 이 상황에 살짜쿵 터뜨려 줬을까나?
사노련 사건도 그렇고 간첩사건도 그렇고 이건 뭐 거의 코메디 수준이다. 사노련 같은 경우, 이건 걍 일단 잡아 넣고 사건 만든 다음에 혐의입증 하겠다는 수순으로 수사가 진행된다. 이적단체혐의라는 것은 거의 무개념의 소치인데, 사노련은 현존하는 지구상의 어떤 사회주의국가도 자신들의 이념적 모델로 삼고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이적단체 혐의는 아마도 물 건너갈 것 같고, 기껏 반국가단체 결성이나 불온문서 소지 등의 혐의로 입건 될 건데, 이게 뭔 웃기는 짓인지...
이념적인 수준에서 사회주의를 주창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법적으로 막아선 안 된다. 한국 보수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헌법적 가치에 비춰볼 때 그렇다. 사회주의 아니라 공산주의를 주장하고 공산당을 만들어도 이걸 막을 헌법적 근거는 없다. 적어도 이 "주의자"들이 총칼을 손에 들고 혁명을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오지 않는 한 말이다. 그런데 한국은 헌법의 이런 정신은 어디다가 팔아먹고 법으로 처단을 한다. 그 이름도 숭고한 "국가보안법"으로...
간첩사건은 들여다볼 수록 미스테리다. 이건 뭐 스파이의 ABC가 완전 개무시되는 스토리가 온 언론을 휩쓸고 있는데도 정작 각 언론사들은 지들이 하는 얘기가 왜 코메딘지 별로 생각해보지 않은 채 국방부에서 불러주는 대로 기사를 날리고 있다.
도대체 어느 나라 정보기관에서 적국에 간첩 보내면서 니가 알아서 "자립"해서 간첩질 하라고 할까? 건강보조식품 팔아가며, "성을 도구화"해서 현역 장교들을 꼬시고 기껏 알아낸 것이 다른 간부들 연락처와 이메일 주소?
그래도 옛날 같으면 간첩 잡았다고 TV에 나올 정도면 하다못해 성능이 어떤지 확인할 수는 없어도 증거품이라며 라디오 같은 거라도 늘어놓고 화면을 잡았다. 그런데 이놈의 간첩사건은 증거품이 뭔지 구경도 할 수가 없다. 공안기관의 설명에 따르면 이젠 간첩들도 이메일과 이동통신을 이용하므로 난수표나 무전기 같은 거 필요 없단다.
웃기지 않나? 이메일과 이동통신을 이용하는 적국 공안기관이 왜 건강보조식품 팔아가며 스파이활동을 하라고 직파간첩을 내려 보내나? 혹시 간첩이 아니라 외화벌이 사업 하라고 보낸 거 아닐까?
공안기관이 말하는 "외화벌이를 통한 경제적 자립형 간첩"이나 언론이 이야기하는 "생활 밀착형 간첩"이라는 이야기는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직파간첩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바꿀 것을 요구한다. 지갑에 달러와 카드를 집어넣고 온몸 구석구석에 소형 권총과 독침등의 무기를 휴대한 채 뽀대나는 정장을 입고 머리카락을 살랑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그런 스파이는 머리 속에서 싹싹 지우자.
대신 보따리 장사로 위장한 것이 아니라 진짜 보따리 장사 하면서 조국의 정보기관으로부터 공작자금을 현찰이 아닌 현물로 받아 그걸 팔아가며 공작자금 마련하고, 총같은 무기는 생각도 못한 채 가끔 줄 잘 서서 군부대 정훈교육 강의자리 하나 나길 바라는 그런 생활을 이어나가야 하는 것이 21세기 간첩의 실상이다. 이거 뭐 어디 007 생각하고 특수임무수행자 노릇하려 했다가는 큰 코 다치게 생겼다.
수사 결과가 더 나와봐야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겠지만 까놓고 말해서 더 나올 결과도 없고, 진짜 간첩이건 어쨌건 간에 이 시기에 그런 기획수사 결과를 덜렁 내놓는 공안기관의 통밥이 뭔지 눈에 훤히 잡혀 기분 엔간히 찝찝하다. 이건 뭐 내치 망쳐놓고 외치로 관심돌리려던 노태우도 아니고, 재임기간 내내 긴급조치 남발하면서 뻑하면 간첩사건 조작하던 박정희 때로 시계를 돌려놓는 건지.
며칠 전에 재미난 기사가 났다. '간첩 김수임'이 사실은 간첩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는 기사다. 이번에 잡혔다는 간첩 용의자 "원정화" 사건, 이거 몇 십년 후에 생활고에 시달린 탈북자가 현역장교 개인정보 팔아서 아르바이트 하던 사건이라고 밝혀지게 되면 우짤라고 그러나??
역사의 경험에서 우리는 배워야 한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이명박도 배워야 한다. 역사적으로 내치의 실패에 대한 대중의 저항을 모면하기 위해 외부의 적에 대한 끊임없는 공포를 조작했던 세력의 말로가 어땠는지를 상기할 때다. 이승만은 경무대에서 쫓겨나 하와이로 도망가 사망했다. 박정희는 궁정동 안가에서 측근의 총에 사살되었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죄수복을 입고 법정에 서야 했다.
이명박은? 이승만, 박정희, 전노 케이스 중 하나의 전철을 밟게 될 거다. 종합선물세트로 다 밟을지도 모르고... 이런 식의 공안공포조장은 결국 갈데 까지 간 정권의 마지막 발악일 뿐이다.
이번 2008 베이징 올림픽의 최대 수해자는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의 최대 수혜자는 MB정부?, 새사연) 올림픽 전과 비교해 지지율이 어느 정도 올랐다고 한다. (관련기사) 이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가. 올림픽 기간부터 연일 현 정부와 한나라당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하도 여러 문제가 터져 다 기억도 안 나고 여기에 다 정리할 수도 없을 듯하다. 생각나는 것만 몇 가지 추려보면 우선 인천공항 민영화 (관련기사), 수..
먼저, 저는 종교가 없는 사람임을 밝히고 이야기를 시작하지요. 조계사 경내에 연등으로 만든 (2mb) OUT ! ( 사진출처 ) 대규모 불교계 집회가 어제 있었지요. 다행히 무사히 끝났다 합니다. 큰일만 없었지, 자잘한 일은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 관련 포스팅을 올린 후, 메타블로그를 통해 확인되는 관련글들을 둘러봤습니다. 전체적으로는 2mb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블로거들의 큰 흐름이었다 생각되었는데요... 그 와중에 참 재미있는 '화살'들이..
8월 27일, 시청 앞 광장은 반정부 주장을 외치는 인파 20여만명이 몰렸다. 그리고 그 날, 간첩을 잡았다는 발표가 나왔다. 나는 자다가 막 일어나 나갈 준비하느라 분주했던 탓에 무심결에 흘려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이 될때까지 거의 잊어먹고 있었다. 간첩 사건 하나 쯤은 터질 것이라고 5월부터 생각하고 있었지만, 정작 사건이 터지자 말 그대로 생까버린 꼴이 되버렸다. 아마 김대중-노무현 정권 이전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올해 안에는 간첩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