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요, 쭝궈~! 짜요, 짜바리~!
중국 유학생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보고 얼른 포스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프레시안에 진중권이 특유의 독설신공을 펼쳐놨길래 그걸로 대신하고...
등록금 인상반대 집회를 하는데 체포조까지 동원했던 대~한민국 경찰들은 과연 뭘하고 있었나 궁금해서 경찰청을 방문했더니 얘들도 할만큼은 했던 듯 싶다. 경찰청은 이번 성화봉송의 안전을 위해 8천287명이나 되는 경찰(전의경 포함)과 경찰 마라톤 동호회 소속 경찰관 120명으로 구성된 성화근접보호팀을 운영했다.
중국 유학생들이 난리 버거지를 칠 것까지는 미리 계산하지 못했는지, 중국 시위대의 근처에 1001, 1002, 1003 등 경찰기동대는 보이지 않더라... 성화봉송 반대집회하는 사람들에게 보낸 건가?
얼마전 경찰은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는 사람들을 형사처벌까지 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마련했다가 여론으로부터 된통 두드려 맞은 적이 있었다. 불법 불심검문이 겨우 진정된 게 불과 몇 년이나 되었다고, 경찰은 이제 "맞지 말라"는 2mB 각하의 칙명을 등에 업고 갈 데까지 가려는 심산 듯 하다. 그런데 왜 이번 중국 유학생들에겐 그렇게 두드려 맞았을까나??
집회시위를 엄단하겠다던 경찰이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알아서 기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째 그동안 한국 집회시위자들에게 보여줬던 그 폭압적 모습은 이번 성화봉송기간에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물론 내국인에게 그토록 잔인했으니 중국 유학생 시위대에게도 잔인하게 대응하라는 뜻은 아니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경찰은 이번 성화봉송과 관련해서 지들이 해야할 일을 다 했다. 그런데 어떻게?
경찰청 보도자료를 분석하다보면 경찰들이 지네들의 원래 할 일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것들이 북경올림픽 관련 성화봉송에서는 그 역할을 충실히 했으면서도 정작 자국민들이 벌이는 집회시위에 대해선 해선 안 될 짓을 골라서 했다는 점이다.
경찰청은 이번 성화봉송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했다.
"성화봉송행사가 주말 도심 한가운데에서 치뤄지게 되어 교통체증 등이 우려됨에 따라 봉송구간 탄력적 통제, 안내입간판 플래카드 설치, 원거리 교차로부터 우회조치 등을 통해 시민불편을 최소화 할 예정"
원래 집시법에 따라 사전신고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시위대의 안전 및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바로 이런 조치를 해야하는 거다. "구간 탄력적 통제, 안내 입간판 플래카드 설치, 원거리 교차로부터 우회조치" 우리 경찰, 알 건 다 알고 있다. 똑똑하다.
그런데 이 쉬방쉐이들은 어떻게 국내에서 자국민들이 벌이는 집회시위에 대해선 이런 조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집회장을 닭장차로 밀봉해버리고, 폴리스라인 친답시고 시위대보다 많은 경찰인력 배치해서 도로를 막고, 뻑하면 진로방해에다가 보기만해도 섬찟한 기동대 애들 앞에 세우고, 하다하다 이젠 체포전담반까지 운영할까?
물론 경찰청은 이번 성화봉송호위작전에 즈음하여 시위대를 향해 다음과 같은 엄포를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성화봉송 방해행위에 대해서는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일반교통방해, 경범죄처벌법 등 관련법률을 엄격히 적용, 초장부터 현장체포하는 등 엄정대응"
할 거 하면서, 즉 집회시위의 보장을 위한 최대한의 조치를 한 후에 이런 엄격한 법집행을 한다면 사실 집회시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할 말이 별로 없을 거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찰의 관행을 보면 집회시위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는 없이 집회시위를 방해하는 조치만 하고선 엄벌은 엄벌대로 행하는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 성화봉송호위작전에서도 마찬가지. 경찰청의 말 대로 하자면, 그럼 티벳사태에 대한 항의집회를 방해하는 "방해행위"에 대해선? 즉 중국 유학생들의 그 버르장머리 없고 무식하기 짝이 없는 폭력행위, 예를 들어 상대방을 향해 스패너를 날린 그 가공할 무공에 대해선 어떻게 대처하려나, 우리 경찰은?
경찰은 오히려 "자국민" 집회에 대해서 앞으로 더욱 강력한 집회방해를 할 예정이다. 소위 복면금지법, 소음규제법, 불심검문 강화, 연장휴대 금지법 등을 내놓을 예정이란다. 닭장차로 집회장 봉쇄같은 "선진형 폴리스라인"은 여전히 계속 할 것이고. 경찰청의 이런 수준은 "짜요, 쭝궈!(加油, 中國 : 힘내라, 중국)"를 외치면서 스패너 투척을 하던 중국 유학생의 수준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짜요, 加油) 것이 중국식 응원의 표현이란다. 이게 콩글리쉬의 대명사 '화이팅(fighting)'과 같은 의미란다. 한국 경찰, 요즘 엄청나게 짜요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분노가 가슴속에서 이글이글 일어나고 있는 사람들에게 손에 손에 스패너를 쥐고 거리로 나오도록 유도하는 형국이다. 북경 올림픽을 밝히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리던 성화를 보호하던 그 조치를 한국 시위대에게는 전혀 하지 않는 경찰. "짜요"다. "짜요, 짜바리~!"
국제화시대가 되다 보니 이젠 중국어까지 쓰게 되누나... 경찰들, 일어로도 해줄까? 간바레, 오와마리상~!
조또...
ps : 아... 글 올리다가 깜빡 했는데, 이 와중에도 돈 버는 넘들은 돈 벌 궁리를 엄청나게 하더라... SK, KTF 등 업체들이 북경올림픽에 대규모 응원단을 파견한다고 하는데, 글쎄다.
오성홍기를 몸에 두르고 스패너를 휘두르며 튀어나왔던 중국 유학생들을 염두에 둘 때, 올림픽이 벌어지는 현장 북경에서는 북경오리를 배터지게 먹고 스태미너를 장착한 후 오성홍기로 온 몸을 싸바르고 거리거리로 뛰어나올 중국 본토인들로 넘쳐날 거다. 거기에다가 가슴팍에 'Be the Reds!'가 씌여진 시뻘건 옷을 입은 남한의 "붉은 악마"들이 스태디움으로 들어가려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라는가???
한국의 붉은 악마들이 설마 북경 현지에서 스패너를 투척하는 일이야 없겠지만(이라고 하더라도 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흥분해서 눈에 뵈는 게 없으면 그 땐 유전자가 중국민족의 것인지 한국민족의 것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되니까), 시뻘겋게 포장된 것들끼리 난장판을 벌이게 되지 않을까?
오직 걱정되는 것은 이로 인하여 붉은색에 대한 혐오감이 퍼지면서 다시 "빨갱이가 싫어요"라는 구태가 재현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오호... 통제라... 아직도 빨간색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건재히 살아 있는 마당에...
행인의 [짜요, 쭝궈~! 짜요, 짜바리~!] 에 관련된 글. 대학로에서 열린 메이데이 집회에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명박정권 퇴진투쟁"을 선언했다. 아마 내 기억에 정권교체 이후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정권퇴진운동 선언이 아닌가 싶다. 노무현때는 그렇게 입 닥치고 앉아 있더니... 다음 아고라 청원에 이명박 탄핵 서명이 40만명을 넘었다고 하기도 하는데, 찾지는 못하겠다. 서명자 수 조작되었다는 글도 올라오고 난리도 아